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의 글과 칼럼

[과도기_이야기] 창조과학과 유신진화론을 비교한다?

별아저씨의집 2019. 7. 25. 12:04

#과도기_이야기 48 - 창조과학과 유신진화론을 비교한다?

 

잘못하면 이런 비교는 여러 면에서 오해를 일으키기 쉽습니다.

 

1. 창조과학에 대립되는 것이 유신진화론이 아닙니다. 유신진화론이라는 말을 쓰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그들이 무엇을 가르켜서 유신진화론이라고 하는 걸까, 늘 의문이 있습니다.

 

2. 창조과학은 노아대홍수로 지구격변이 일어나 지구의 지질현상이 생겨났다고 보는 젊은지구론을 소위 '과학적' - 정확히는 과학적이고 싶은- 설명으로 제시합니다. 물론 1920년대 프라이스에 의해 다듬어진 젊은지구론은 우주의 기원이나 지구의 기원, 그리고 생명의 기원에 관해서는 별로 설명체계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3. 유신진화론이 창조과학과 같은 어떤 '과학적 설명체계'를 갖고 있는 걸까요? 적어도 제가 동의하는 진화적 창조의 관점은 진화의 방법으로 창조되었다는 포괄적 견해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진화라는 말은 단지 생물진화를 가르키는 말이 아니라 첫째, 시간에 따른 변화를 통해서, 둘째 그 변화가 인과관계에 따라 일어난다는 뜻입니다. 즉, 자연의 다양한 인과관계를 통해서 창조되었다고 보는 견해라는 뜻입니다. 울산바위의 창조방법은 천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풍화작용을 통해서라는 것이죠.

 

4. 물론 창조과학과 진화적 창조가 기독교의 두가지 견해라는 말은 맞습니다. 그러나 두 견해 모두 과학적 내용과 신학적 내용을 종합적으로 포함하고 있지요. 하지만 과학과 신학 내용들을 어떤 방식으로 종합하는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5. 창조과학과 비교하려면 진화적 창조가 아니라 과학 그 자체와 비교해야 합니다. 창조과학이 주장하는 소위 그들이 말하는 '과학'이라는 것과 과학계에서 말하는 과학이 어떻게 다른지, 어느 것이 맞는지 비교해야 하는 것이지요.

 

6. 진화적 창조는 과학의 발전을 수용하는 견해입니다. 생물진화론을 전도하기 위한 타협한 이론이나 사탄의 계략이 아니라, 신의 창조를 이해하려는 노력이고 신의 창조를 발전하고 있는 과학을 통해서 이해하는 관점입니다.

 

7-1. 그래서 당연히 과학의 가변성에 열려있고 현재 과학의 정설들을 수용하지만 그 정설들을 도그마적으로 혹은 결코 변함없는 진리 수준으로 주장하지 않습니다.

 

7-2. 가령, 하나님은 자연세계의 다양한 인과관계를 사용해서 창조하셨는데 그 방법들은 과학을 통해서 밝혀지고 있는 중이야. 지금은 우리가 여기까지 확실히 알고 있고 이런저런 내용은 아직 불확실성이 많지만 이렇게 저렇게 되었을 것으로 과학으로 밝혀지고 있는 중이야. 이런 정도의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8. 창조과학은 성경과 과학을 조화시키려는 일치주의의 관점에 서 있습니다. 성경을 조화주의 관점으로 해석하는 것이죠. 그러나 문자주의와 세대주의/안식교의 영향으로 성경이 지구나이를 만년으로 가르친다고 보기때문에 성경과 과학을 조화시키려면 과학이 틀렸다고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지질학, 천문학, 생물학 다 틀렸다는 견해입니다.

 

9. 반면에 진화적 창조는 성경과 과학을 조화시키려는 일치주의 관점을 따르지 않습니다. 성경해석은 오히려 비일치주의의 관점의 해석이 맞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성경은 과학교과서가 아니니까 성경본문에 맞추어 과학을 거부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입니다.

 

10. 반대로 과학에 맞추어 성경을 거부하는 입장도 있습니다. 가장 극단에는 신 무신론이 있고, 기독교 내부에서도 과학과 맞지 않는 성경의 내용들은 삭제하거나 무시하는 방식으로 과학과 성경을 조화시키는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는 그들을 여전히 조화주의자라고 부르겠습니다. 창조과학과는 반대로 과학 아래 성경을 두는 입장이지 요.

 

11. 창조과학자들이 저에게 타협한 이론을 제시한다며 비난하지만, 글쎄 저는 별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런 비난은 일치주의 관점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비일치주의에서는 성경과 과학을 다른 범주의 설명체계로 보기 때문에 그런 타협 자체가 불가능하지요. 성경본문 기록에 맞추어 과학을 판단하거나 반대로 과학에 맞추어 성경본문 해석을 재단하지 않습니다.

 

12. 그러니 창조과학과 진화적 창조, 이 두 관점을 비교한다고 하면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과학적 내용과 신학적 내용이 함께 있는 견해들이기 때문에, 과학 내용은 과학으로, 신학적 내용은 신학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13. 그래서 창조과학의 문제는 현대과학과의 비교, 그리고 성서해석과 기독교신학의 관점에서 비판해야 합니다.

 

14. 진화적 창조론은 현대과학을 수용하는 견해이니, 이 경우에는 가령 현대과학을 반대하는 음모론자들의 주장과 비교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성서해석과 신학적 문제를 살펴봐야 합니다.

 

15. 이런 면에서 창조과학의 대체제로서 진화적 창조론을 제시하는 건 약간 격이 맞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창조과학의 대체제는 필요없기 때문입니다. 현대과학을 수용하되 비판적으로 엄밀하게 다루면 됩니다. 어떤 다른 과학 혹은 이론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16. 다만 현대과학을 수용할 때 생기는 다양한 신학적 질문과 의문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 문제는 신학자들의 숙제입니다. 우리가 그동안 이해했던 것과 다르게, 하나님이 이런 저런 방법으로 창조한 것으로 드러났다면 그렇다면 그걸 어떻게 신학적으로 이해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 문제는 과학자들이 답변할 문제도 아닙니다. 신학자들이 해야 할 일이죠.

 

17. 그러니 진화적 창조론을 마치 창조과학처럼 성경과 과학을 조화시킨 체계화된 설명이 있는듯이 취급하는 것은 여전히 창조과학식 사고를 따른 셈입니다.

 

18. 이번 여름 과신대 청소년 캠프도 하고 여러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교계에 신학자들의 깊이 있는 고민과 두려움을 극복하는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