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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 사이언스플라자] 외계행성을 찾아서

별아저씨의집 2013. 4. 25. 00:08

[매일경제신문 사이언스플라자] 2013년 4월 24일


외계행성을 찾아서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우리는 모두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첨단과학 시대인 21세기에도 이 질문은 유효하다. 몇 년 전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철학은 쓸모없이 낡았고 신은 필요 없다는 과감한 주장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과학지식 한계를 넘어 인간 기원에 대한 질문은 계속되고 있다. 

흥미로운 질문 중 하나는 과연 `지구 밖 외계에도 생명체가 존재하는가`이다. 

외계 생명체 존재에 대한 기대는 고대 신화나 경전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중세 서구에는 전능한 신은 하나 이상 세계를 창조했을 것이라는 사상이 있었고, 16세기 이탈리아 가톨릭 철학자 지오다노 부르노는 우주는 무한히 크며 무수히 많은 별들로 가득 차 있고 각 별은 지구와 같은 행성들을 거느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물을 비롯한 생명체가 그 행성들에 살고 있다고 믿었다. 



현대에는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과학 탐사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추진하고 있는 케플러 탐사가 대표적이다. 외계 생명체를 찾으려면 먼저 지구처럼 생명체가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진 행성을 찾아야 한다. 예산 6억달러를 들여 2009년 우주 공간에 발사된 케플러 망원경은 팔을 뻗었을 때 손바닥으로 가려지는 만큼 하늘의 한 조각을 관측하고 있다. 그 조각 안에 담긴 10만개 별을 모니터링하면서 외계 행성을 찾는다. 


만일 행성이 존재한다면 별 앞으로 행성이 지나갈 때 별 표면을 약간 가리는데 그 결과 별빛이 `1만분의 1` 정도 미세하게 줄어든다. 지구형 행성이 1년에 별 주위를 한 바퀴 공전한다면 케플러가 3.5년간 탐사하는 기간에 약 세 번 미세한 밝기 변화가 기대된다. 그 변화를 자세히 분석해 행성 크기를 비롯해 별과 행성 사이 거리 등을 알아낸다. 지난 3년 동안 케플러 망원경은 외계 행성 후보 약 3000개를 발견했고 그중에서 122개가 외계 행성으로 확인됐다. 추가 관측을 통해 나머지 후보 대부분도 외계 행성으로 판명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사이언스와 천체물리학 저널에는 지구와 비슷한 행성들이 발견됐다는 논문이 실렸다. 지구에서 약 1200광년 떨어진 케플러62라는 별은 5개 행성을 거느리고 있는데 그중 케플러62e와 케플러62f로 명명된 두 행성은 지구와 비슷한 크기인 데다 지구~태양 사이 거리만큼 별에서 떨어져 있어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됐다. 2700광년 떨어진 케플러69 별도 2개 행성을 가지고 있는데 케플러 69b는 별에 너무 가까워서 금성처럼 물이 존재하기 어렵지만 케플러 69c는 지구처럼 물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발표된 3개 행성 중에서 특히 케플러62f는 크기가 지구의 1.4배며 공전 주기는 267일로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 행성 900여 개 중에서 지구와 가장 유사하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 행성에는 암석으로 된 지각과 함께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그래서 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대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외계 행성 존재에 대한 질문은 매우 오래됐지만 처음으로 외계 행성이 확인된 것은 1992년이었다. 

20여 년이 지난 현재 케플러 미션은 지구와 유사한 행성들 목록을 만들고 있으며 지구형 행성 약 50개를 발견하는 것이 목표다. 다음 단계는 쉽지 않겠지만 이 행성들을 직접 관측하고 행성 대기를 분석해 과연 생명체가 존재하는지 그 흔적을 찾는 일이다. 

외계 생명체가 발견될까. 지성과 문명을 가진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까. 이보다 더 흥미로운 질문도 없는 듯하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과학의 발견은 근거 없는 선입견과 닫힌 세계관을 넘어 인류의 눈을 밝혀줄 것이다. 과학이 발견할 다양한 가능성을 상상하는 것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