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기_이야기 22 "각기 종류대로"는 무슨 뜻?
창세기 1장에 나오는 "각기 종류대로" 라는 표현을 가지고 동물은 각각 따로따로 창조되어야 한다며, 성경이 생물진화를 부정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각기 종류대로"라는 표현은 생물이 서로 연관성 없이, 따로따로 창조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진화의 방법으로 생물이 창조되면 안된다는 뜻도 아니다.
창세기 1장은 창조사역의 인과관계나 작동원리, 시간과 순서를 과학적으로 기술한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창세기 1장은 무에서 뭔가를 만들어 낸 과정, 우주나 지구나 생물의 기원, 즉 물질적 창조의 과정을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미 존재하고 있는 물질들을 대상으로 기능과 질서를 부여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빛과 어둠과 물과 땅이 뒤죽박죽 섞여있는 그 혼돈의 세계에 (1장 2절) 등장한 만물의 주인인 창조주가 빛과 어둠을 나누고 물과 땅을 나누면서 하나씩 질서를 부여하는 놀라운 창조의 역사를 기술한다. (이건 자연사의 연대기를 기술하는 게 아니다.)
건축물 폐기장 같던 뒤죽박죽의 물질세계는 주인의 등장과 사역으로 하나씩 정리되고 하나씩 기능이 부여된다. 기둥이 세워져 집을 받치고 벽돌이 세워져 집 안팎을 나누고 지붕이 만들어져 해와 비를 가리고 창문이 만들어져 안에서 밖을 볼수 있도록 질서와 기능이 부여된다.
창세기 1장은 벽돌과 시멘트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기와와 창문은 어떻게 만들었는지, 벽돌을 먼저 쌓았는지 지붕을 먼저 쌓았는지, 배관은 동으로 했는지 플라스틱으로 했는지에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창세기 1장은 물질의 창조 (무에서 유로의 창조)를 기술하지도 않고 질서가 부여된 과학적 원리를 설명하려는 의도도 없기 때문이다. 창세기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창세기 1장은 무질서한 세계에 질서를 부여한 창조주의 창조사역을 드러낸다. 그 사역은 창조주로서의 왕권과 신의 명령에 따라 질서있게 변한 창조세계를 드러낼 뿐, 과학을 가르쳐 주진 않는다.
첫 질문으로 돌아가서,
창세기 1장에 나오는 "각기 종류대로"라는 표현은 생물들이 따로 따로 창조되었다는 뜻이거나 하나님이 진화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다. 개와 사자가 섞인 형태의 무질서, 말과 사람이 섞인 형태의 무질서가 아니라, 각기 종류대로 질서있게 창조하셨다는 뜻이다.
존 윌튼의 "아담과 하와의 잃어버린 세계"에서 몇자 인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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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종류대로" 라는 표현은 짐승이 번식하는 일에서도 질서가 우선함을 알리는 진술이다. 상어는 상어를 낳지, 게를 낳지 않는다. 전자리상어는 전자리상어를 낳지, 노랑가오리를 낳지 않는다. 이는 셋째 날에 하나님이 식물에게 각기 다양한 종류대로 씨를 낳으라고 명령하셨던 것과 같은 종류의 진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