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Zion Canyon을 가다. Angels Landing

별아저씨의집 2009. 4. 28. 10:45
미국 생활 10년 만에 말로만 듣던 그랜드 캐년, 브라이스 캐년, 그리고 자이언 캐년을 돌고 왔다. 

결혼 10주년 여행이었던 이번 여정은 세개의 국립공원들이 담고 있는 웅장하고 위엄있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을 테마로 잡았다. 왜, 그, '너 그거 봤어?'라는 질문 앞에 예스와 노 로 갈라지는 그 양극화 현상... 말로는 다 설명 못해도 가서 직접 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안다. 

세 국립 공원 중에서도 마지막 코스였던 Zion canyon 이 가장 맘에 들었다. 하이킹에 일가견이 있으신 안상현 간사님의 '지도'를 받아서 미리 루트를 결정하고 예약을 한 터에 자이언 캐년 내의 유일한 숙소인 Zion Lodge에서 하루 묵을수 있었다.  자이언은 캐년의 아래서 위를 보는것이 기본 개념이라고 하는데 숙소 바로 앞에 치켜 올라가 있는 바위산의 병풍이 정말 일품이었다. 숙소 앞에서 그냥 앉아만 있어도 괜찮다는... 비싼 숙박비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물론 여기 묵지 않더라도 공원 입구에서 부터 펼쳐져 있는 산새를 천천히 운전하면서 그리고 가끔씩 차를 세우고 밖에 나와 보면서 아내와 나는 감탄을 연발했다. 빗살무늬 바위산들이 코앞에서 부터 저 멀리까지 빼곡히 차 있는 장관. 여긴 꼭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은 공원의 동쪽 입구쪽에 있는 Canyon Overlook Point에서 본 모습. 1마일 넘는 자이언 터널을 통과해서 나온 차량들이 Zion mount camel highway를 따라 지그재그로 내려가고 있다. 


Angels Landing 퍼온 사진. 

자이언에서 가장 인기있는 곳이 Angels Landing이라는 트레일이다. 왕복 4시간이 걸린다는 이 등산로는 가파르긴 하지만 길이 잘 닦여 있어 힘들기는 하지만 그리 험하지는 않다. 오르는 길에 내려다 보이는 시야가 일품이다. 한참 걸어 올라가면 협곡 사이로 길이 시작된다. 가파른 이 길을 걸으며 자주 쉬어 주어야 했는데 역시 예전과는 다른 내 체력을 실감했다. 

그렇게 2마일을 올라가면 자이언 캐년이 내려다 보이는 넓은 공간이 나온다. 이곳은 Scout Lookout이라고 부르는데 West Rim Trail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까지 보고 다시 내려가기도 한단다. 이 트레일의 마지막 0.5 마일은 체인을 잡고 바위를 기어 올라가야 하는 코스인데 3-4 피트 밖에 되지 않는 좁은 등성이 양쪽으로 가파지른 벼랑이 늘어져 있는 길을 통과해야 한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갈 수 없다는 푯말이 떡 하니 붙어 있고 그 뒤로 가파르게 펼쳐올라가 있는 바위길을 처음 보면 사실 누구나 긴장된다.  

내려오는 길에 올라오는 사람들을 보니 미소가 지어졌다. 양쪽으로 벼랑이 깍아지른 모습을 사진에 담아봤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바위를 오르면 캐년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정상이 나온다. 아래를 내려다 보면 상당히 아찔하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 서 있기도 그렇다. 

이 사진은 캐년이 시작되는 방향을 Angels Landing에서 찍은 모습이다. 양쪽의 절벽 사이로 Virgin이라는 이름의 강(사실 내에 가깝다)이 흐르고 강을 따라 올라 갈수록 절벽 사이의 거리가 점점 가까와지는데 Narrows라고 부른다. 셔틀 마지막 정류장에서 1마일을 걸어들어가면 거기서부터는 강 위로 저벅저벅 걸어들어가야 한다. 강수량 때문인지 이 날은 Narrows가 클로즈되어서 더 들어가지는 못했다.  


이 사진은 Angels Landing에서 내려다 본 캐년의 반대쪽 모습. 이 꼭대기에서 한참을 쉬다 내려왔다. 아직도 산의 기운이 마구 내 몸으로 밀고 들어오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