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의 글과 칼럼

목사들이 비판적 사고에 약한 이유

별아저씨의집 2019. 8. 18. 11:08

목사들이 비판적 사고에 약한 이유

 

신앙 좋고 인품 좋고 (과거에) 뛰어난 지도자였던 목사님들이 노년에 사회적 감수성이 떨어지고 한쪽으로 치우친 주장과 황망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며 대단한 실망을 안겨주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40대에 교계 지도자란 소리를 듣던 분들이 은퇴를 하고나서도 그 영향력을 놓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건, 인간의 보편적 욕망이라고 씁슬하게 봐 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과거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던 것 만큼, 노년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친다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가만히 지켜보면 목사라는 직업은 참 비판적 사고에 약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그 이유는 1. 정보의 불균형, 2 일인 리더십, 3 비판적 목소리의 부재, 4 자기성찰의 한계 등입니다.

 

1. 균형있는 정보를 접하기 쉽지 않습니다. 교역자라는 특수한 환경이라 교인들과 터놓는 대화를 하기 보단 교인들은 목회의 대상입니다. 그러다 보니 목회자들끼리 어울리고 교제의 울타리가 제한됩니다. 사회적 다양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직업 중 하나입니다. 다양성의 부재는 어디서나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요.

 

안 그런 목사님들도 많지만, 많은 경우, 담임목사들의 나이는 많고 목사들끼리 어울리고 그 안에서 통용되는 정보를 주로 접합니다. 한국사회의 심각한 문제가 되는 카톡방처럼 말입니다.

 

스스로 공부하고 책을 읽고 다양한 환경에 노출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목사들은 정보의 불균형에 빠질 수 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2. 일인 리더십은 한국교회의 특징입니다. 설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를 운영하는데 절대적인 리더십을 갖고 있지요. 장로교든 감리교든 어떤 교단이든 많은 경우 담임목사가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습니다. 다양한 의견들을 조율하며 합의를 끌어내기 보다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경우가 많지요. 그 과정에서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경우가 있겠지만 논리적인 설득으로 동의를 구해내는 일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의견을 철회시키는 경우가 흔합니다.

 

기독교라고 해도 유교문화가 반영된 사회에서 일인 리더십은 흔하게 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선교단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운영위원회가 리더십을 갖고 의견들을 조율하며 교회를 운영하는 구조가 훨씬 바람직합니다. 당회가 있지 않냐고 반문하겠지만, 한번 뽑아 평생 해먹는 당회가 교인들을 대변하여 의견을 합의하는 구조는 아니란 건 명백하지요.

 

일인 리더십을 발휘하던 분들의 취약점은 자신의 의견을 철회하기가 어렵다는 점이죠. 자기를 따르던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자신의 의견을 내려놓는 일은 익숙하지 않게 됩니다.

 

모든 질문에 다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는 목사는 모든 의사결정에도 예수님급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동시에 갖고 있을 수 있습니다.

 

3. 그러다보니 비판적 목소리를 별로 들어본 일이 없습니다. 자신의 설교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자신의 목회에 어떤 고칠점이 있는지, 자신의 교회 운영에 어떤 심각한 문제가 있는지 그런 솔직한 의견들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그런 의견을 감히 내놓는 교인도 없거니와 그런 의견을 내놓으면 반대파로 오인받아 교회에서 퇴출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교인들 중에도 악인들이 있습니다. 교묘히 말을 내고 모함하고 목사를 쫓아내는 사람들도 있지요. 그래서일까요. 목사들은 비판적 목소리에 더 익숙하지 않게 됩니다. 심지어 설교 잘하는 부목사를 경계하고 설교도 시키지 않는 담목들도 많지요.

 

4. 결국 자기성찰을 하기 어려운 직업입니다. 새벽기도에 나가서 매일 죄를 고백하고 눈물을 흘리고 교회를 위해서 기도할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자신의 사고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얼마나 심각하게 정보의 불균형을 겪고 있는지 성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성경 많이 읽어도 지구는 편평하다는 주장에 혹해서 반과학적 입장을 가질 수 있고, 아무리 기도를 많이하고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겠다고 고백해도, 혐오의 달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건 잘못하시는 겁니다.라고 감히 말해주는 사람도 없고, 목사들끼리 만나서 같은 관점으로 같은 얘기만 하고 있다면 자기성찰은 취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신앙심은 깊고 교회를 위하는 마음은 훌륭하지만 비판적 사고는 되지 않는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목사들 뿐만 아닙니다.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다양한 직업군이 비슷합니다. 교수라고 뭐 다르겠습니까. 얼마나 비판적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가, 얼마나 정보를 균형있게 접하는가, 얼마나 다양성을 확보하는가, 얼마나 자신의 의견을 철회할 수 있는가, 그런 경험이 있는가가 결국 자기성찰과 비판적 사고의 가능성을 판단하게 해 줍니다.

 

노년에 뻘소리하는 목사님들이 안타깝습니다. 훌륭한 인품을 갖추었고 과거에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했고 존경받을 만한 사역을 했다는 사실이 지금 그들이 하는 뻘소리를 들을만한 소리로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비판적 사고에 취약한 분들의 노년을 안타깝게 지켜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