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기_이야기 19. 선악과인가, 아니면 인형극인가?
지난 번에 올린 "당신이 믿는 신은 마술사?"라는 글에 이어 오늘은 인형극의 신에 대해서 나눠볼까 합니다.
종종 그런 질문을 받습니다. 왜 하나님은 굳이 선악과를 만들어서 인류가 죄를 짓게 만들었나? 선악과 만들지 않고 인간이 선하게 살도록 했으면 더 좋았지 않았겠나? 왜 인간이 죄를 짓게 만들고는 예수를 보내서 구원의 길을 제시하는 건가? 그냥 처음부터 죄를 안짓게 인간을 창조했으면 되잖아?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당신이 신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가에 달려있습니다.
프라하에서 인형극 오페라를 본 적이 있습니다. 마치 살아있는 듯 인형들이 연기하고 노래합니다. 처음엔 뭔 인형극이냐 생각했지만 나름 유쾌했습니다. 하지만 인형극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죄다 인형에 불과합니다. 인형은 스스로 의지를 갖고 움직이지 않습니다. 모든 동작은 가느다란 철사로 인형을 조종하는 담당자가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인간과 신의 관계는 어떨까요? 당신은 혹시 인형극의 창조주를 믿고 있습니까?
기독교인들은 종종 그런 생각을 합니다. 죄의 유혹이 올 때 하나님이 나를 그런 유혹에 무감각해 지도록 만들어주면 좋겠다. 내가 죄짓지 않도록 나를 조종해 주시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말입니다. 물론 하나님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시고 선한 마음을 주시고 성령으로 역사하시는 건 감사한 일이며 우리가 마땅히 구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신은 우리를 인형처럼 자기맘대로 조종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신을 믿지 않기로 작정하거나 신의 뜻과는 반대로 내 욕심을 채우기로 결정할 때 신은 우리 뇌속으로 들어와서 그런 생각을 지워버리고 신실하게 신을 믿도록 조종하지 않습니다.
만일 인형처럼 조종되는 인간이라면 그 인간은 진정한 인격이 될 수 없고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없습니다. 제 아내의 뇌속에 전자칩을 넣어서 나에게 무조건 순종하게 만들고 다른 남자에게는 전혀 관심을 못 갖도록 조종한다면 제 아내는 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조종되고 있는 것 뿐이지요.
하나님은 인간을 창조할 때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셨습니다. 인간이 하나님을 사랑하기로 선택할 수도 있고 하나님을 미워하기로 선택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죄를 짓거나 혹은 선하게 살기로 결정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만일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허락하지 않으셨다면 하나님 스스로 인간에게 만족하지 못합니다. 선악과를 보고도 먹지 않도록 인형처럼 조종되는 인간이 아니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인간. 하나님을 배신할 수도 있는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가 하나님을 사랑하기로 선택했을 때 하나님은 비로소 만족하실 수 있습니다. 인격이라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은 바로 자유의지에서 출발합니다.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면 어떻게 될까요? 인간이 죄를 짓고 (가령 선악과를 먹고) 하나님을 배신하고 자기 욕심에 따라 살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간들이 자기 욕심에 따라 살면 그 죄들이 쌓여서 창조세계는 악으로 물든 악과 고통의 세계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런 위험성까지 감안하고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셨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뜻대로 조종되는 인간은 인형에 불과하고 그런 인간은 하나님과 인격적으로 교제하고 관계를 맺고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간을 창조한 하나님의 창조계획에는 처음부터 엄청남 위험성이 담겨있었던 것입니다.
선악과를 왜 만들었냐는 질문은 왜 인간에게 죄를 지을 가능성을 열어두었냐는 질문입니다. 인간이 스스로 죄를 짓거나 죄를 짓지 않기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가 없다면 그런 인간은 그저 인형에 불과합니다. 선악을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인간을 창조하셨다는 것은 놀라운 하나남의 사랑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자유의지는 종종, 아니 주로, 우리 내면의 죄된 본성에 의해 자꾸 악한 쪽으로, 내 욕심을 채우는 쪽으로 쪽으로 움직입니다. 세상이 악한 이유는, 세상에 수많은 고통의 문제가 있는 이유는 자유의지를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악을 선택해 온 역사적 결과입니다. 그것은 신의 잘못이 아니라 악을 선택한 인간의 잘못에 의한 결과입니다.
신은 우리를 인형처럼 조종하지 않습니다. 그 커다란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그 큰 희생을 치뤄가며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그 자유의지는 우리를 단순한 호모 사피엔스, 생물학적 인간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인간, 신과 같은 존재인 인격적인 인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우리내면의 죄된 본성과 싸우면서 하나님을 사랑하고 선을 선택하기로 그리고 내 왕국이 아니라 하나님나라를 위해 살기로 끊임없이 결단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하나님께 우리는 인형처럼 조종해달라는 대신, 우리는 펼쳐져있는 우리 인생에서 자유의지를 가지고 성령에 의지하여 선한 싸움을 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