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종교 이슈/도킨스에게 딴지걸기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그 빈약한 논리를 짚어주라] 2. 이빨 요정을 믿으십니까?

별아저씨의집 2009. 1. 5. 13:31

도킨스의 주장: 신앙은 비합리적이다 -- 신앙은 정말 유아적인가?

리차드 도킨스 교수의 '만들어진 신'은 신에 대한 믿음은 비합리적이라는 것이 핵심주제이다. 이 핵심주제를 논하기 위해 도킨스는 여러가지 논증을 사용한다. 오늘은 그 중에서 신에 대한 믿음은 어린아이가 산타 클로스나 이빨 요정(tooth fairy)를 믿는 것이나 다름없이 유아적이며 그래서 버려야 한다는 그의 논증을 짚어보자.

어린아이들은 매년 성탄절이 되면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기다린다. 착한 어린아이에게 선물을 준다는 산타에게 잘 보이기 위해 12월이 가까와오면 아이들이 엄마아빠 말을 듣는 수준이 달라진다. 이빨을 뽑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고역이랄 수 있는데 이빨 요정이 이빨을 가져가는 대신 선물을 준다고 믿는 믿음을 통해 아이들은 이빨뽑는 고통을 감수한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산타를 믿거나 이빨 요정을 믿는 사람은 없다. 어른이 되면서, 교육을 받고 사고가 깊어지면서 어린시절 믿었던 산타나 이빨 요정에 대한 믿음은 자연스레 버리게 된다. 도킨스는 신에 대한 믿음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부모에 의해서 주입된 어린 시절의 신에 대한 믿음은 성인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버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어른이 되서도 산타를 믿는 것은 비합리적이듯 성인이 된 후에도 신이라는 존재를 믿는다는 건 우스꽝스런 비합리적인 일이라는 주장이다. 

신이 산타나 이빨요정과 같은 상상의 존재에 불과하다는 그 어떤 논증도 제시하지는 않지만 도킨스의 유비 자체는 그럴듯하다. 특히 기독교의 영향권에 놓인 사회에서 자란 사람들은 어린시절부터 부모에 의해 신의 존재와 신앙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우는데 그 과정은 어쩌면 산타나 이빨요정을 믿게 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유비에는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 물론 도킨스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어른이 되면서 어린시절의 신앙을 버린다. 그러나 문제는 그 반대의 경우도 만만치 않게  많다는 점이다. 어린시절에는 신을 믿지 않았는데 성인이 되면서 신의 존재를 믿게 되는 많은 사람들의 경우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어린시절에는 산타나 이빨요정의 존재를 믿지 않다가 성인이 되어서 산타나 이빨요정을 믿게 된 사람이 있을까? 성인이 되어서 신의 존재를 새로 믿기 시작한 사람들이 있다는 엄연한 사실은 신에 대한 믿음은 산타에 대한 믿음처럼 유아적이라는 도킨스의 유비가 별로 설득력이 없음을 잘 보여준다. 어른이 되어서도 산타나 이빨요정을 계속 믿는 경우를 비합리적이라고 말하겠지만, 신의 존재를 믿는 믿음도 그와 마찬가지로 비합리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 유비에서 도킨스는 신을 믿는 것이 합리적인가 비합리적인가를 구체적 논증을 가지고 논하지는 않았다. 그것을 따져보려면 좀 더 긴 논의가 필요하다. 그는 단지, 신에 대한 믿음을 산타나 이빨요정에 대한 믿음에 유비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유비는 앞에서 지적한 대로 별로 정확한 유비가 되지 못한다.

어른이 되어서 신을 믿게 된 사람들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 누군가는 그 사람들은 지적수준이 모자라거나 비합리적이라는 비판을 할 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되어서 산타를 믿게 된 사람처럼 비정상적인 사람일 것이라고. 과연 그럴까? 어른이 되어서 산타를 믿기 시작했다는 사람에게는 코웃음을 칠 수도 있겠지만 성인이 된 후에 신을 믿게 되었다는 사람에게도 똑같은 코웃음을 칠 수 있을까? 예를 들어보자. 도킨스가 생물학자이니 생물학자의 예를 드는 것이 좋겠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책임연구자인 프란시스 콜린스 박사는 무신론자였지만 의과대학 재학 중에 크리스챤이 이 되었다. 학문적 업적으로 보면 콜린스와 도킨스를 비교하기도 그렇다. 도킨스는 과학이야기를 대중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이 있음을 그의 저서들을 통해서 인정받았고 옥스포드 대학에서도 그가 하는 일도 과학대중화와 관련되어 있다. 반면 콜린스의 연구업적은 인간 게놈 프로젝트만 봐도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생물학 한 분야의 최첨단에 서있는 그를 비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치부하는 일은 도킨스에게도 벅차다. 하지만 콜린스는 어른이 되어서 신을 믿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되었다. 성인이 된후 신앙을 갖게 된 예로는 콜린스 이외에도 많은 지성인들을 꼽을 수 있다.

신에 대한 믿음은 산타나 이빨요정에 대한 믿음처럼 유아적이고 버려야 할 것이라는 도킨스의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