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기도의 집, 강도의 소굴

별아저씨의집 2009. 4. 5. 15:38
방문해 볼 교회를 찾을 시간이 없어 지인들이 있는 신촌의 하.나.의 교회에 갔다. 

고난주간이 시작되는 한 주, 설교말씀은 한 주간의 예수님의 행적을 훝는 내용이었다. 그 중 성전에서 장사치들을 좇아내는 장면이 나왔다. 기도하는 집을 강도의 소굴로 만들지 말라고. 물론 교회에서 돈거래를 하지 말거나 뭘 팔지 말라는 얘기가 촛점은 아니다. 목사님의 말씀처럼 뭔가 유익을 보려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강도의 소굴이 될 수 밖에 없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누구나 더 많이 갖기를 바라기 때문에. 

8월말 쯤 한국에 귀국을 하기로 했다. 교회를 정하는 문제가 쉽지 않게 다가온다. 교회를 정할 때, 우리는 얼마든지 교회를 강도의 소굴로 만드는 데 일조하기 쉽다. 사업상 유익한 사람들을 만나기 쉬운 교회, 정치인들에게 줄을 대기쉬운 어떤 특정한 교회, 예쁜 미혼들이 많은 교회, 심지어 내가 힘들어질때 나를 잘 도와줄 인프라를 갖춘 부자교회. 이런 교회들을 이기적 동기에서 선택한다면 그것은 분명 교회를 강도의 소굴로 만드는데 일조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우리의 이기심을 완전히 사장시킬수는 없다. 거룩한 동기와 이기적 동기는 항상 같이 간다. 그러나 우리는 이기적 동기가 자유롭게 활개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된다. 

미국에서 처음 교회를 정할때도 미국교회를 가고 싶은 마음과 한인교회를 가고 싶은 마음이 함께 있었다. 정착도 하고 아기도 낳고 기르면서 살려면 아무래도 한인교회가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 부끄럽지만 삶이 고달프고 힘들땐 이기적 동기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오랜만에 보는 캠퍼스에는 진달래가 반갑다. 신촌에서 커피를 씹으며 창밖의 젊은 풍경과 강도의 소굴을 번갈아 생각해 본다. 햇살 좋은 주말 오후, 여인들의 옷차림과 신촌의 거리에는 봄이 완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