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 452

학생들과 관측 중, 릭 천문대에서

아침에 관측을 끝내고 숙소로 내려가는 길에 보니 산 호세 하늘과 베이쪽 바다 위로 해무가 가득 찼습니다. 멋진 광경이었습니다. 학생, 포스닥, 3명이 함께 와서 릭 천문대에서 관측을 하고 있습니다. 어제 밤은 날씨가 아주 좋아 좋은 데이터를 얻었습니다. 두달 이상 진행되는 켐페인이 이제 3일 뒤면 끝납니다. 우리 그룹이 맡은 마지막 4일이 지금까지 관측기간 중 가장 좋은 날씨를 갖게 될 것 같습니다. 최소 너댓 개의 은하들에 있는 블랙홀 질량을 처음 구하게 될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둘째날 밤, 관측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학생들이 좋은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좀 여유가 생기는 군요.

도라, 도라, 도라.

이번 여행은 조금 길겠습니다. 한 주 정도는 샌프란에서 가까운 릭 천문대에서 보내고, LA에 잠시 내려갔다가 산타 바바라에 갈 예정입니다. 연구도 하고 차근차근 생각들도 좀 하고 여유도 좀 가질 예정입니다. 산타 바바라에 있는 동안 주말 즈음 샌프란시스코에 한번 놀러 갈 생각이구요. 마지막 한 주는 시카고 코스타에 참석합니다. 맘 같아선, 밀린 논문도 좀 쓰고, 밀린 계산도 좀 하고, 밀린 토론도 좀 하고, 쓰고 싶던 책도 좀 쓰고, 다운타운에 가서 커피 마시며 책도 좀 읽고, 보고 싶은 사람들도 만나고 뭐 그러고 싶지만. 그거 다 하려면 한달이 빠듯하겠습니다. 다음 주에 LA에서 '우주의 역사로 드러난 창조' 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코스타 세미나도 있구요. 좋은 사역 기회가 ..

서울대에서 인천공항까지 가는 가장 편한 법

인천 공항을 갈때마다 여러번 버스, 택시 등을 갈아타야 해서 불편하다는 징징거림을 여러번 블로그에 올렸드랬죠. 지난 4월에는 홍대까지 지하철로 가서 공항 철도를 이용하는 차비가 5천원도 들지 않고 정확한 방법을 이용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서울대 호암교수화관 앞에 공항버스가 보이기 시작했죠. 6017번이라는 우등 리무진이랍니다. 배차 시간이 낮에는 50분 간격이라는 것이 흠이지만 그래도 교수아파트에서 걸어가 버스를 타고 바로 공항에 내릴수 있는 가장 편한 방법 되겠습니다. 12시 20분 차를 탔습니다. 낙성대에서 10분 막히고 빙빙 돌아 대방지하차도 앞 공군회관까지 가는데 30분 걸리더군요. 그러나 거기서부터는 올림픽 대로를 타고 고속도로를 타서 공항에 도착하기 1시 35분이었습니다. 경이적인 기..

시급한 서울대법인화법 개폐 - 조국 교수

서울대 법인화 문제가 학생들의 본부건물 점거농성으로 이슈로 떠올랐다. 학교가 시끄럽다. 한쪽에서는 행정마비 등등을 이유로 학생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또 한쪽에서는 서울대 법인화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서울대법인화법을 다루는 상임위에서 논의되지도 못한 법이 지난 연말에 날치기 통과 과정에서 다른 법들과 함께 뚝딱 통과되었으니 절차상 문제가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통과된 법이니 법적 효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법인화의 문제가 무엇인지 반대의 이유를 짚어보아야 한다. 학생들이 2천명 가까이 모여 투표를 통해 본부건물 점거를 지지했다니 적어도 학내 구성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기회로 삼아야 함은 분명해 보인다. 조국 교수의 글을 옮겨온다. ---------------------------..

복음과상황 - 와와클럽에 다녀오다

매달 복음과상황이 마련하는 와와클럽에 다녀왔다. 홍대근처에 있는 커피밀도 처음 방문하는 것이고 와와클럽도 처음이다. 홍대근처의 젊은 분위기도 좋았고 아기자기해 보이는 커피점의 느낌도 좋았다. 15분 강의를 한 뒤 질문을 받아달라는 부탁을 받아 조금 난감했다. '종교와 과학의 근본주의를 넘어서'라는 다소 거창한 제목에 비하면 이야기의 틀을 형성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이다. 과학과 신앙에 관련된 주제는 어느정도 밑그림을 그려주어야 질문과 토론이 가능해지는데 처음부터 질의응답으로 시작하면 내용의 흐름이 상당히 산만해 질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과학적 무신론과 젊은지구론과 같은 극단적 문자주의를 경계하는 내용을 담아 짧게 강의를 하고 참석자들과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복상의 독자들, 와와클럽에..

모순

논문쓰기 작업에, 강의준비에, 학생들 연구지도에, 콜로퀴움 담당에, 연구프로포잘 준비에, 연구비 정산과 관리에, 외부 강연에, 잡다한 글쓰기에, 출장준비와 출장과 출장보고에, 행정 업무에.... 바쁘다. 그러면서도 바닥 없는 나락을 떨어지듯 한없이 외로울 때가 있다. 아마도 너무 바빠서 외로운 것일까? 이건 말이 되는 얘길까?

대학은 교육기관이다

출장을 다녀왔더니 그간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또 한 명의 카이스트 학생이 자살했다. 자살한 학생의 개인적 문제로 보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너무 크다. 서남표 총장의 카이스트 개혁을 주욱 못마땅하게 봤던 이유는 그가 성공적으로 해낸 일도 있겠지만 한편 그가 대학을 회사처럼 보는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흔히, 사회에서는 결과가 중요하지만 대학에서는 그래도 여전히 과정을 중요하게 본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무한경쟁 체제에 내몰린 대학에서는 역시 결과만 중요하다. 나름대로 객관적이라는 대학평가 기준을 만들어 세계의 대학들의 순위를 매기는 일도 우스꽝스럽지만, The TImes 같은 신문사에서 정하는 그 기준들에 목이 메여 질질 끌려가는 대학들도 우습다. 그저 세계 100대 대학, 50대 대학 안에 들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