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선교단체에서 연락이 왔다. 대학생들이 모이는 연합모임에 강사로 와 줄 수 있겠냐고.
지난 복음과상황 10월호 실린 인터뷰를 보았다는 그 분은 내가 쓴 '블랙홀 교향곡'을 읽고 내가 강의를 쉽게 잘 할거라는 판단을 한 듯 하고, 크리스천 과학자이며 괜찮은 대학의 교수라는 타이틀이 대학생들에게 잘 먹힐 수 있는 배경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뭔가 좋은 얘기가 나올거라는 예상을 했을 듯.
과학과 신앙에 대한 강의를 할수 있으나 내가 할 강의내용을 검토해 본 후에 다시 연락주시라고 답장을 했다. 마침 '무신론 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 책을 구할수가 없어서 못 읽어다길래, 읽고 나서 다시 연락주시라고...
얼마 뒤에 연락이 왔다. 책의 내용에 대해 좋게 생각하는데 창조과학 강의에 익숙해 있는 그 모임의 대학생들이 내 강의를 들으면 혼란에 빠질것 같아 적절치 않을 것 같다고 초청을 취소하겠단다. 죄송하다고.
뭐, 죄송할 것은 없다. 기분나쁠 것도 없다.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있어서 일부러 초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검토 후에 다시 초청을 하라고 한 것이니까.
그러나 한편 갑갑한 마음이 들었다. 우주의 나이가 137억년이고 지구의 나이가 46억년이며 생물이 진화했다는 과학의 결론을 얘기해 주는 것이 크리스천 대학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참 씁쓸했다.
그 분은 내 강의가 간사들의 모임에 더 적절할 것 같다며 그런 자리를 마련해 보겠노라고 했다. 물론 간사들이 먼저 혼란을 겪는 것도 좋은 순서일 것 같긴 했다. 더 건강해지기 위해 어차피 겪어야 할 혼란이라면 대학생들이 겪을 혼란을 먼저 간사들이 겪어 대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