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기독교 서적

[책] 한국교회 처음 이야기 - 이덕주 지음

별아저씨의집 2009. 1. 3. 13:10


전에 읽다 만 '한국교회 처음 이야기'를 집어 들었다. 공휴일에는 독서를 하라는 모토를 생각하며 책장을 훝어보다가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한국에서 다시 삶을 시작하게 될 지도 모르는 2009년이 시작하는 날, 한국교회 처음 이야기들을 읽는 것도 의미있겠다 싶었다. 책을 편집한 한수경 자매에게서 좋은 얘기를 들었던 책, 아내가 무척이나 재밌게 읽었던 책. 언제나 그렇듯 믿음의 증인들의 삶의 자취를 접하는 것은, 그것이 성경이든 혹은 다른 책이든 간에, 마음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서른 세 가지의 얘기로 개신교 첫 교회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성경, 특히 신약의 내용을 끄집어 내며 각 일화를 시작한다. 성경과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는 한국교회 이야기들은 그렇게 하나씩 보따리가 풀린다. 짧고 담담한 저자의 필체도 맘에 들었고 마가복음처럼 척척 진행되는 이야기의 흐름도 시원하다. 

책의 진정한 묘미는 서른 세 가지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다양한 이야기가 있지만 거기 나오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정말로 성경을 읽는 사람들이었다는 점이다. 번역된 성경이 먼저 들어와 성경읽기를 통해 그리스도인들이 된 사람들이 오히려 선교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성경을 읽고 그 의미를 파악하려고 토론하는 장면들은 매우 인상적이다. 오늘날 성경의 스토리보다는 꼬이고 꼬인 해석과 설교자가 하고 싶은 얘기로 점철되어 있는 설교들에 비하면, 그렇게 그저 성경을 읽고 그 뜻을 파악하려는 공부 자체가 훨씬 더 강력하게 복음의 능력을 드러낸다. 믿음의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성경읽기에 대해 그리고 성경공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두번째는 신앙이 그저 믿음이라는 정신적 행위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삶에 묻어났다는 점이다. 성경을 읽고 그리스도인이 된 후에는 옛습성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 예들이 수없이 등장한다. 그들은 빚문서를 태웠고 착취한 것을 되돌려 주었으며 종들에게 자유를 주었고 첩을 돌려 보냈다. 도박과 같은 악행을 버리고 검소한 전도자들이 되었다. 그래서 서양종교라고 배척받던 기독교에 뭔가 진정성이 있음을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목격한다. 그렇다. 복음은 단지 생각이 아니라 삶을 바꾸어 내는 총체적 회심으로 귀결된다. 

여러 대목에서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비록 개화가 되기 전 세대라고는 하지만, 내게 없는 순수함을 그들에게서 볼 수 있었다. 한국교회 처음 이야기는 마치 사도행전과 같았다. 복음의 진보를 위해 살아간 사람들의 삶이 아름답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