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의 글과 칼럼

[과도기_이야기] 34번째. 이중잣대의 위험성: 뉴턴의 프린키피아 vs. 다윈의 종의기원

별아저씨의집 2018. 5. 1. 21:00
#과도기_이야기 34번째

이중잣대의 위험성: 뉴턴의 프린키피아 vs. 다윈의 종의기원 (2015년 5월 1일)
얼마전 창조과학회 초기 멤버셨던 어느 교수님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젊은지구론에 문제가 많다며 지구의 연대가 오래되었고 우주가 오래되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런 얘기를 들으며 잘못된 젊은지구론을 주장하는 창조과학회를 왜 그냥 두셨는지 궁금했습니다.

아마도 친구관계 때문이었나 봅니다. 창조과학회 분들이 다 친구들이다 보니 비판하지 못했다는 얘기로 들렸습니다. 글쎄요.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못되었음을 알고도 비판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끼치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이 참 그랬습니다. 그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과학 때문에 (과학이 알려주는 내용들을 수용하고 젊은지구론 같은 주장은 말도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앙을 버리고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정말 모르시는 듯 했습니다.

대화가 끝나갈 무렵,
뉴턴의 프린키피아와 다윈의 종의 기원을 언급하면서 역사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두 책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뉴턴의 프린키피아는 선한 영향을 주었고 다윈의 종의 기원은 무신론, 공산주의, 유태인 학살 등의 원인이 된 나쁜 영향을 준 책이라고.

유대인 학살이니 공산주의니 등이 진화론 때문이다라는 주장은 많이 들었지만 제대로 된 근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 분 얘기를 들으면서 근거는 대지 못하고 그냥 주장만 되풀이하는 모습이 참 답답했습니다. 과학적 근거, 즉 경험적 증거가 중요하다고 내내 이야기 하다가 이 주제로 옮겨가자 어떻게 그렇게 근거없이 일방적 주장을 하시는지.. 답이없습니다.

만일 다윈의 종의기원이 무신론이 퍼지게 하는 원흉이었다면 뉴턴의 프린키피아는 도대체 어떻게 선한 영향을 미쳤다는 말일까요?

미신적이던 생각들을 넘어 자연세계에 질서를 부여하고 인과관계 설명이 가능하게 하면서 자연과학이 탄생했기에 뉴턴의 프린키피아가 위대하다고 하시더군요. 그렇다면 똑같은 맥락에서 생물의 세계에 대해 인과관계 설명을 가능하게 한 다윈의 종의 기원은 왜 그렇게 평가할 수 없는가라고 물었더니 그것은 경우가 다르답니다. 흠.. 무엇이 다르다는 걸까요?

반대로 뉴턴의 프린키피아의 경우, 천사들이 달과 행성을 끌면서 운행한다고 믿었던 사람들에게 중력이라는 인과관계로 천상의 움직임을 설명한 뉴턴의 설명은 다름없는 무신론이었고 매우 위험한 반기독교적 사상이었지요. 자연세계에서 신의 자리를 배제하고 신의 위대한 창조와 섭리를 위축시킨 위험한 사상이라고 여겼던 것이죠. 지금 진화이론이 위험하다고 여기듯이 말입니다. 그런 얘기를 했더니 뉴턴의 법칙들은 또 경우가 다르답니다. 흠..

완전 이중잣대입니다. 물리적 세계와 생물의 세계는 엄연히 다릅니다. 그러나 자연이라는 것을 다루는 과학의 설명은 기적을 찾는 설명이 아니라 인과론적 설명입니다.

사실 자연세계를 인과관계로 설명하기 시작한 과학이 발전하면서 신의 창조나 섭리를 기적적인 방식으로만 이해하던 사람들에게는 충격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근대과학이 성립하고 과학적 설명이 경험적 증거들을 토대로 인정받고 확고해지면서 신이 창조하고 섭리하는 방식이 기적뿐만 아니라 자연법칙을 통해서 그리고 인과관계들을 통해서 일어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태양계의 행성들이 중력에 의해서 운동한다는 설명을 반기독교적으로 보고 거부하면서 뉴턴의 중력이론은 틀렸고 천사들이 행성을 직접 끌고 다니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없어진 것이죠.

진화이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존 폴킹혼은 예측합니다. 몇백년 후 진화이론이 과학계를 넘어 일반인들에게까지 퍼지고 설득된다면 생물의 종의 분화 현상을 인과관계로 설명하는 진화이론 때문에 기독교 신앙에 도전을 받는다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거라고 말입니다.

결국 이 분이 뉴턴의 프린키피아는 받아들이면서 다윈의 종의기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 진화이론이 일반인들에게 까지는 퍼지지 못한 이유와 같을 것입니다.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성을 주장한 지 50년이 지난 시점에도 그 이론을 받아들이 사람이 10명이 되지 않았고 일반인들이 받아들이기 까지는 2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쉽게 얘기하면 뉴턴의 이론이 잘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과학계를 넘어 일반인들도 그 내용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일 정도로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고, 진화이론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는 과학계를 넘어 일반인들이 그 내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시간이 충분히 흐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수 있는 것이죠.

더 쉽게 말하면 진화이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대화를 나눈 분의 경우 진화이론이 가설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하면서 최근 10년 동안 진화생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어떤 연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시더군요. 그러면서도 자신의 전공분야가 아닌 내용을 그렇게 평가하는 것은 아마도 이해의 부족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어쨌거나 이중잣대는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논리적 오류입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는 것이 옳은 태도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