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인터넷 실명제라는 시대착오적 발상

별아저씨의집 2009. 4. 11. 15:09
한국정부의 인터넷 본인확인제를 거부하는 유투브의 전략이 통쾌하다. 여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여러 악법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지금, 강력한 호소력을 갖는 동영상을 통제하는 것은 전략상 매우 중요한 꼭 점령해야 할 고지일 터. 

유투브는 한국국적 가입자들이 동영상을 못 올리게 했고 가입자들이 가입정보상의 국적을 바꾸면 동영상을 올릴수 있다고 선전하다. 대통령의 연설을 유투브에 올리겠다는 청와대가 국적을 바꿔서 올릴지, 유투브 동영상을 포기할지 지켜보자. 

Changeling이라는 영화를 얼마전 동네 상영관에서 봤다. 실종된 아들을 경찰이 찾아주었으나 실제 아들이 아님을 알게된 엄마(안젤리나 졸리)가 경찰과 싸워내는 과정이 줄거리다. 타락한 엘에이 경찰이 실추된 경찰의 위상을 회복하고자 아이 하나를 강제로 떠안기며 친아들이 맞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자기 아들이 아니라며 친아들을 찾아달라는 엄마를 정신병원에 가두어 버린다. 그러나 결국, 이 엄마가 경찰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게 되는데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지역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 한 목사 때문이었다. 그는 방송을 통해 경찰의 잘못을 지적해 왔고 그리고 결국 여론의 힘을 통해 엄마는 정신병원에서 나오게 되고 경찰총수를 비롯한 책임자들이 문책을 당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를 보면서 안젤리나 졸리의 연기나 연쇄살인마를 둘러싼 스토리를 보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내게 가장 큰 교훈으로 남는 것은 역시 여론의 중요성이었다. 

거대기업들에 의해 여론이 장악될때 그리고 여론이 다루는 아젠다가 결국 그들의 욕구에 의해 좌우될 때, 영화에서 본 스토리 같은 것은 더이상 현실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