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2일 벤쿠버 크리스천신문 (특별기고1)
인터스텔라의 우주에 담긴 창조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헐리우드 영화 인터스텔라에 천만 관객이 들었다고 한다. 블랙홀과 우주여행이 소재가 된 영화라서 교육적 효과를 기대한 가족단위의 관객들도 많았단다. 우주와 블랙홀을 연구하는 일을 업으로 삼다보니 다양한 질문을 받는다. 웜홀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블랙홀을 통한 여행이 가능한지, 블랙홀 근처에서는 정말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지… 영화를 보면 밀러 행성에서 보낸 1시간이 지구의 7년에 해당된다는 점이 신기하긴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의 시간지연 효과에 따라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인터스텔라(interstellar)라는 말은 별들 사이의 공간을 의미한다. 광대한 우주공간은 사실 대부분 인터스텔라라고 할 수 있다. 수천 년 동안 인류는 우주로부터 영감을 받고 우주를 탐구했지만 여전히 우주는 신비롭다. 그러나 과학은 우주 역사를 조금씩 밝혀왔고 우리는 광대한 우주역사에 대해 어느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과학은 우주가 진화한다고 알려준다. 시간에 따라 변했다는 뜻이다. 한 점 만큼 작았던 우주는 점점 팽창하였고, 오늘날 우주크기는 빛의 속도로 백억년을 날아간 거리보다 더 커졌다. 그 긴 역사 동안 우주는 마치 아기가 성인으로 성장하듯 암흑물질이 중력으로 뭉쳐져 우주의 뼈대인 거시구조를 이루었고, 뭉쳐진 가스에서 태어난 수많은 별들과 은하들이 우주공간을 오색찬란하게 수놓기 시작했다. 별들의 죽음에서 탄생한 블랙홀들은 인터스텔라 영화에서 나오듯 신비한 현상들을 일으킨다. 우주가 시작된 지 138억년이 지난 현재, 우주공간은 수천억 개의 은하들과 별들, 그리고 블랙홀들이 역동적인 드라마를 펼치는 무대가 되었다.
인터스텔라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종교적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영화에 암시된 외계인이 신적 존재는 아닌지, 우주를 초월한 신이 정말 존재하는지. 물론 과학이 모든 것에 답할 수는 없다. 과학은 데이타에 기초해 자연현상의 인과관계를 설명해 낼 뿐이며, 경험적 현상을 넘어 모든 종교적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기 때문이다.
과학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입장은 크게 두가지로 구별된다. 하나는 창조과학같은 근본주의 적대적 견해다. 창조과학자들은 극단적 문자주의에 입각해서 성경을 과학교과서처럼 읽으며 그에 따라 지구와 우주의 나이가 만 년 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이 맞다면 인터스텔라를 다룬 물리학과 천문학, 그리고 지구역사를 다룬 지질학은 거짓이며 폐기되어야 한다. 천체물리학 대부분의 내용을 부정하는 창조과학의 입장에 물론 과학자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창조과학은 전혀 과학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과학이 틀렸고 신앙이 옳다는 잘못된 주장은 하나님의 창조를 왜곡하기 때문에 신학적인 문제를 안고 있으며 오히려 신앙에도 걸림돌이 되고만다.
두번째 입장은 과학을 통해 오히려 신앙의 풍성함을 얻는 견해다. 성경과 자연은 하나님이 인류에게 선물한 두가지 책이라는 전통에 입각해서, 과학을 통해 하나님이 창조하신 과정을 하나하나 이해한다. 이들은 138억년이라는 긴 시간을 통해 하나님이 우주를 창조하셨고, 하나님이 자연세계에 부여한 물리법칙을 통해 우주의 구성원들이 하나하나 창조되었다고 믿는다.
광대한 우주를 하나님의 창조물로 믿는 기독교인들이 현대과학의 성취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창조과학처럼 비과학적인 주장을 받아들여야만 기독교인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과학과 신앙, 그 어느 것도 부정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자연과 성경의 저자가 한 분 하나님이라는 점에서 분명하다. 믿는 자들에게는 과학이 창조의 신비를 드러내고 오히려 하나님을 더 찬양하게 만든다. 인터스텔라의 우주에 담겨있는 창조주의 손길이 경이롭고 신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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