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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 사이언스플라자] 만남의 장, 국제천문올림피아드

별아저씨의집 2012. 9. 6. 22:19



매일경제 [사이언스플라자] 만남의 장, 국제천문올림피아드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인생은 만남의 연속이다. 만남을 통해 우리는 꿈을 꾸고 사랑에 빠지며 미지의 인생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간다. 그 만남의 대상은 스승이거나 연인일 수도 있고 한 권의 책이나 한 편의 영화 혹은 모두 잠든 밤에 나 홀로 맞닥뜨린 아름다운 밤하늘과 같은 자연의 한 장면일 수도 있다. 

과학도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다. 많은 과학자들이 모여 교류하는 학회는 일종의 광장이다. 여러 대학이나 연구소를 방문하는 일도 만남을 위해서다. 이번 여름방학도 학회 참석과 공동연구를 위해 여러 나라를 오가며 고되지만 알찬 일정을 보냈다. 특히 지난 8월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천문연맹 28회 총회는 전 세계 천문학자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총회 개회식이 열리던 날 어느 고위 인사가 방문할 예정이라며 금속탐지기를 동원한 엄격한 보안검사가 이루어졌다. 개회식에 등장한 인물은 곧 중국 최고권력자가 될 시진핑이었고, 그의 출현은 천문학에 대한 중국 측 관심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국가 부주석인 시진핑은 연설을 통해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기초과학 연구가 매우 중요하며 특히 천문학은 기초과학에서도 매우 중요한 분야임을 강조했다. 과학연구가 열매를 맺으려면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하며 과학자들이 그 임무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서구에 비해 현대과학이 뒤져 있는 중국이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세계 리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임을 예측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한국에서도 또 하나 만남의 장이 10월 중순에 광주에서 열린다. 바로 2012년 국제천문올림피아드 대회다. 30개국에서 수백 명이 참석할 예정인 이 대회는 과학영재들이 천문학 이론과 관측 실력을 겨루는 교류의 장이다. 우리나라가 2002년부터 참가한 국제천문올림피아드는 수학, 물리, 화학 등에 비해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2007년, 2008년, 2010년, 2011년 등 4번이나 종합 1위를 차지하는 등 뛰어난 성적을 거두어 왔고 이를 통해 국제적으로 한국 과학의 위상을 드높이는 성과를 냈다. 

특히 이번 대회는 국내 학계의 긴 노력을 통해 한국에서 열리게 되었기에 더 의미 있는 대회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 우선 이 대회는 국내 과학영재들이 외국 영재들과 함께 선의의 경쟁을 통해 실력을 겨루는 만남의 장이다. 이런 경험은 어린 참가자들에게 과학에 대한 열정과 목표를 갖게 하고 국제적 시각을 열어주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둘째, 이번 대회는 우리나라 천문학과 기초과학 수준을 세계에 알리고 미래 과학계를 이끌어 갈 외국 과학영재들이 한국 과학과 문화를 만나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셋째, 국제천문올림피아드를 국내에서 개최함으로써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이를 통해 과학교육과 과학홍보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과학 실력을 겨루는 올림피아드가 대학을 가기 위한 고등학생들의 스펙 쌓기와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일부 비판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그러나 과학에 탁월한 학생들을 선발하고 그들에게 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는 좋은 교육과 만나는 기회를 제공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초등학교 시절에 공작대회에 나간 적이 있다. 전기공 흉내를 내서 전선을 연결했던 덕분인지 좋은 성적을 받아 학교대표로 뽑혔고 선생님을 따라 어린이회관에 가서 서울 각처에서 온 아이들과 공작 실력을 겨루었다. 그 일은 나에겐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흥분되고 가슴 벅찬 경험이었다. 과학자 인생은 어쩌면 그런 작은 만남들을 통해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이번에 열릴 국제천문올림피아드가 좋은 만남들을 많이 만들어내는 성공적인 대회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