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5월 19일 ....

별아저씨의집 2019. 5. 30. 22:42

너무 피곤했는지 곯아떨어졌다가 일어났습니다. 점심도 대략 거르고 강의하러 갔다가 1시간 걸려 집에 와서는 저녁먹고 잠이 들었네요. 체력이 예전같진 않나 봅니다.

 

오늘 성복중앙교회는 뚜렷한 기억으로 남을 듯 합니다. 작년에 고려대에서 열린 베리타스 포럼을 지원하면서 포럼에 참석하셨던 담임목사님이 오늘 제가 입고 간 옷을 알아보시더군요 ^^

 

고려대 앞에 자리잡은 교회인데 학원사역에 대해 깊은 관심과 비젼으로 섬기는 교회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1시간 반 강의 후에 이어진 청년들 질문도 좋았습니다. 사회를 맡은 분도 준비를 많이 하신 듯 감각있게 질의응답 시간을 진행했습니다. 보통 교회에서 강연하면 질의응답 시간이 짜임새가 없는 경우들이 있는데, 오늘 같은 진행이라면 제가 강의시간을 줄이고 질의응답 시간을 늘여도 좋겠습니다. 질의응답도 거의 1시간 진행된 듯 하네요.

 

마침 기도하러 나오신 담임목사님의 즉석 질문이 이어져서 유쾌하게 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합동교단의 매우 보수적인 교회에서 30년을 꼬박 보낸 저에게 뜨거운 찬양과 기도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예배 형식은 매우 익숙합니다. 모교회 이름을 댔더니 대번에 알아보시는 목사님은 인터넷으로 제 강의를 들으면서 제 신앙의 보수적 느낌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을 보내며 맛보고 체화된 전통의 그림자는 쉽게 가시지 않나 봅니다.

 

청년들의 표정이 참 좋습니다. 또랑또랑한 눈빛들과 골똘히 생각하는 진지한 표정들, 살짝 미소를 띄는 흐뭇한 끄덕거림들, 낮게 울리는 동의의 의성어들... 1시간 반만 강의하기에는 아까운 청중입니다.

 

오늘 요약 강의를 들었지만 과신대 기초과정1 온라인 과정을 들으며 천천히 하나씩 정리하면 좋겠다는 바램입니다. 4시간 강의가 15-20분 강의들로 나누어져 있으니 좋은 영양분이 될 거란 생각입니다.

 

끝나는 시간에 목사님은 이 청년들 중에서 몇 십년 뒤에 훌륭한 학자들이 그리고 사회의 리더들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램과 기도제목을 이야기 하셨습니다.

 

제가 청년 때에 그런 질문과 불만을 터뜨린 적이 있습니다. 목회자나 전임사역자 등의 경우에는 롤 모델이 있지만, 사회의 각 영역에 전문성을 가지고 직업을 갖고 일하는 분들 중에는 왜 롤 모델이 없냐는 불만이었습니다.

 

신앙좋고 헌신된 이들은 죄다 신학교로 가서 훌륭한 목회자가 되고 사역자가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문화와 예술계, 아카데미와 과학 등에는 왜 크리스천 리더들이 별로 없을까요? 물론 대학교수도 많고 학자도 많고 그분들이 교회에서 장로도 하고 청년부 부장도 하지만,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기독교인 목소리를 내는 건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이원론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납니다.

 

50줄에 들어가는 저는 더이상 질문하고 불만을 터뜨릴 자리에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20대 청년들이 던지는 왜 교회는 이모양 이꼴이냐는 질문과 불만에 답해야 할 처지입니다.

 

제가 롤모델이라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중고등생 강연 초청도 많이 받지만 저를 롤모델로 부르는 그런 강의들는 100% 거절합니다. 제 스스로 청소년들에게 롤모델로 비춰지는 것이 맞지 않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청년들에게 강의하는 이유도, 나를 따르라는 메세지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자로서 그리고 신앙인으로 제가 깨달은 내용들을 쉽게 설명해주고 그들의 짐을 덜어주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마지막 시간에 청년들에게 제가 롤모델처럼 비춰진듯 해서 조금 부담이 있었습니다. 나처럼 열심히 하면 너도 성공할수 있다는 식의 메세지로 청년들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우발적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길이 열리고 누군가에게는 그리 탐탁치 않은 길이 열릴 수도 있습니다. 문을 두드리지 않는 자에게 절대로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문을 두드려도 열리지 않을 수 있으며 그리 아니하실찌라도의 믿음을 가지고 우리는 예수의 도를 좇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청년공동체에 대한 책임감과 이들의 미래를 소망하는 비젼을 갖는다는 건 참 좋은 일입니다. 담임목사님과 교회 리더쉽들이 무신론과 과학의 도전을 새로운 선교지로 여기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그 프론티어에서 사역할 새로운 종류의 선교사, 즉 전문성을 가진 학자와 전문가들을 키워내면 좋겠습니다. 과신대 같은 사역도 선교사역으로 여기고 지원하면 좋겠습니다.

 

암울한 한국교회의 미래를 생각할 때 마음이 무겁지만 오늘 피상적일 수도 있지만 한번 만난 청년들의 공동체에서 밝은 빛줄기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