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안철수 후보의 논문 재탕 의혹

별아저씨의집 2012. 10. 1. 23:00




안철수 후보의 논문 재탕 의혹을 밝히라고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이 난리법석이군요.


석사학위 논문과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 같다고 재탕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상황을 보니 완전히 코메디입니다. 서울의대 교수들이 논문 재탕이 아니라고 설명을 해주어도 막무가내군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이공계 논문이 어떻게 나가는지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정말 재탕이라 생각할 듯 합니다.



보통 학위논문을 쓰기 위해 한 연구의 결과는 학위논문으로 작성해서 학교에 제출하기도 하지만 같은 내용을 전문학술지에 논문으로 냅니다. 


학교에 내는 학위논문은 사실 학교에 내는 논문입니다. 별로 접근성이 없지요. 그러나 연구결과는 학술지 같은 곳에 논문으로 실어서 학계에 알려야 합니다. 그러니까 별로 의미도 없는 학위논문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내용을 학술지에 논문으로 내야 하는 일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물론 학위논문 결과가 그렇게 훌륭하지 못하면 학술지에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최근에는 박사학위를 하는 동안 굵직하게 진행한 연구의 결과들을 하나하나 미리 학술지에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가 되어 학위논문을 작성하게 되면, 그동안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들을 모아서 묶어서 만드는 경우도 많지요. 이런 학위논문들은 농담삼아 "스테이플 논문 (staple thesis)"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그동안 출판된 논문을 스테이플로 찍어서 묶어서 만든 논문이라는 뜻이지요. 


반대로 학술지에 논문을 제출하고 심사받고 출판되는 과정이 늦어지면, 학위논문이 나온 뒤에 그 내용을 학술지에 논문으로 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니까 석사학위 논문이나 박사학위 논문 내용이 그대로 학술지에 논문으로 나가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오래된 얘기지만 제 경우에도 박사학위 논문에 서너가지 소주제가 실려있는데 3개 논문은 이미 학술지에 출판된 상태였고 나머지 1개 논문은 박사학위 받은 후에 학술지에 출판되었습니다. 


제가 지도하는 학생들도 학위논문을 전문학술지에 내려고 준비하기도 하고 이미 전문학술지에 나간 논문의 내용을 학위논문에 포함시키기도 하고 있습니다. 


사실, 학위논문이라고 하는 것은 이공계에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인문계 쪽은 학위논문 자체가 의미가 있고 책으로 출판되는 일도 있지만 이공계는 전문학술지에 논문으로 실려야 합니다. 


자, 이런 상황에서 보면 석사학위 논문의 내용이 나중에 학술지에 논문으로 실렸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얘기라는 것이 이해가 되시겠죠. 

만일 학위논문을 학술지에 논문으로 낸 것이 재탕이라면, 훌륭히 학위연구를 끝내서 학술지에 논문을 낸 사람들은 전부다  논문재탕한 사람들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지요. 물론 능력이 안되 학위논문 내용을 학술지에 논문으로 출판하지 못한 사람들은 뭐 이런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겠네요. 우습지요. 


조선일보는 3개의 표와 6개의 그래프가 완전히 같다고 아예 헤드라인을 뽑았습니다. 


이런 상황들을 보면 왠지 개그콘서트의 한장면으로 연출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철저한 검증은 필요하겠지만 아닌 것은 아닌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