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의 글과 칼럼

[과도기_이야기] 18. 당신이 믿는 신은 마술사?

별아저씨의집 2017. 11. 19. 17:25
#과도기_이야기 18. 당신이 믿는 신은 마술사?

이번 지진으로 많은 분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런 지진은 왜 일어날까요? 과학적 원인을 묻는 게 아닙니다. 왜 하나님은 이런 재해들이 일어나게 내버려두는 건지, 정말로 지진을 통해 뭔가 경고하시는 건지, 아무 잘못없이 피해입는 사람들은 억울한 게 아닌지, 이런 고통이 있는데도 창조주를 선하다고 할 수 있는지 질문이 이어집니다.

이번 지진 뿐만이 아닙니다. 암이나 병에 걸려 고통당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넘어져서 팔이 부러지거나 골반을 다치는 일도 많습니다.

이 세상을 창조한 신이 정말 선하다면 지진도 안 일어나게, 병도 안 생기게, 그리고 넘어져도 안 다치게 그런 세계를 만들면 될 텐데, 도대체 왜 자연재해와 병과 사람들이 다치는 일들이 발생하게 내버려둔 걸까요? 신이 전능하지 않은 건가요? 혹은 신이 선하지 않거나 인간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닐까요?

참 어렵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힌트는 내가 과연 어떤 신을 믿는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몇 번에 걸쳐 우리가 어떤 신을 믿고 있는지에 관해 짧은 글들을 써보려고 합니다.

옛날 사람들은 마술사 같은 신을 믿었는지도 모릅니다. 원칙도 없고 규칙도 없고 논리도 없고 합리성도 없이 그저 마구잡이로 뭔가를 행하는 신입니다.

그러나 그런 종류의 신은 성경이 가르치는 신이 아닙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그런 작위적이고 마술사적인 신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고 동일하고 신실한 분입니다.

가령, 신은 네모난 동그라미를 만들 수 있을까요? 전능하니까 가능하다,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런 명제적 모순을 신이 할 수 있냐 없냐 따지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신은 편평하면서도 둥근 지구를 만들 수 있다는 식의 주장도 모순에 빠지는 것이지요. 하나님이 악을 행할 수 있냐고 묻는 것도 의미가 없습니다. 기독교에서는 하나님 그 자체를 선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사탄이 될 수 있냐, 만약 못한다면 전능한게 아니다, 이런 주장은 말 장난에 불과 합니다.

우리가 믿는 신은 합리적인 신입니다. 물론 우리가 그 합리성을 다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종종 모순처럼 보일 때가 있지만 성경을 통해 지속적으로 드러나는 신의 성품은 언약과 그에 대한 신실함입니다.

자연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이 우주를 창조할 때 A라는 방식으로 우주를 창조하기로 작정하시고 그렇게 만드셨다면 우주는 B라는 방식이 될 수는 없는 겁니다.

하나님은 무질서에 질서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천지를 창조하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창세기 1장의 핵심입니다. 어떻게, 어떤 순서로, 어떤 방법으로 창조했는지 과학적 설명을 주는 본문이 아니라, 누가 왜 무엇을 했는지 신학적 설명이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그 핵심은 바로 2절에 나오는 혼돈의 우주에 하나씩 질서를 부여하여 모든 것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창조주되심에 있습니다.

무질서에 질서를 부여하고 다스리는 방법 중의 하나가 자연법칙입니다. 가령, 궁창을 만들어 궁창 위의 물과 궁창 아래 물로 나누고 물과 땅을 나누어 땅에서 동식물이 살게하는 그 과정에서 우리는 하나님이 중력법칙을 사용하여 질서를 부여했다고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중력법칙 뿐 아니라 과학을 통해 발견하는 모든 법칙은 하나님이 창조계에 부여하신 다스림의 원리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질서, 혹은 자연법칙을 부여해서 우주를 창조하고 다스리기로 하신 이상 거기에 따르는 결과가 있다는 점입니다. 중력법칙을 통해 지표 위에 모든 피조물들이 질서있게 존재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열매를 따러 나무 위에 올라갔다가 떨어지면 허리가 부러질 수도 있습니다. 선악과를 따먹기 전이라 해도 아담이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면 무릎이 까지고 피가 나고 고통스러웠을 겁니다.

중력을 부여하면서 동시에 나무에서 떨어질 때 허리가 안 부러지게 만들면 되지 않냐구요? 넘어져도 무릎이 안 까지고 피도 안나고 고통도 안 느끼게 만들면 되지 않냐구요? 혹은 무릎이 땅에 부딪쳐도 피가 안나게 하거나 혹은 피가 나도 고통을 느끼지 않게 만들면 되지 않냐구요?

글쎄요. 그렇게 우리가 원하는 건만 골라서 요구하는 것은 신을 작위적이고 마술사처럼 취급하는 겁니다. 그런 세계는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판타지일 뿐입니다. 합리적이고 질서있는 우주에서는 모든 것이 패키지로 함께 옵니다. 중력법칙을 만들면 나무에서 떨어져 허리가 부러질 위험이 동시에 존재하며, 외부의 침입에서 우리 몸을 보호하도록 피부를 만들고 그 안에 살과 피를 만드신 하나님은 그 피부가 손상될 때 피가 나도록 만드신 것입니다. 넘어져서 무릎이 깨질 때 고통을 느껴야 그 상처를 치료하고 그래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고통을 못느낀다면 생존이 매우 위험해집니다.

우리 몸 속에 사는 좋은 균들은 그대로 두시고 병을 일으키는 나쁜 균들만 제거하면 되지 않느냐는 묻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건 자연세계 전체가 하나의 패키지라는 걸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똑같은 균이 좋은 일도 하고 병도 일으키는 것이죠.

우리는 여전히 마술사와 같은 신을 요구합니다. 모든 걸 작위적으로 변덕스럽게 무질서하게 행할 수 있는 신으로 착각하고 믿는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믿는 신은 혹 그런 신일지도 모르나 성경이 가르치는 신은 그런 하나님은 아닙니다.

하나님이 중력법칙으로 우주에 질서를 부여한 창조세계에서는 나무에서 떨어지면 허리가 부러질 위험이 따르듯이, 지진을 비롯한 자연재해는 하나님이 우주를 질서있게 창조하실 때 창조세계에 담겨진 위험성들이 발현되는 것입니다.

자연재해도 없고 고통도 없고 우리에게 "좋아보이는" 것만 골라서 그런 작위적인 우주를 하나님이 창조하셨어야만 해. 라고 우리가 주장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더군다나 그런 작위적인 우주는 네모난 동그라미처럼 원래부터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동그라미를 만드셨다면 그것은 둥글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