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비좁은 전문성의 몰락

별아저씨의집 2017. 2. 16. 08:43

비좁은 전문성의 몰락 (2017.2.11)


아침에 기사를 보니 장신대 김철홍 교수의 기자회견이 나오는군요. 뉴스앤조이에 이런 인용이 있습니다.


"지난 30년간 양산된 '친북 세력'이 탄핵을 기회로 삼아 대한민국을 전복하고, 친북 세력을 세우려 한다. 이들의 시도가 성공하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는 머지않아 종말한다. 북한과 연방제 통일을 추진하여 한반도에 공산국가를 세울 것이다. 이것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전대미문의 반역이다." 


탄핵을 반대하는 입장이 소수의견이라고 해도 존중해야 합니다. 국민의 80%가 탄핵을 찬성해도 반대의견을 들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머리뚜껑이 열리게 하는 건 바로 이런 괴담입니다. 대통령이 탄핵될만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보는 대다수 국민이 송두리째 친북세력이거나 친북세력의 꼭두각시가 되어버렸습니다.


김철홍 교수의 전공은 신약학이랍니다. 자신의 전공분야에서는 훌륭한 전문성을 갖고 있겠지요. 물론 교단 신학교는 일반대학과 다르게 실력있는 학자들이 꼭 교수가 되는 건 아니라는 얘기도 들립니다만 그건 논의로 하고, 교수로서 전문성은 일단 인정해야 겠지요.


문제는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자신의 분야 밖에서는 형편없는 아마츄어리즘을 보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식인/지성인이라면 다방면에 깊은 지식과 관점을 가져야 할텐데 요즘은 대학교수들도 그저 한 분야의 전문가일 뿐인 듯 합니다.


전공분야에서는 뛰어난 과학자라고 하더라도 정치나 사회를 보는 관점은 형편없는 사람들도 많고 인문학의 깊은 조예를 가진 학자들도 과학에 대한 이해는 꽝인 경우도 많습니다.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깊은 말씀으로 설교하는 목회자가 교회재정 운영과 준법 의식 등은 형편없거나 박정희를 찬양하면서 수구적인 정치의식을 가진 경우도 많습니다.


전문영역이 너무 비좁아서 생기는 문제입니댜. 폭넓은 분야의 지식인이 되기보다는 좁은 분야의 전문성만 키우다 보니 우리사회가 겪는 심각한 문제가 되는 듯 합니다.


김철홍교수가 신약학에 깊은 전문성을 가졌는지 모르지만 우리사회를 보는 시각은 말그대로 종북프레임입니다.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어떻게 이렇게 형편없는 주장을 하고 있을까? 뭔가 다른 목적이 있을수 있겠지요. 물론 이유를 깊이 파볼만한 관심도 없습니다.


비좁은 전문성은 두가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첫째는 자신이 스스로 속는 것이죠.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닌 정치나 사회를 보는 시각도 자기분야 만큼의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스스로 착각하는 것입니다. 이런 착각은 전문가들에게서 종종 나타납니다. 핵물리학자는 핵물리학에 깊은 전문성을 갖고 있지만 핵개발 정책에 관해서는 같은 수준의 전문성을 갖지 못하죠. 과학자들이 과학정책에 대해서는 형편없는 아마츄어리즘을 보일 수 있습니다.


창조과학 지지자들도 정확히 그런 예입니다. 공학이나 의학을 전공한 창조과학설자들이 과학자 코스프레를 종종 하지만 사실 그들은 기원과 관련된 자연과학분야에 전문성이 없습니다. 박사나 교수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 밖에서 헛소리를 하는 경우가 종종 관찰되는 이유가 바로 그래서입니다. 모든 지식인이 조심해야 할 내용입니다. 저도 참 조심스럽습니다.


두번째는 비좁은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수준낮은 이야기를 해도 사람들이 쉽게 속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친북세력이 탄핵을 기회로 대한민국 전복을 시도한다는 형편없는 분석을 내놓아도 마치 전문가의 얘기로 착각하기 쉽죠. 한 분야의 전문성을 높이 평가해 주다보면 마치 다른 분야에도 같은 수준의 전문성이 있다고 오해하는 겁니다. 이것이 보통 교수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슬쩍 자신을 포장하기 쉬운 이유입니다.


목사들도 마찬가지죠. 신학교에서 3년의 목회학석사 공부로 우리가 사는 삶에서 맞닥뜨리는 정치,경제,사회,과학을 다 꿰뚫을 수는 없습니다. 모든 정답을 아는 것처럼 오버하지 말야야 합니다. 오히려 공동체 내의 성숙한 평신도들의 전문성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김철홍 교수는 예전에도 충격적인 발언을 해서, 어떻게 장신대에 이런 사람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게 했었지요. 자기분야에서 훌륭하게 가르칠 수 있다면 자격은 되겠지만 오늘 기사에 나온 이런 애기를 듣는 학생들이나 교단의 제자들은 참 힘들겠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전문가들의 비좁은 전문성 때문에 몰락해가는 사회에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나만 잘해서 일등하는 사람을 키워낸 우리 교육의 문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답답한 주말 오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