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의 글과 칼럼

창조과학은 1급 성경해석?

별아저씨의집 2018. 8. 11. 12:09
창조과학은 1급 성경해석?

지난 주 월요일에 과신대 콜로퀴움이 열렸습니다. 벌써 9번째입니다. 몸이 불편하지만 와주신 전성민 교수님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콜로퀴움은 제목부터 - 구약학자가 본 창조과학과 성경해석- 이란 부제가 달려 흥미로왔고 100명 이상 사전등록하면서 관심을 보였습니다.

[무.크.따]에 성경을 우상시하는 성경교가 아니라 예수를 믿는 기독교가 되어야 하고 성경을 제대로 이해하기 이해서는 해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내용을 썼습니다.

그랜드캐년 창조과학 탐사를 운영하는 이재만 선교사는 성경을 있는 그대로 믿어야 한다며 제 책을 타협한 이론이라 비판했습니다. 그의 책에서는 성경교가 되자고 했다더군요.

성경을 있는 그대로 읽는다는게 말이되지 않음은 조금만 공부해도 알 수 있습니다. 신대원에서 당연히 그렇게 배우고 신학자들에겐 상식입니다.

성경교가 되면 안된다는 말을 트집잡아 저를 성경을 믿지 않는 이단처럼 프레임 씌우는 그들이 참 답답했습니다. 이재만 선교사 뿐 아니지요. 예전에도 포스팅했지만 창조과학회 회장도 [무크따]를 왜곡 인용하면서 마치 제가 성경을 믿지 말라고 주장한 것처럼 위험한 인물로 묘사하기도 했지요.

열심은 좋지만 창조과학의 가장 큰 문제는 사실은 신학의 부재입니다. 특히 성경을 있는 그대로 읽어야 한다는 주장에서 볼 수 있듯이 성서학적 이해의 부재가 큰 문제입니다.

그동안 성경을 제대로 해석해야 한다는 상식수준의 주장 때문에 이단처럼 낙인찍히면서, 한편 성서학자들이 제 주장을 백업해주지 않는게 좀 그랬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나 상식적인 얘기라 구약학자들이 나설 필요도 없었겠지요.

전성민 교수님은 창조과학자들은 자기들의 성경해석이 1급이고 다만 과학이 2급인 반면, 반면 다른 창조론은 2급 성경해석에 1급 과학이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며, 과연 창조과학이 1급 성경해석인가를 묻는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창조과학식 성경해석의 문제를 하나씩 비판하는 구약학자의 강의가 한편으로는 반가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성서학의 배경도 없는 비전문가의 책을 전문가인 구약학자가 비판해야 하는 상황이 씁쓸했습니다.

전교수님의 몇가지 핵심적인 설명은 이렇습니다.
1. 성경을 있는 그대로 읽는다는 주장은 허상이다. 번역부터 이미 해석이다. 성경은 제대로 해석해야 한다.

2. 창세기 1장을 문자적으로 읽지 않으면 노아홍수도 모세의 기적도 복음서의 기적도 예수의 부활도 다 부정하게 된다. 하나를 인정하다 보면 계속 밀려서 결국 성경전체를 포기하게 된다는 즉 한번 미끄러지면 끝까지 떨어진다는 '미끄러운 비탈길'의 주장은 지나치다.

오히려 지구 6천년설에 기대어 있다가 과학이 지구6천년설을 반박하면 반대로 미끄러져 끝까지 떨어진다는 구약학자 롱맨 3세의 경고를 언급했습니다.

3. 젊은지구론을 믿지 않으면 진화론에 물들고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는 사실도 원죄도 부정하게 되고 구원도 부정하고 신앙을 잃어버린다는 식의 주장을 비판합니다. 이런 주장은 말 그대로 공포를 조장하는 협박이라는 것입니다.

신앙을 잃어버릴까 두렵게 만들어 성경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는, 공포와 협박을 조장하는 우민정책이지요.

4. 전성님 교수님은 이재만 선교사의 성경해석은 문학적 수사나 장치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혹은 일부러 이해하지 않는 너무나 평면적이고 단순한 성경해석이라고 봅니다. 성경에는 비유나 유비 뿐만 아니라 과장법까지 들어있는데 그런 표현들을 문자적 사실로 보는 것은 문제가 심각합니다.

사실, 복음서를 읽는 것과는 다르게 창세기 1,2장은 특히 해석이 어렵습니다. [복음주의자들의 대화]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창조기사논쟁] 책을 보면 뛰어난 복음주의 구약학자 5명이 창세기 1,2장을 어떻게 해석할지 서로 다른 의견을 주고 받습니다.

이들의 의견도 서로 차이가 나는데 도대체 성경을 있는 그대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 무슨 말이란 말입니까? 성경을 해석해야 한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이단처럼 몰아붙이는 것은 무슨 해괴한 반지성이란 말입니까.

전성민 교수님은 젊은지구론자들의 이런 잘못된 주장들의 근거에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일반 교인들이 이런 젊은지구론의 성경해석에 끌리는 이유는 뭘까요? 성경을 있는 그대로 읽지 않고 해석하면 왠지 이단이 될 것 같고 신앙을 잃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지요.

북한이 쳐들어올지 모르니 입닥치고 정부의 말을 들으라던 독재정권의 협박과 공포정치가 떠오릅니다. 교회 안에도 참 협박과 공포가 많습니다. 세습목사나 불법을 저지른 목사들이 그리고 자기의 나라를 확장하려는 삯꾼 목사들이 특히 협박에 능할 것입니다. 이슬람과 동성애도 그런 두려움을 조장하는 정치공학적 면이 강합니다.

답답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종교개혁의 전통으로 다시 돌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명성교회든 사랑의교회든 온누리교회든, 아니 그 어떤 교회든 간에 목사를 제사장처럼 여기고 나와 하나님을 연결해 줄 브로커로 여기면 답은 없습니다.

우리가 다 제사장입니다. 그 신분에 맞게 성경을 제대로 읽고 공부해야 합니다. 목회자의 도움을 받으면 더 좋지요. 그렇지않더라도 충분히 할수 있습니다. 좋은 책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독서모임도 많지요. 그런 모임 가면 신천지가 될 수 있으니 위험하다고요? 여전히 공포와 협박입니다. 신천지는 피하되 의미있는 독서모임에 나가고 혼자 책을 읽고 좋은 강의 들으러 다녀야 합니다. 잘못하면 말라죽으니 열심히 파고들며 신앙생활해야 합니다.

과신대도 적극 추천합니다. 매달 콜로퀴움도 열리고 오늘 오후엔 성남/분당 지역에서 기초과정도 열립니다. 지역별 독서모임도 합니다. 시간내서 참여해야하지요. 과신대 뿐만 아닙니다. 느헤미야 성경연구원 가서 수업도 듣고 청어람 강의도 듣고 해야 합니다.

다음달 과신대 콜로퀴움은 [진화과학과 창세기 - 공명인가 모순인가]를 주제로 다룹니다. 생명과학자의 진화이야기와 구약학자의 창세기 이야기가 풍성하게 차려집니다. 9월 3일 더처치에서 열립니다.

네 창조과학은 1급 성경해석이 아닙니다. 신학자들이 보기엔 창조과학은 성경해석은 2급이고 제가보기엔 창조과학은 유사과학 수준으로 평가범위 밖입니다. 성경 제대로 읽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