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의 글과 칼럼

[무크따_이야기] 5번째 -- 달이 빛을 낸다구요?

별아저씨의집 2016. 4. 5. 01:42
무크따_이야기 5번째  

달이 빛을 낸다구요?

달밤에 시골길을 걸어보면 달빛이 얼마나 밝은지 실감합니다. 하지만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합니다. 옛날 사람들은 달이 스스로 빛을 낸다고 생각했지만 달은 태양 빛을 반사할 뿐입니다.


그런데 창세기는 달이 광명체라고 기술합니다. "하나님이 두 큰 광명체를 만드사 큰 광명체로 낮을 주관하게 하시고 작은 광명체로 밤을 주관하게 하시며..." 해와 별과 똑같이 달을 광명체(혹은 광명 혹은 빛)라고 합니다.

달은 정말 광명체인가요? 빛을 내나요? 성경이 옳은가요? 과학이 옳은가요? 이런 예도 있지요. 창세기는 하늘(궁창) 위의 물과 하늘 아래 물을 나누어 만드셨다고 기록하는 반면, 과학에 의하면 하늘 위에 물층이 있었다는 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성경과 과학이 모순되어 보이는데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크게 세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1) 전통적 해석을 고수하고 과학을 부정하는 방식, 2) 전통적 해석과 과학을 조화시키는 방식, 3) 전통적 해석을 수용하지만 창세기는 과학지식을 알려주려는 의도가 없다고 보는 방식. 자, 각각 달에 적용해 볼까요?

1) 성경기록에 따라 달은 분명히 광명체다. 그러니 달이 빛을 내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과학이 틀렸다.

2) 달이 원래 광명체였는데 타락 이후 스스로 빛을 못 내게 되었다. 혹은, 성경의 광명체라는 말은 스스로 빛을 내는 대상 뿐 아니라 빛을 반사시키는 대상도 포함한 거다. (그럼 빛을 반사하는 구름도 광명체겠죠)

3) 성경은 하나님이 달을 창조하셨다고 알려준다. 그러나 달이 빛을 내는 물리적 원인을 알려주려고 쓰이진 않았다. 고대인들은 달도 태양처럼 빛을 낸다고 생각했고 그들을 대상으로 쓰인 창세기가 달을 광명체로 기술한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 구절을 과학적 텍스트로 읽어서 달이 스스로 빛을 낸다고 성경이 가르친다고 주장하면 그건 무리다.

물층도 마찬가지입니다. 1) 6일 창조기간 동안에 하나님이 물층을 만드신거다. 물층이 없었다는 과학은 틀렸다. 2) 물층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졌다. 노아홍수 때 비가 되어 쏟아졌다. 3) 하나님이 바다와 육지와 하늘을 창조하셨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늘 위에 물층이 있다는 상식을 가진 고대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준 거다. 하지만 물층이 실제로 있었다라고 주장하면 성경의 의도를 넘어서는 셈이다.

최근 어느 목사님도 비슷한 예화를 들었습니다. 성경은 토끼가 되새김질을 한다고 기술하지만 과학은 토끼 되새김질을 하지않는다고 알려줍니다. 이에 대한 이해방식은 1) 과학이 틀렸다. 토끼는 되새김질한다. 2) 토끼는 되새김질을 했었는데 인간의 타락이후 더이상 되새김질을 안한다. 3 성경의 1차 독자들은 토끼가 되새김질한다는 상식을 갖고 있었고 그들을 대상으로 성경이 쓰여졌다. 하지만 그 본문으로 토끼가 되새김질한다고 주장하면 성경이 말하는 바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런 예는 많습니다. 무크따에도 언급했지만 열왕기상의 물통도 그렇죠. 물통은 지름이 열자고 둘레가 서른자라고 나옵니다. 수학에 의하면 지름이 열자면 둘레가 (파이값을 곱해서) 31.4자가 되어야 합니다. 모순되지요. 이해방식은 이렇습니다. 1) 파이값이 3.14가 아니라 3이다. 2) 지름은 물통의 바깥 지름이고, 둘레는 물통의 안쪽 지름을 지칭한 것이다. 즉, 물통이 두꺼워서 안쪽 지름과 바깥쪽 지름이 다르고 성경은 오류가 없다. 3) 이 본문은 파이값이 3인지 3.14인지를 알려주려는 목적으로 쓰이지 않았다. 열자 단위로 반올림해서 대략적으로 서른자로 표현했다. 정확히 하자면 31.41592.... 자 라고 해야한다. 성경은 수학교과서가 아니다.

창조과학자들은 주로 1)이나 2)의 견해를 많이 따릅니다. 기독과학자들은 3)의 견해를 수용하는 편입니다. 물론 모든 것을 다 1)이나 3)으로 편가르는 건 옳지 않지요. 과학과 부딪히는 내용들에 관해 그런 면이 많다는 겁니다.

성경을 과학텍스트로 읽지 말자고 하면 마치 성경을 허구나 신화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걸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성경이 가르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자는 겁니다.

지동설과 천동설의 논쟁은 정확히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성경을 문자적으로 해석한 사람들은 지구가 움직일 수 없다며 지동설이 틀렸다는 1)의 주장을 폈고, 하늘가는 방법은 성경에서 배우고 하늘이 어떻게 가는지(운동하는지)는 자연에서 배우라던 갈릴레오는 3)의 주장을 펼친 것이죠.

지금 우리는 3)의 주장을 받아들입니다. 고대인들에게는 지구가 움직이지 않고 해달별들이 움직인다는 것이 상식이었고 그런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진 책이라고.

달이 광명체일까요? 아닙니다. 과거에는 빛을 내다가 이제는 낼 수 없게 된 걸까요? 아닙니다. 달이 광명체라는 표현은 창세기의 1차독자들의 상식을 반영한 표현입니다. 이것도 우리는 받아들일 수 있지요. (아니라구요. 그럼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왜 여전히 하늘 위에 물층이 있었고 지구의 나이는 만년이라고 주장하는 걸까요? 과학을 부정하는 창조과학의 주장처럼 1)이나 2)를 따라야 성경을 믿는 것이고 3)을 따르면 성경을 안 믿는 것처럼 생각하는 건 맞지 않습니다. 만일 이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지동설을 받아들인 이후에 모두 성경을 안 믿는 무신론자가 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