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의 글과 칼럼

[신문기고] 창조과학은 약이 될까, 독이 될까? - 지구나이 논쟁은 없다.

별아저씨의집 2015. 1. 9. 16:27

2015년 1월 9일 벤쿠버 크리스천신문 특별기고2


창조과학은 약이 될까, 독이 될까? - 지구나이 논쟁은 없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창조과학은 기독교에 약이 될까, 독이 될까? 이렇게 물으면 많은 기독교인들이 당황할지도 모른다. 과학과 맞서 싸우며 복음을 변증하는 창조과학이 기독교에 독이 될 수도 있다니 무슨 소리인가? 흔히 오해하듯 대답이 그리 단순하지는 않다. 다양한 신학적, 과학적  문제를 안고 있는 창조과학이 복음전파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창조과학의 주류입장은 젊은지구론(young earth creationism)이다. 지구는 최근, 즉 약 만년 전에 생성되었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우주가 백 억년 이상 오래 전에 생성되었다는 것도 거부한다. 천지창조는 약 만년 전에 있었다는 주장이다.

   

17세기 아일랜드의 주교 어셔는 창세기 족보를 거슬러 올라가 창세기 1장의 창조가 기원전 4004년에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그는 10월 23일 일요일에 창조가 시작되었고 11월 10일에는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났다고 계산했다. 물론 폐기된 성경해석이다.

   

17세기까지 사람들은 천동설을 믿었고 수천 년 전에 지구가 생성되었다고 생각했다. 노아의 홍수 때 지표면의 지질현상들이 생성되었다고 믿었다. 그러나 18세기와 19세 초를 거치면서 젊은지구론에 반대되는 다양한 증거들이 나왔다. 다윈의 진화론이 나오기도 전에, 이미 지질학계에서는 지구가 매우 오래 전에 생성되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 된다. 젊은지구론의 오류가 점점 확실해 지자, 그 다음에는 간격이론, 날-시대 이론, 성숙한 지구론 등이 등장한다.과학이 보여주는 오래된 지구와 창세기의 문자적 해석을 조화시키려는 노력이었지만 작위적이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론들이었다.




 20세기가 되면 지구가 오래되었음은 명백해 진다. 대륙이동이나 빙하층에 관한 연구가 시작되었고, 동위원소를 이용한 연대측정으로 지구나이가 수십억  년이 된다는 것이 알려졌다. 지구뿐 만이 아니다. 달탐사에서 가져온 달의 운석과 소행성에서 떨어진 운석의 나이를 측정해 보면 46억년을 가리킨다. 지구와 태양계가 46억년 전에 창조되었다는 말이다.  

     

지구의 나이는 더이상 과학의 주제가 아니다. 지질학, 천문학, 생물학을 비롯한 과학 전반에 오랜 지구를 가리키는 압도적인 증거가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지구와 태양계, 그리고 우주를 매우 오래 전에 창조하신 것이 분명하다.

   

안타깝게도 20세기 중후반에 창조과학 운동이 일어나면서 젊은지구론이 부활했다. 극단적 문자주의로 창세기를 해석하는 안식교에서 성장한 조지 프라이스는 그랜드 캐년과 히말라야 같은 지질현상들이 노아의 홍수로 인해 생성되었다는 홍수지질학을 주장했다. 과학자들에게 전혀 인정받지 못한 프라이스의 홍수지질학은 헨리 모리스를 중심으로 한 창조과학의 핵심 주장이 된다.


신앙과 과학에 관한 강의를 하다보면 젊은지구론의 증거들이 많다고 들었다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창조과학자들이 교회들을 돌며 젊은지구론을 퍼뜨렸기 때문에 많은 기독교인들은 젊은지구론과 오랜 지구론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는 것으로 오해한다. 교회 안에 매우 심각한 정보의 불균형이 있다는 뜻이다. 


만일 창조과학의 주장처럼 동위원소 연대측정법이 틀렸고 지구나이가 정말 만 년 밖에 되지 않는다면, 비전문가인 교인들 앞에서 그런 주장을 할 것이 아니라 과학연구를 통해 입증하면 될 것이다. 노벨상은 따 놓은 당상이겠다. 과학계가 자연주의에 물들어 타락했기 때문에 그런 노력은 소용없다고? 그렇게 주장한다면 정말  기가막히는 음모론이다.


성경은 창조방법이나 창조순서를 과학적으로 알려주려고 쓰여진 책이 아니다. 성경은 창조주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책이다. 성경저자가 의도하지 않은 내용까지 읽어내려고 하면 종교개혁자들이 경고한 것처럼 오류를 범하게 된다. 


하나님이 주신 또 하나의 책, 자연을 보라. 자연은 창조세계가 매우 긴 시간동안 놀라운 하나님의 지혜를 통해 창조되었음을 알려준다. 이름만 과학인 창조과학 때문에 많은 지성인들이 예수의 삶과 죽음과 부활에 대한 복음도 같은 수준의 쓰레기라며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런 걸림돌은이제 심각히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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