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서평을 부탁받고 전해받은 프란시스 콜린스 박사의 책, '신의 언어'를 드디어 읽었다.
사실, 원서로는 3년전에 읽어서 자세한 내용들을 잊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번역본을 보는 맛이 왠지 새책을 읽는 듯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책을 읽으며 내가 이 책을 사람들에게 강추했던 이유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자세한 얘기는 서평에 담아야 할테니, 지금 공개하기는 그렇고..
번역에 대해서 몇가지 언급한다면 전반적으로 흔히 번역서들에서 볼수 있는 문장의 어색함들은 거의 발견할 수가 없다. 산뜻하게 번역을 잘 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군데군데 오역이 보인다. 명백하게 구문을 오역해서 의미를 틀리게 한 부분도 보이고 단어의 뜻을 오역한 경우도 있다. 저명한 물리학자이자 성공회 신부인, 존 폴킹혼을 외과의사로 번역한 것은 좀 씁쓸했다. 물리학자를 외과의사로 번역하다니. 각 소단위의 제목을 번역자, 혹은 출판사가 마음대로 바꾼것도 내 눈에는 티로 보였다. 그 절에서 다루는 내용의 핵심을 찌르는 원서의 소제목 대신 흥미위주의 소제목으로 바꾼것은 전략적 판단이었겠지만 보기 좋지는 않았다. 가장 맘에 들지 않는 것은 프란시스 콜린스 박사는 분명히 기독교의 신을 의미하고 있는데 역서에서는 '하나님' 대신에 '하느님'이라고 표기한 점이다. 심지어 성경을 인용하는 대목에서도 '하느님'이라는 표현을 썼다. 아무리 한국적 상황이 그래도 그렇지, 명백한 저자의 의도를 이렇게 바꾸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점들은 티라고 할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번역서를 읽는다는 느낌을 거의 못받을 정도로 편하게 글이 읽혔으니 번역이 그리 나쁘지 않다고 해야겠다.
책은 훌륭하다. 안 읽었다면 당장 사 보라!
어쨌거나 요즘 글복이 터졌다. 지나간 주엔 종강 하자마자 IVP에서 나올 번역서의 서문을 썼고, 이번 주말에는 '신의 언어'의 서평을 써야 한다. 다음주에는 교양과학도서의 추천사를 쓰기로 되어 있다.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은 사실 긴 작업을 요구한다. 특히 책과 관련된 글은 책에 대한 정독, 그리고 큰 그림을 다시 훑는 속독, 그리고 훑어가는 속독과 더불어 떠오른 아이디어들을 메모하는 작업을 하고, 그리고 책과 저자에 대한 뒷조사를 한다. 물론 책에 대한 평가가 어떤지, 특히 원서의 경우는 인터넷을 뒤져보기도 한다. 더 욕심이 나면 관련된 다른 책들과의 종합적 분석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그 작업까지 하기에는 부탁받은 원고량이 적은 경우가 많고 시간이 배로 들기 때문에 그 전에 대략 작업을 마무리 한다. 준비작업이 되면 글을 쓰기 시작하고 일단 글을 쓰다보면 초본은 보통 금새 완성된다. 그러나 표현을 가다듬고 뜻이 분명하고 읽기 좋게 구문을 가다듬고 약간씩 문장의 순서를 바꾸거나 전체적인 구도를 손보는 작업에 대부분의 시간이 들어간다. 그러고 나서는 전체 글을 읽고 또 읽고 칼라와 톤을 조절한다. 물론 막판에는 꼭 아내에게 보여주어 글이 잘난체 하고 있지는 않은지, 쉽게 읽히는지 등의 점검을 받는다. OK 싸인이 떨어지면 이메일을 보내고 한시름 놓는다. 그리고 또 한편의 글을 생산해 낸 것을 혼자 나름 뿌듯하게 생각한다. 쓸 때는 힘들어도 쓰고나면 남는 장사같다는 생각이 들기에 글청탁은 거절하기 힘든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