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2016년에도 신앙과 과학에 다리놓는 사역은 계속된다.

별아저씨의집 2016. 1. 1. 21:33
저를 잘 아는 어느 사역자가 그러더랍니다. 창조과학의 심각성은 꼭 해결되어야 하지만 우교수님이 창조과학과의 싸움의 전면에 안 나셨으면 좋겠다고. 그 이유는, 저를 덮어놓고 욕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마음이 아프고, 인격적으로 저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저를 날카로운 싸움꾼으로만 알고 평하고 욕하는 것이 싫어서랍니다.
2016년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신앙과 과학 관련 사역은 어떻게 해야할까를 생각하면서 지난 한 해를 돌아보니 욕도 참 많이 먹었습니다. 예수믿고 꼭 구원받으라는 모욕이나 진화론을 설파하기 위해 기독교인인척 한다는 색깔론이나 과학자가 신을 운운한다는 무신론자들의 비웃음을 접하면, 처음엔 머리뚜껑도 열리고 화도 났지만 이제 이런 것들은 일상이 되었고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들으려 하지 않고 대화가 되지 않는 분들은 설득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밤에 잠자는데 옆집 개가 짖으면, 옆집에 건너가서 한밤중에 짖으면 시끄러우니 그만 짖으라고 설득하지 않듯이, 그냥 시끄럽다 생각합니다. 물론 의견이 달라도 대화를 하겠다는 분께는 얼마든지 열려있습니다.
저를 염려하고 아끼시는 분들에게는 제가 욕먹고 오해받는 모습이 안타깝고 화도 나시겠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저도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꽤나 들었던 2015년이었지만 그래도 가야합니다. 왜냐하면 더 중요한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를 비난하는 분들은 왜 비난하는 걸까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제가 기독교인들을 진화론에 물들게 하고 결국 신앙을 갉아먹게 한다는 판단때문입니다. 창조과학자들이 저를 이단취급하는 이유도 물론 그들의 비과학적인 주장과 신학적으로 문제가 많은 성경해석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인 동기는 진화론에 물들어 기독교가 무너질까봐 입니다. 내용은 차치하고서라도 이 근본적인 염려와 마음에는 진정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이 더 중요할까요? 내가 옳다고 믿는 창조과학과 근본주의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할까요? 아니면 교회를 떠나고 신앙을 잃어버리는 아이들과 청년들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할까요?
제가 보기에는 아이들과 청년들을 믿음 안에 지켜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진화론에 물들어 자기 아이들이 신앙을 잃어버릴지 모른다고 염려하는 분들, 그래서 주일학교가 망할까봐 걱정되는 목회자들이 똑바로 바라봐야 하는 현실은 그 반대입니다.
우리가 정말 걱정해야 하는 것은 과학이 틀렸다고 가르쳐서 아이들이 청년들이 과학때문에 걸림돌이 되어 신앙을 잃고 교회를 떠나는 일입니다. 진화론 때문에 떠나는 것이 아니라 교회에서 잘못 가르치면 걸림돌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판단은 다릅니다. 저를 비난하는 분들은 진화를 가르치고 과학을 가르치는 것이 신앙의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저는 과학시간에 배우는 내용들이 거짓이라고 교회에서 가르치는 것이 그래서 과학을 신앙의 적으로 잘못 오인하는 것이 신앙의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하는 것이지요.
저는 크리스천 과학자의 양심상 교회에서 거짓을 가르치는 것을 지켜보고 있을수만은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욕을 먹거나 제 지인들이나 페친들이 제가 욕을 먹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와 하는 상황이 발생해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이 마음에 함께 해 주셨으면 합니다.
2016년 어떤 길로 인도하실까요? 2015년은 의도하지 않게 갑자기 창조과학의 문제점을 드러내는데 힘을 쏟게 되었는데 2016년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대중과학 쪽에 더 집중하고 싶지만, 신앙과 과학 강의와 글쓰기는 계속 해나가야할 사역이리라 생각합니다.
창조과학의 문제를 짚어내고 신앙과 과학에 적합한 다리를 놓는 일은 단지 과학만의 일은 아닙니다. 한국교회에 편만하게 깔려 있는 반지성주의, 무례함, 물신숭배, 목사사제주의, 영과 육의 이원론, 혼합주의 등등은 모두 같은 병의 다른 증상일 뿐입니다.
그러니 한국교회의 미래를 걱정하는 분들, 그의 나라의 도래를 기다리는 분들 모두 함께 복음의 진보를 위해 작은 고통쯤은 감수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