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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하루를 시작하며


새벽 6시반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간수치가 떨어져서 아침에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는 전화였습니다. 지난 주에 이어 오늘은 어머니 오른쪽 무릎 연골 수술입니다.


아침 출근시간이라 평소보다 훨씬 오래 걸려 병원에 주차하고 전화를 했더니 벌써 수술실로 이동 중이랍니다. 겨우 수술실 앞에서 만난 어머니는 아들이 뭐가 그리 좋은지 활짝 웃으십니다. 


가족끼리 아침식사를 하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눕니다. 본인이 없어 아버님이 식사도 못하신다고 걱정하며 한껏 우울해지시는 어머니. 혼자서도 잘 한다는 아버지. 사는 게 바빠 잘 돌아보지 못하던 두 분을 수술을 계기로 자주 가까이서 보게 되니 많은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사랑하는 이가 아무도 남지 않은 채 죽어가는 마지막 길은 이 영원스런 시간 속에서 아무도 기억 못하는 망각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일거라는 생각에, 그 슬픔에, 죽고싶었던 어느 젊은 날의 기억.


현실은 변함이 없지만 쳇바퀴처럼 자신을 일에 내어주며 고독할 미래를 애써 잊으려 몸부림치는 현대인들. 그리고 나. 


병원을 오가는 사람들은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습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인데도 노동자들의 얼굴엔 피로가 묻어나고 잠시 식사하러 온 사람들의 표정엔 불안과 걱정이 담깁니다. 두시간 자고 왔다는 젊은 인턴들의 귀여운 조잘거림 위로 이 거대한 조직에서 오늘도 죽어나가는 사람들이 겹쳐집니다. 잠시 오가는 방문객들만이 결코 병원에 속하지 않겠다는 표정들입니다.


당신은 무엇을 믿으십니까. 

내일 지구가 망한다면 오늘 사과나무를 심을 베짱은 없습니다. 아마도 오늘 하루, 기억할 수 있는 모든 사랑을 부활시켜 슬퍼하지 않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그것이 소망이겠습니다.


비가 내립니다. 
소나기 앞에서 무력해진 우산없는 행인처럼
인생의 길엔 비가 내리고 구름이 끼고 맑은 날도 이어집니다. 


오늘 긴 하루는 내 긴 인생의 초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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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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