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이 가면 한 주가 다 간 듯합니다. 주요 일정이 전반부에 몰려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입병이 났습니다. 입술이 아니라 잇몸이라 보이지 않아 다행입니다.
요즘 연구 생각을 많이 하다보니 다른 사유를 할 새가 없습니다. 작은 블랙홀 하나가 제 뇌용량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종일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제안서 10개를 심사하면서 보냈습니다. 연구자들의 아이디어들이 담긴 제안서를 읽는 건 항상 배움의 과정입니다. 그래도 맘에 드는 제안서는 별로 없습니다.
잘 쓴 제안서는 내가 동의하고 말고를 떠나서 잘~썼다는 생각이 듭니다. 흠잡을데가 없습니다. 그런데 좀 그랬습니다. 뭔가 뛰어난 아이디어, 뭔가 놀라운 연구방법, 뭔가 도전적이고 답이 예스건 노우 이건 중요한 결과가 되는 그런 연구, 물론 쉽지 않습니다.
오늘 책을 받았습니다. 앤터니 플루의 [존재하는 신]입니다. 이 철학자의 책을 읽으려 오래 기다렸는데 드디어 손에 들어왔습니다. 책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진호 (Kee Jinho) 선생님.
어제는 알라딘 서점에서 김대식 교수의 [빅 퀘스쳔]을 읽었습니다. 빅 퀘스쳔은 던졌지만 답은 찾기 어려운 법입니다. 참 용감하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손석희 사장이 한 권의 책을 읽으려면 열배를 읽어야 한다는 얘기를 언급했나 봅니다. 그럴리가요. 그건 뛰어난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겁니다. 한권의 책을 쓰려면 최소 100권은 읽어야 합니다. 그래도 부족하죠.
읽을 책들이 쌓여있으면 부자가 된듯 뿌듯했는데, 요즘은 밀린 숙제처럼 부담이 있습니다. 책임은 커지고 말할 기회는 많아지는데 공부가 미진하면 꼰대밖에 되지 못합니다.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읽는 자와 읽지 않는 자. 읽지 않는 자들에게 끌려가지 않도록 잘 수련해야겠습니다.
오늘 저녁엔 논문 쓰는 일은 미루고 앤소니 플루를 읽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