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의 글과 칼럼

저를 기독교인이 아닌 것처럼 비난하는 분들께

별아저씨의집 2015. 7. 11. 13:37

신앙을 의심받는 것과 과학을 비판받는 것은 매우 다릅니다.

1. 사람은 겉으로 드러나는 일에 오도됩니다. 


착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무서운 표정으로 화내듯 말하면 나쁜 사람으로 오판하기도 하고, 양복값이 아니라 양복수선비에 백만원을 쓰고 불법적인 일을 해도 겉만 번지르르하게 좋은 말만하면 뭐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2. 신앙을 공격받는 것은 고통스런 일입니다. 


'무크따' 재출간 이후, 가장 머리뚜껑이 열리게 한 것이 젊은지구론자인 이재만씨가 창조과학회 소식지에 쓴 글이었습니다. 말로만 기독교인이고 사실은 진화론자라는 식으로 교묘하게 저의 "신앙"을 공격했기 때문입니다. (제 입장은 다음 글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notes/jong-hak-woo/저보고-자꾸-진화론자라고-하시는-분들께/1854275958130347  )

최소한 저는 창조과학자들이 그리스도인이 아니라거나 예수를 부정한다고 비난하지는 않습니다. 반면, 그들로부터 거의 기독교인이 아닌듯 취급받는 것은 고통스런 일입니다. 

강경한 어조로 이재만씨의 글에 대해 반박을 썼습니다. 벌써 반년 전 일입니다. 신문칼럼 등으로 공식 발표한 것도 아니고 제 페북과 블로그에 쓴 글입니다. 주로 비판한 것은 과학에 대한 내용입니다. 

3. 확실한 것은 논쟁이 되지 않습니다. 무언가가 논쟁이 되는 것은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사실 일본으로부터 독립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식민지고 우리정부는 여전히 일본정부로부터 조정당하며 조선총독부의 위장이다라고 누가 주장한하면 별로 논쟁이 되지 않습니다. 끄덕거릴만한 포인트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저 웃어넘겨버릴겁니다. 


미분방정식을 모르는 초등학생이 뉴턴의 중력이론이 틀렸다고 주장한다고 해도 같은 반응이 나오겠지요. (물론 가끔씩 우주론, 상대론이 틀렸다는 주장을 검토해 달라는 류의 이메일을 받긴 합니다.)

  
4. 그러니, 사실 젊은 지구론을 상대해 주는 것 자체가 과학자로서는 내키지 않는 일입니다. 


논쟁이 되지 않는 주제를 논쟁이 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쉽기 때문이지요. 지구연대 문제는 과학계에서 전혀 이슈가 되지 않기 때문에, 말하면 입만 아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안에는 젊은지구론이 마치 지질학을 대항하는 경쟁이론처럼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심각한 정보의 불균형을 해결해야할 필요성은 분명 있는 것이죠.

5. 강경한 어조로 쓴 글 때문에 놀란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젊은지구론의 주장이 어떤 문제점을 갖는지를 다루었는데, 제 어조가 강했나봅니다. 과학을 공격받으면 웃고 넘기겠지만 신앙을 공격받으니 반격이 나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쩔수 없지요. 

창조과학에 대해 비판적으로 글을 쓴지가 2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창조과학자들을 실명으로 비난한 적이 없었습니다. 가령, 창조과학회에서 나온 책들을 하나하나 조목조목 비판하기 시작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 사람을 비난하는 일보다, 큰 틀에서 창조-진화 논쟁을 보는 원칙들을 제공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장을 비판하는 것인데, 아무래도 그 경계는 모호하기 마련이겠지요. 저의 미성숙함 때문일테고 저도 연약한 인간임이 드러난 대목일 수도 있겠습니다. 

6. 창조과학을 공격하면 기독교인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건 잘못입니다. 


그런 관점은 "젊은지구교"라고 합니다. 창조과학자분들, 저를 공격하시려면 젊은지구론을 비판하는 저의 과학적 주장을 공격하시기 바랍니다. 저의 신앙을 공격하고 이단처럼 몰아가면, 오히려 창조과학을 기독교와 동일시하는, 아니, 창조과학을 창조신앙보다 더 중요하게 만들어 버리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물론 창조과학 지지자중에서 저와 신앙적 교감을 나누고 존경할만한 삶을 사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은 그렇게 교조적이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창조과학회의 일부 (정량적 판단은 못하겠습니다만), 특히 리더쉽 쪽에 있다는 판단입니다. 

7. 창조과학회가 과학과 관련된 주장을 하려면, 과학관련 내용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신앙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과학에 대한 엄밀한 논의가 되는 것입니다. 창조과학회가 "젊은지구교"라는 오명을 씻으려면, 창조과학에 대한 동의여부로 신앙을 판단하지 말고, 다양한 창조신앙을 인정하고, 그리고 과학적 주장의 엄밀성과 성경해석의 적합성, 이 두가지를 가지고 창조과학의 타당성을 논해야 합니다. 


저를 마치, 진화론을 주장하기 위해 기독교인이라는 탈을 쓴 가짜 기독교인처럼 오도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