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28일
자판을 두드려 날짜를 그려보니 마치 어린시절 읽던 공상과학소설들 생각이 난다.
거기에는 흔히 2000년이니 2010년이니 2020년이 하는 문구들이 소설 초반에 자리잡고 있었다.
범접할 수 없을 것 같던 그 미래가 어느덧 불쑥 내 눈앞에 놓여있다.
초등 때 보던 칼라백과사전에는 서울역을 입체적으로 만들어 지하 2, 3층으로는 지하철이 다니고 지하 1층은 지하도,
지상은 철도가 다니며 이층 위로는 쇼핑몰이 들어선다는 입체 그림과 설명이 있었고 그 멋진 그림을 보던 나는 신기하기도 들뜨기도 했었다.
우리집 옥상에서 내려다 보이던 서울역은 그때만 해도 일제를 생각나게 하는 오래된 건물에 철길위를 이어주는 다리가 하나 있었을 뿐.
역 그리고 공항
비까번쩍한 공항이 위세를 자랑한다. 공항에 올때마다 느끼는 것은 수많은 낯섬과의 부딪힘 그리고 헤어짐.
Love Affair의 주인공이 내뱉듯 disoriented 된 그 느낌은 시차와 몸의 피로와 설레임과 그리고 수많은 낯섬 속에서의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고 픈 욕구속에 빙그그르 멤돈다.
동떨어진 10년, 그것은 나와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의 사랑하는 궁과 숲과 거리와 익숙한 것들과의 헤어짐이었으며 자기 부정의 시간이었다. 뭔가를 향해 달려가기 위해 수많은 것들을 내팽겨쳐야 하는 그것은 타국의 삶이었고 쪼들리던 유학 시절이었으며 맘터놓고 밤새 얘기할수 있는 친구하나 변변이 없던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 이전은 달랐을까. 글쎄.
강을 건너 바다를 건너 다시 익숙하던 그러나 새로운 땅에 왔고 거기서 나는 과거와 현재의 불일치 속에서 그리고 과거의 것들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불편한 기대 속에서 가끔 문을 닫아 건다.
고향에 돌아와도 내 그리던 고향은 아니더란 정지용의 싯구에서 그 고향은 그가 살던 땅이었을까 그 자신이었을까
어지럽다. 자꾸 뭔가가 빙그르르 멤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