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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글] 그랜드캐니언이 노아 홍수 때 생기지 않았다는 증거

별아저씨의집 2016. 9. 5. 10:06

그랜드캐니언이 노아 홍수 때 생기지 않았다는 증거


양승훈
 

근래 한국교회에 그랜드캐니언 창조 탐사가 유행하고 있다. 예루살렘이나 터키 등 흔히 성지라고 말하는 곳에 대한 탐사 수요 일부가 그랜드캐니언으로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가 보고 싶었던 그랜드캐니언이었는데 노아 홍수의 증거를 볼 수 있다는 명분까지 있다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근래 몇몇 대형 교회들이 적극 후원하면서 그랜드캐니언 탐사는 중요한 해외여행 옵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창조 탐사가 정말 성경의 정확성을 증거하는 것일까?


근래 창조 탐사를 인도하는 가이드는 그랜드캐니언이 지금부터 4,400여 년 전에 일어난 1년 미만의 노아 홍수 때 퇴적, 침식되어 형성되었다고 주장한다. 아래에서는 이런 설명을 대홍수론적 설명이라고 부르겠다. 그랜드캐니언에 대한 대홍수론적 설명은 150여 년 동안 전문 지질학자들이 연구한 결과와는 전혀 다르다. 단순히 다른 것에 그치지 않고 기존의 전문 지질학자들 연구 결과를 폄훼하면서 터무니없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독특한 성경 해석까지 곁들이고 있다.


대홍수론에서는 그랜드캐니언이 노아 홍수 때 물러가는 홍수에 의해 불과 몇 달 만에 갑자기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오늘날 우리가 관찰하는 고원, 캐니언, 해구(海溝), 충상단층(衝上斷層), 지향사(地向斜) 등 모든 지질학적 특징들은 노아 홍수가 일어났을 때 기대하는 바와 일치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퇴적과 침식은 퇴적 원인과 퇴적량, 지질 환경에 따라 달라지지만 과연 1년 미만의 홍수에 의해 1km 내외에 이르는 두꺼운 지층이 퇴적되고, 선캄브리아 기반암까지 합치면 1.6km 이상 되는 그랜드캐니언이 침식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 한국인들의 창조과학 탐사에는 거의 대부분 지질학적 배경이 없는 일반 성도들이 참가하였다. 목회자나 신학자들도 지질학적 전문 지식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지질학적 배경, 그중에서도 그랜드캐니언 지질학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사람들에게는 가이드가 무슨 말을 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의 지질학적 상식만 있으면 그랜드캐니언이 1년 미만의 노아 홍수에 의해 갑자기 형성되었다는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주장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면 대홍수가 갑작스럽게 물러가면서 침식작용이 일어나게 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아래에서는 다양한 높이와 각도에서 촬영한 그랜드캐니언 사진을 통해 그랜드 캐니언이 한 번의 대홍수에 의해서는 도무지 만들어질 수 없는 구체적인 증거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1. 대홍수는 구불거리는 사행천을 만들지 않는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그랜드캐니언을 만든 콜로라도강은 짧은 강이 아니다. 이 강은 미국 남서부로부터 멕시코 북부 지방에 이르기까지 장장 2,330km에 이르는, 미국 주요한 강들 중 하나다. 그런데 이 긴 강 곳곳에 노아 홍수와 같은 급격한 단일 홍수로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증거들이 많이 남아 있다. 


직관적이면서도 가장 뚜렷한 첫 번째 증거는 대홍수가 갑작스럽게 물러가면서 침식작용이 일어날 때는 구불거리는 캐니언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그랜드캐니언을 관통하는 콜로라도강은 전반적으로 느린 침식 하천의 특징인 사행(蛇行) 패턴을 보여 준다.


대홍수가 나게 되면 그랜드캐니언과 같이 깊고 구불구불한 사행 수로 혹은 자유곡류 하천(自由曲流河川)이 아니라 넓고 상대적으로 얕은 하상이 형성된다. 하지만 그랜드 캐니언은 아래 그림에서 보여 주는 바와 같이 전형적인 사행 패턴을 보여준다. 그랜드캐니언, 특히 콜로라도강 상류는 사행천(蛇行川)의 형태를 보여 준다. 사행천이란 말 그대로 뱀이 기어가는 것처럼 심한 굴곡을 이루며 흐르는 강줄기를 말한다.


  
▲ 그랜드캐니언 공중 사진. (사진 제공 양승훈)

사행천 혹은 자유곡류 하천에 대해 몇 가지를 살펴보자. 사행천은 구불구불 흐르면서 측방침식을 통해 지형을 변화시킨다. 이때 강물은 구불거리는 바깥쪽을 깎는데 이로 인해 형성된 가파로운 지형을 공격 사면(攻擊斜面)이라고 하며 수심이 깊다.


반면에 구불거리는 안쪽은 퇴적작용이 활발해서 퇴적 사면(堆積斜面)이라고 부르는데 경사가 완만하고 수심이 얕다. 이를 흔히 차별침식이라고 부른다. 물이 흐르면서 갑자기 강이 넓어지거나 하구에 이르게 되면 유속이 느려지면서 강 가운데 퇴적물이 쌓여 섬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하중도(河中島)라고 한다.


사행천의 바깥쪽(공격 사면)은 수심이 깊어 하도가 본류와 차단되더라도 한동안 물이 고여 있기도 하는데, 이를 우각호(牛角湖)라고 한다. 우각호는 과거에 강의 일부였던 호수라서 하적호(河跡湖)라고도 부른다. 우각호는 시간이 지나면서 수량이 감소하여 점차 말라가는데 이를 구하도(舊河道)라고 부른다. 구하도에는 과거에 물이 흐르면서 마모된 둥근 자갈을 찾아볼 수 있다. 역으로 물은 없지만 둥근 자갈이 많이 나오는 곳은 구하도일 가능성이 높다.


사행천 혹은 자유곡류 하천은 평야를 자유롭게 구불구불 흐르는 하천인데 비해 산과 산 사이의 골짜기를 구불구불 흐르는 하천을 감입곡류 하천(嵌入曲流河川)이라고 부른다. 감입곡류 하천은 평지에서 자유롭게 흐르던 자유곡류 하천이 지반의 융기나 침식기준면의 하강으로 원래의 수로를 유지하면서 하도를 깊게 파서 깊은 골짜기를 형성한 하천을 말한다. 지질학적으로는 단단해서 침식이 어려운 화강암 지역보다는 퇴적암, 편마암 지역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고, 작은 하천보다는 본류나 큰 지류 등 큰 하천에서 많이 나타난다.


이러한 하천의 침식 과정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가지고 살펴보면 그랜드캐니언은 침식 하천이 보여 주는 대부분의 특징을 그대로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강의 경사가 급하거나 수량이 많아지면 침식과 퇴적 작용에 의해 강이 S자 모양으로 심하게 굽어서 마치 뱀이 기어간 것처럼 보이는 자유곡류 하천이 만들어지는데 그랜드캐니언을 흐르는 콜로라도강의 상류에는 그런 특징의 지형들이 많다.


그랜드캐니언의 사행 패턴은 그랜드캐니언의 남쪽림에 잠시 서서 설명을 듣는 탐사로는 쉽게 알 수 없다. 하지만 공중 사진을 보면 그랜드캐니언은 물에 의해 천천히 퇴적되거나 흐르는 강물에 의해 침식될 때 형성된 전형적인 수로임을 쉽게 알 수 있다.


  
▲ 사행천에서 우각호가 만들어지는 과정. (사진 제공 양승훈)

2. 우각호는 짧은 기간의 대홍수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콜로라도강 상류에 있는 우각호는 노아 홍수로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다. 아래 그림은 사행천에서 일어나는 우각호 형성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그림에서 S자 형태의 바깥쪽은 유속이 빠르기 때문에 측방침식 작용이 강하게 일어나고(공격 사면 형성), 안쪽에서는 유속이 느리기 때문에 퇴적 작용이 활발하다(퇴적 사면 형성). 이러한 침식과 퇴적작용이 오랜 시간 동안 일어나게 되면 구불구불한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나중에는 그림과 같이 강의 하류에서 강줄기 일부가 떨어져 나와 쇠뿔 모양의 호수가 형성되기도 한다. 이러한 호수를 쇠뿔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우각호(牛角湖)라 부른다.


물론 이러한 우각호 역시 잠시 남쪽림에 서서 휙 둘러보는 탐사로는 이해할 수도, 볼 수도 없다. 하지만 그랜드캐니언 북쪽에서 글렌 캐니언(Glen Canyon)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말굽 벤드(Horseshoe Bend)는 이름 그대로 오랜 세월에 걸쳐 침식되어 지형이 말굽 형태로 깎인 전형적인 우각호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준다.


만일 그랜드캐니언이 불과 1년 미만의 거대한 홍수에 의해 급속히 침식되었다면 절대로 이런 형태로 계곡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각호는 오랜 세월 동안 강이 자유곡류한 결과 형성되었다는 설명 외에는 다른 설명을 할 수가 없다.

  
  
▲ 그랜드캐니언 북쪽에서 글렌 캐니언으로 가는 길목의 우각호 말굽 벤드(Horseshoe Bend). (사진 제공 양승훈)

또 다른 예로 콜로라도강 상류이자 유타주 남동부 구스넥 주립공원(Gooseneck State Park) 근처를 흐르는 산후안강(San Juan River)을 들 수 있다. 아래 그림에서 보여 주는 바와 같이 이곳에는 깊이 300m, 길이 8km의 강이 흐르는데 이런 심한 자유곡류 지형은 단기간의 거대한 단일 홍수로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다. 이는 오랜 기간에 걸친 느린 침식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 콜로라도강 상류에 있는 산후안강의 사행. (사진 제공 양승훈)


3. 캐니언 횡단면 비대칭은 한 번의 대홍수로 형성되지 않는다.

그랜드 캐니언의 횡단면도 대홍수에 의해 한꺼번에 그랜드캐니언이 형성된 것을 부정한다. 앞에서 그랜드 캐니언의 차별침식을 설명하면서 콜로라도강으로부터 북쪽림까지의 경사는 완만하고 폭이 넓은 반면, 남쪽림까지의 경사는 급하고 폭이 좁다는 것을 언급했다. 이는 그랜드캐니언이 차별침식을 통해 현재와 같은 계단 모양의 계곡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캐니언 북쪽에 내린 빗물이 경사를 따라 북쪽림을 통해 캐니언 안으로 흘러들면서 캐니언 북쪽벽을 침식시킨 반면, 캐니언 남쪽에 내린 빗물은 캐니언 안으로 흘러들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아래 그림이 보여 주는 것처럼 콜로라도강을 기준으로 캐니언의 폭이 남쪽보다 북쪽이 더 넓어졌다. 아래 그림은 검은색으로 표시한 콜로라도강이 어떻게 남쪽림으로 치우쳐 있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 그랜드캐니언의 차별침식. (사진 제공 양승훈)

만일 짧은 기간의 대홍수에 의해 그랜드캐니언이 형성되었다면 콜로라도강을 중심으로 남쪽림까지와 북쪽림까지의 모습이 거의 대칭이어야 한다. 현재의 그랜드캐니언의 비대칭적 침식은 지질학자들 결론과 같이 북쪽림을 통해 오랫동안 빗물이 협곡으로 흘러들어 가면서 천천히 침식되어 형성된 것임을 보여 주고 있다.


지금까지 필자는 그랜드캐니언에 대한 창조과학자들의 대홍수론적 해석의 몇몇 문제점들을 지적하였다. 창세기에 나타난 노아 홍수 자체를 비판한 것이 아니라 노아 홍수에 대한 편향되거나 잘못된 해석을 비판한 것이다. 그랜드캐니언에 대한 대홍수론적 해석의 밑바닥에는 창조과학자들의 근본주의 신학과 치우친 성경 해석이 있다. 성경은 인간의 구원에 대한 계시를 담고 있는 책이지 지질학 교과서가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성경은 그랜드캐니언의 형성에 대해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대홍수론자들은 마치 성경이 그랜드캐니언이 노아 홍수 때 생겼다는 주장을 지지하는 듯이 선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 지질학자들은 물론 복음주의 지질학자들조차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많은 전문 지질학자의 성실한 연구를 폄하하면서 학술 활동이 아닌, 대중 강연에만 열중하고 있는 대홍수론자들의 전투적이고 공격적인 태도는 그 자체가 성경적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양승훈 /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원장, 창조론오픈포럼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