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신앙 관련 강의를 하다보면 가끔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질문: 하나님이 아담을 창조하실 때 아기가 아닌 성인으로 창조하신 것처럼 지구도 오래된 지구처럼 보이도록 창조하신 것이 아닐까요?
이 질문은, 과학이 지구 나이를 46억년이라고 결론을 내리는 데 반해, 젊은지구론(young-earth creationism)은 지구 창조는 약 만 년 전에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는 모순에서 출발합니다. 성경을 잘못 해석해서 우주와 지구를 포함한 천치창조가 약 만 년 전에 있었다고 보는 젊은지구론은 과학이 틀렸다고 주장합니다. 가령 동위원소 연대측정법을 인정하지 않고 빅뱅우주론도 틀렸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비해서 성년창조론은 젊은지구론과 약간 다릅니다. 이 관점은 실제 창조는 약 만 년전에 이루어졌지만 이미 나이가 오래된 상태의 지구를 창조했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성년 창조론 (Appearence of age interpretation) 혹은 성숙한 모습으로의 창조론이라고 불립니다. 아담으로 비유하자면 30살 성인의 몸을 가진 아담을 어제 창조하셨다면, 아담은 어제 창조되었지만 30년 나이를 먹은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구도 46억년 나이를 먹은 지구의 상태로 만년 전에 창조했다는 것이지요.
페북에 어떤 분이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만약 어제 창조된 아담의 나이를 과학자들이 계산한다면 한살로 계산하지 않을것 같습니다. 그럼 하나님이 지구를 창조하셨을 때 어린 지구가 아닌 성장한 지구를 창조하셨다고 생각할 수는 없나요? 처음부터 지구를 만들 때 0살 지구가 아니라 46억년 늙은 지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천문학과 지질학에 따르면 지구가 엄청 늙었다고 하는데 하나님이 지구를 만든 다음날 과학자들이 계산을 했어도 똑같은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지금 과학자들이 나이를 계산해보면 지구 나이가 많겠지만 사실은 처음 창조될 때부터 나이가 많은 성인 지구로 창조되었다고 볼 수 는 없을까요?"
성년창조론'의 핵심은 만 년 전에 창조하셨지만 46억년 오래된 지구처럼 보이도록 창조하셨다는 것입니다. 아담을 아기가 아니라 성년으로 창조하신 것처럼 우주도 그렇게 창조하셨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성년으로 창조된 아담의 비유를 계속 사용하자면 이렇게 물을 수 있습니다. 아담에게는 어린시절 기억이 있을까요? 유치원, 초등학교 앨범도 있고 친구들에 대한 추억도 있고 그래도 될까요? 만일 기억이 있다면 문제가 생깁니다. 성인으로 창조된 아담이 경험하지도 않은 어린시절의 기억을 갖고 있다면 그것은 허구가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30살 성인으로 아담을 창조하셨다면 생물학적인 몸만 30년 된 것처럼 보이게 할 뿐만아니라, 30년 동안 마치 진짜 인생을 살아온 것처럼 기억까지도 다 창조해서 아담의 머리 속에 넣을 수는 있겠지요. 만일 그렇다면 아담이 성년으로 창조된 것인지, 아니면 어린시절을 거쳐 성년이 된 것인지를 아담 스스로도 전혀 알 수 없을 것이고, 과학적으로는 전혀 구별할 수 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담의 몸도 30년의 나이를 말 해주고 초중고 학적부와 앨범과 셀카 사진들이 모두 30년을 살아온 아담의 인생을 보여줄테니까요.
그러나 만일 경험하지도 않은 과거역사까지도 경험한 것처럼 창조해 넣었다면 여기에는 심각한 신학적 문제가 생깁니다. 성년으로 창조된 아담이 경험하지도 않은 일을 마치 경험한 것처럼 추억을 갖도록 창조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전능성에는 위배되지 않겠지만 하나님을 사기꾼처럼 만드는 것입니다. 전능한 신은 물론 이런 일을 할 능력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가능할테니까요. 가령, 지금 여러분이 이 글을 눈으로 읽고 있지만 사실은 이 글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여러분이 이 글이 마치 존재해서 눈으로 읽히는 것처럼 하나님이 그렇게 만드셨다고 누군가가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 주장을 결코 반박할 증거는 없는 것이죠. 하지만 도대체 하나님이 왜 있지도 않은 일을 있었던 것처럼 그렇게 우리의 눈을 속이듯이 창조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게 엉뚱하게 주장하는 것보다는 실제 역사를 경험하도록 하나님이 창조하셨다고 보는 것이 신학적으로 훨씬 설득력이 있는 것이지요.
지구와 우주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구도 화석기록과 같이 오래된 지구의 역사를 보여주는 과학적 증거가 많고, 특히, 우주의 경우는 우리가 과거를 직접 보고 관측할 수 있습니다. 빛이 우리에게 오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먼우주를 보면 과거를 보게 되기 때문이죠.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물리적으로 관측하고 있는데 그것이 모두 시간에 따라 실제 일어난 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하나님을 사기꾼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물론 하나님은 모든 인간을 속이고 사기를 칠 능력이 있는 전능한 분이라는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겠으나 과연 하나님이 그렇게 하셨겠는가라는 것은 신학적인 문제이죠. 대답은 자명해 보입니다.
성년창조론은 여전히 창세기를 문자적으로 해석하고 그래서 지구를 약 만년 전에 창조하셨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젊은지구론과 같은 성경해석학의 문제를 그대로 안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구의 나이가 오래되었다는 과학의 결론과 지구가 최근에 창조되었다는 젊은지구론의 주장을 어설프게 조화시키려고 하는 잘못된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큰 신학적 문제를 갖게 된 것이죠. 이렇게 과학과 성경을 일대일로 조화시키려는 노력은 끝없이 실패해 왔으며 결국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성경이 과학적 내용을 알려주려는 목적을 갖고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경이 말하려고 하지 않는 내용까지 성경에서 읽어내려고 한다면 결국은 모순과 신학적 문제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성년창조론은 이미 오래전에 신학적으로 폐기된 입장이라고 볼 수 있지만 현재도 이런 주장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