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종교 이슈

과신대 연구소 출범합니다.

별아저씨의집 2020. 8. 1. 14:58


과신대 정회원 여러분께

서울에는 비가 많이 내리는 주말로 8월이 시작되었습니다. 코로나19와 긴 장마지만 다들 계신 곳에서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과신대 대표로서 정회원들께 종종 소식을 전합니다. 오늘은 내년에 출범할 과신대 연구소 소식입니다. 과신대 연구소 (줄여서 과신연)을 2021년 1월에 출범하려고 합니다.

과신대는 교육과 연구를 두 축으로 한국 교회의 미래를 위해 사역하고 있습니다. 교회 안에 과학에 대한 부정된 시각과 잘못된 정보가 워낙 많다 보니, 그동안 소위 지구연대 논쟁이나 창세기 해석 등 주로 창조-진화 논쟁 관련 이슈들이 부각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과신대가 교육하고 연구해야 할 내용은 과학이 던지는 다양한 주제들을 포함합니다. 기후문제나 환경과 생태 문제, 기술과 정책 이슈들, 코로나 19, 유전자 가위, 인공지능, 우주개발 등을 포함한 많은 주제들이 신앙인으로 사는 우리 삶에 깊숙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기독교를 믿는 신앙인의 입장에서 과학 관련 주제들에 대해 신학적이고 성경적으로 균형잡힌 시각을 찾고 배우고 세우는 일은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커다란 실천적 의미를 내포합니다. 가령, 유전자 가위나 인공 지능 등 미래의 삶을 바꾸어 놓을 과학기술들이 꽤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사실 이 주제들에 관해 성경과 기독교 신앙에 입각한 목소리는 듣기 어렵고 일반 교인들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가르쳐 주는 곳도 별로 없습니다. 이런 주제들을 포함해서 과학의 이슈들을 하나하나 신앙의 문제로 바라보고 연구하고 교육하는 일을 과신대가 감당해야 합니다.

그동안 과신대는 교육에 힘을 써왔지만 연구 사역은 초점을 많이 맞추지 못했습니다. 물론 과신대 연구모임이 벌써 3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고 신학자, 과학자, 철학자 등 다양한 연구자들이 모여 공부하고 있지만, 아직 한국교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다양한 과학 주제들을 미리 연구하고 준비하는 일을 감당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과신대 연구소를 세우고 과학자, 신학자, 철학자, 사회과학자, 인문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들의 공동연구를 통해 한국교회에 건강한 양분을 제공하는 역할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창조-진화 논쟁은 이미 지난 100년 간 너무나 큰 소모적 논쟁이었습니다. 앞으로 교회가 부딪힐 과학 이슈들은 이런 소모적 논쟁의 비용을 치루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고 연구하고 교육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약 3년 전에 몇몇 연구자들과 이런 나눔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앞으로 10년 뒤에는 과신대 연구소를 제대로 만들어서 한국교회의 지적 생태계를 변화시키자는 비젼이었습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박사 학위를 받은 학자들이 자리를 잡기 어렵고 시간강사나 비정규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일이 많습니다. 특히 신학이나 인문사회과학 분야가 그렇습니다. 이런 분들을 2년간 지원하고 마음껏 연구할 수 있도록 과신대 펠로십을 만들어 한 학기에 3분 정도씩 선정하고 지원하면, 과신대 연구소는 12명의 연구원들이 함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다양한 배경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자신의 연구분야를 나누면 콜로퀴움이 되고 연구 발표를 하면 학회가 되고 그 내용을 담아내면 학회지가 되고 그리고 내용들을 잘 다듬어서 교회에 제공하면 교육이 됩니다. 이렇게 한 10년 동안 과신대 연구소를 운영한다면 과신대를 2년씩 거쳐간 다양한 연구자들이 자리를 잡고 지속적으로 과신대 연구소와 함께 연구와 교육을 할 수 있을테니 한국교회에서 과학관련된 이슈들을 다루는 지적인 지형도를 바꿀수 있을 거라는 그런 비젼이었습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공계열의 박사후 연구원처럼 월급을 충분히 줄 수 없고 아마도 월 200만원 수준으로 생활비를 지원하면 시간강사 등 다른 일을 동시에 해야 할 겁니다. 그래도 과신연에 소속된 12명의 펠로우들이 함께 연구하는 생태계를 만들어 낸다면 교회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사역이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렇게 펠로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연간 수억원의 예산이 필요하고 그 예산을 마련하려면 100억 원 정도의 기금이 필요할테니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을 키우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한국교회가 가장 못하는 일이 사람을 키우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과신대는 교육을 통해 일반 교인들이 성장하도록 돕고 동시에 젊은 학자들을 지원하고 키워야 합니다. 특히 과학과 관련된 이슈들을 다루는 학제간 연구를 지원하는 일은 장기적으로 인재를 길러야 하는 어려운 과제입니다.

배경 설명이 길었습니다. 그때 비젼을 나눈 후 몇 년이 지났으니 이제 앞으로 7년이 남았습니다. 7년 뒤에 과신대 연구소를 위해 장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7년동안 기다리기보다는 작게라도 과신대 연구소를 시작합니다.

우선 2명 정도의 젊은 학자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는 과신대 펠로십 프로그램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2년까지 지원하기는 재정적으로 어렵지만 1년 동안 월 100만원 정도의 작은 지원으로 시작할 계획입니다. 2021년에 한번 시행하는 단회적 펠로십으로 끊나지 않고 매년 연구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서 7년 뒤에는 한학기에 3명씩 뽑아 2년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확장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사람을 키우는 일에 관심이 있는 교회들이 있다면 1년 혹은 2년간 몇십만원씩 지원하겠다고 이 프로그램에 함께 하는 교회들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확장될 지 어떻게 재원이 조달될 지는 잘 모릅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렇게 중요한 사역을 위해 사람을 키우고 지적 생태계에 조금이나마 변화를 주는 일을 꼭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과신대 연구소는 내년 1월 1일에 출범을 하고 현재 연구모임은 연구소 모임으로 확장하려고 합니다. 이름만 바꾼 수준으로 미미한 변화일 수도 있습니다. 과신대 펠로십은 가을에 공지를 하고 연구제안서 심사를 거쳐 내년 1년 동안 2명의 신진 학자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이분들은 과신연 펠로우로서 자유롭게 연구하고 과신연 모임 등에 함께 하려고 합니다. 내년 1년 동안 펠로십 프로그램을 운영할 재원은 어느정도 준비가 되고 있습니다. 과신대 연구소와 펠로십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결정할 내용들이 많습니다.

정회원 여러분께서는 과신대 연구소가 미약하나마 내년에 출범하는 변화에 대해 함께 동참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10년 뒤, 혹은 20-30년 뒤 한국교회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연구하고 교육하고 사람을 키우는 과신대 사역에 함께 하시는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이를 위해 계속 기도해 주심과 동시에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고 협력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과신대 연구소와 펠로십 프로그램 관련해서 여러분의 생각을 나눠주시고 싶으시면 저에게 직접 연락을 주시거나 사무국을 통해 의견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0년 미래를 내다보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10년을 기다리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느리지만 견고하게 한 걸음씩 내딛는 과신대가 되면 좋겠습니다. 2021년은 과신연 출발로 새로운 한 걸음을 걷겠습니다.

과신대 대표 우종학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