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예배와 예배당, 교회와 교회당 I

별아저씨의집 2020. 3. 11. 21:10
2020. 2. 29

예배와 예배당, 교회와 교회당

아침마다 말씀 대신 코로나 뉴스로 묵상을 강요당하는 시절입니다. 바이러스 감염과 확산을 막는 일도 장기전을 준비해야 하지만, 내 삶이 온갖 바이러스에 물들지 않도록 장기전을 대비해야겠습니다.

"예배드리면 죽인다고 칼이 들어올 때, 목숨을 걸고 예배드리는 것이 신앙입니다. 그러나 예배 모임이 칼이 되어 남들의 목숨을 위태하게 하면, 모이지 않는 것이 신앙입니다." 이틀 전에 이렇게 짧게 올린 글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셨습니다.

진리는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나를 위한 일인가, 남을 위한 일인가 라는 질문 앞에 답은 명확합니다. 하지만 진리를 실천하는 것은 간단하거나 쉽지 않습니다. 예배당에 모이지 않는 주일이 상상이 되지 않는 분들, 625때도 예배당 문을 닫지 않은 역사, 예배당 중심의 개신교 문화, 신앙을 양보하는 듯한 느낌.. 쉽지 않다는 걸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80고개의 부모님은 여전히 새벽기도를 가십니다. 눈이 많이 와서 미끄러져 골절이라도 당하면 노인들에게는 치명적입니다. 눈 좀 온다고 새벽기도를 안 갈 수 있냐고 완강하시던 분들입니다. 두분 다 외과 수술을 받으신 후로 눈이 많이 온 날에는 새벽기도를 안가시고 집에서 기도하신다 합니다.

12년 동안 주일예배를 빠진 적이 한번 밖에 없었습니다. 초1부터 고3까지, 맹장수술후 병원에 입원해 있던 주일에 딱 한번 모교회 주일예배를 빠졌습니다. 주사약이 투여되고 있어서 교회당에 못갔습니다. 12년 정근상으로 받은 상이 NIV 영어성경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대학때 매일 아침 그 성경을 읽던 기억이 납니다

예배당은 교회가 아닙니다. 교회는 사람들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교회입니다. 교회가 모이는 곳이 예배당입니다. 예배당에서 모이지 않는다고 해서 교회가 문을 닫는게 아닙니다. 교회는 장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배당은 성전도 아닙니다. 교회당을 예루살렘 성전처럼 미화하는 것은 오히려 반성경적입니다. 교회건물은 교인들이 모이기 위한 장소이고 도구일 뿐입니다. 성경은 그리스도인 한사람 한사람이 성전이라고 가르칩니다.

예배를 예배당에서만 드려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유대인들이 일년에 몇번씩 하나님이 계신 성소(장막이나 성전)에 가서 제사를 드리던 구약시대가 아닙니다. 신약 성경은 모이기에 힘쓰라고 가르치지만 예배당에서만 예배를 드려야 한다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예배는 어떤 의식에 참여하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의식이 없이는 예배를 담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순서에 따라 어떤 의식에 참여한다고 해도 예배가 아닐 수 있습니다.

예배란 무엇입니까? 사도 바울은 로마서 12장에서 이렇게 권면합니다. "여러분의 몸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십시오. 이것이 여러분이 드릴 합당한 예배입니다. 여러분은 이 시대의 풍조를 본받지 말고,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완전하신 뜻이 무엇인지를 분별하도록 하십시오."

삶이 예배입니다. 주일에 드리는 예배만 예배가 아닙니다. 교회인 우리 한사람 한사람이 매일 우리 삶의 자리에서 시대의 풍조를 따르지 않고 생각을 바꾸고 변화를 받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분별하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일성수 했다면서, 나머지 6일 동안의 삶에서 예배하지 않는 삶을 삽니다. 주일성수했다고 생색내면서 마치 온전히 예배드렸다고 착각합니다.

그렇다고해서 교회당에 갈 필요없다. 주일예배 필요없으니 집에서 각자 예배하라고 주장하는게 아닙니다. 주일예배를 통해서 받는 감격과 깨달음, 그리고 공동체가 주는 힘, 그 은혜를 너무나 잘 알고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무교회주의자나 가나안 성도가 되는게 길이라고 제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공동체는 성경의 핵심적인 가르침입니다. 그러나 공동체는 장소와 시간을 특정해서 모이는 주일예배를 통해서 세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그런 모임들이 출발점이 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주일예배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교회 즉 공동체를 세우는 일보다 형식적인 예배를 우위에 두는 것처럼 보입니다.

온라인 예배를 반대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예배를 중계하고 집에서 그 예배에 참여하는 것도 안된다는 분들은 한 장소에 모여야만 예배라고 규정하는 걸까요? 그렇진 않을 겁니다. 주5일 근무를 반대하던 목회자들의 목소리가 생각나는군요. 주말이 길어지면 놀러갈 사람이 많아질테니 주일예배 참석이 줄어들까봐 반대하던 목소리 말입니다.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주일 11시 예배를 신성화하고 주일성수해야만 한다는 억압적 방식으로는 앞으로 한국교회의 미래에 답이 없습니다. 종교는 언제나 문화라는 그릇에 담깁니다. 그릇이 변하는 과정에서 변함없는 복음을 담기 위해서는 고집만 부려서는 될 일이 아닙니다.

예배당에서 드리는 주일예배만 드리고 있다면 그리스도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답은 자명해 보입니다. 그 예배 이외에 다른 예배를 드릴 줄 모른다면 교회는 성경을 잘못 가르친 것입니다. 새벽기도 가고 주일예배는 가지만 세상에서는 더 이기적이고 더 악랄하고 악을 행하는 기독교인들의 모습이 종종 영화에 그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답은 자명해 보입니다. 세상의 흐름과 부딪히며 그 흐름에 역행하며 하나님의 선하고 거룩하고 온전한 뜻을 따라 뭔가 다른 방식으로 구별된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예배입니다. 자신의 죄된 본성에 순응하지 않고 인애와 공평의 가르침에 따라 한 주 내내 삶의 자리에서 씨름하는 그리스도인 한사람 한사람이 교회입니다. 그들이 주일에 예배당에 함께 모여 찬양하고 말씀 나누고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고 힘을 얻는 시간이 주일예배입니다. 교회당은 단지 후방일 뿐입니다. 예배는 전투지에서, 삶의 자리에서 드려야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교회당을 훌륭하게 짓고 교회조직이 커지도록 도와야 하는게 아닙니다. 반대로 지역교회들이 그리스도인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진정한 성전이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