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종교 이슈/도킨스에게 딴지걸기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그 빈약한 논리를 짚어주라] 1. 열광적 과학근본주의, 과학자도 챙피하다.

별아저씨의집 2008. 10. 30. 12:32
무신론자들을 비롯하여 많은 학자들에게 과학근본주의라고 비판을 받는 리차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도대체 왜 이 책이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을까? 대략 대중의 인기를 얻는 길은 논리보다는 공격성에 있다. 치밀하게 자신의 주장을 전개해 간 책은 학자들에게 높이 평가받는다. 반면, 빈약하고 단순한 논리임에도 불구하고 무지막지하게 공격성을 들어내서 반대주장들을 갈기갈기 찢어놓으려는 시도들은, 그것이 절대로 반대주장들에 치명상을 입히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인기를 얻는다. 도킨스의 책이 인기를 끈 이유는 아마도, 기독교의 신앙은 그저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다는 속시원한 주장을 옥스포드의 명함과 과학의 권위로 포장하여 기독교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에게 떡 하니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반감은 있었지만 합리적으로 기독교를 공격하지 못했던 그들은 도킨스의 입심을 통해 통쾌한 대리 만족을 맛보는 것이다. 

과학자들에게는 오히려 과학의 권위를 손상시켰다고 비판받고, 신학자들에게는 신학과 종교를 피상적으로 이해하는 수준 이하의 시도라고 비판받고, 무신론자들에게는 도킨스가 공격하는 열광적 종교근본주의자들처럼 도킨스 자신도 열광적 과학근본주의의 함정에 빠진 거라고 비판받는 책. 그래서 사실, 별로 얻을 것이 없다. 깊이있는 무신론자들의 주장들에는 항상 귀를 기울여 종교인들의 실수와 도그마를 재점검하는 반성의 기회를 가져야 하지만 도킨스의 책은 전혀 그런 유익을 제공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킨스를 사랑하고 그의 논리를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많은 사람들, 그리고 도킨스의 주장이 기독교 신앙, 아니 종교계 전체에 뭔가 치명상을 입힌 것으로 오해하는 신앙인들이 많다. 그들에게 도대체 도킨스의 주장이 무엇이고 왜 그 주장들이 설득력이 없는지 보여 줄 필요는 있다.

그래서 가끔 글을 올리려 한다. 도킨스에게 딴지걸기 시리즈가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그의 책에 나오는 핵심적인 주장들을 하나씩 해부해 보는 작업을 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