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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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아저씨의집 2017. 11. 29. 21:01
2015년 11월 29일

* (추가) 어젯밤에 잠들기 전에 이 글을 썼는데 많은 분들이 동감을 하시는군요. 가슴 아픈 일입니다. 특정 교회를 탓하려는 생각은 없고 그저 이 땅에 사는 복음에 목말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단비 한번 맛보지 못하고 오랫동안 메말라 있을 생각을 하니 답답할 뿐입니다.

그나마 성서를 통해 양식을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은 낫겠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공동체까지는 언급할 생각도 못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살아숨쉬는 건강한 교회들이 여기저기 많이 살아있음을 확신합니다. 그리고 감히 말한다면, 거기서 내 영혼이 말라비틀어져 죽을거라면 아예 거기를 떠나라고, 죽은 교회를 떠나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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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지는 예배로 드리는 날이라 동네교회를 찾았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자주 봤던 교회에 들어갔더니 조명과 꽃꽃이와 강단, 예배당이 화려하다. 오래만에 듣는 파이프 오르간 소리에 맞춰 성가대 찬양도 감사하다.

그런데 설교를 이해할 수 없다.
하나님을 기쁘게 하자는 주제인데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다.

첫째는 하나님을 제일 사랑해야 한단다. 다른 무엇보다 가장 사랑해야 한단다. 물론 동의한다. 그런데 그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가? 어떻게 하면 하나님을 가장 사랑하는 걸까? 내용이 없다. 그냥 가장 사랑하란다. 다른 것보다 하나님을 가장 사랑한다고 스스로 다짐하면 된다는 걸까?

둘째는 하나님을 신뢰해야 한단다. 성경인물을 예로 들면서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말씀도 믿고 신뢰해야 한단다. 물론 동의한다. 그런데 오늘 우리 삶에서 도대체 어떻게 살으라는 것일까? 하나님은 우리에게 어떻게 살기를 바라신다는 걸까? 이해되지 않는데도 순종해야 하는 그 내용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도통 이해가 안된다. 하나님을 신뢰한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진짜로 하나님을 신뢰하는건지 판단할 방법이 없다. 신뢰하는지 여부는 결국 삶으로 살아내는가에 달려있다. 그런데 신뢰할 내용이 무엇인지 언급이 별로없다. 몇가지 예를 들긴 했다. 십일조를 꼭해야 한단다. 그리고 용서할 수 없는 사람도 용서해야 한단다. 전자는 동의하기 어렵고 후자는 그럴듯 했다.

세째는 찬양하고 예배하는 삶을 살아야 한단다. 이 부분에서 옳게도 목사님은 교회에서 찬양하는 것 만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예배를 해야한다고 말씀하신다. 귀가 쫑긋했다. 그런데 일상 속에서 예배해야 한다는 뜻이, 로마서 말씀처럼 세상을 본받지 말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여 우리 몸을, 우리 일상을 하나님이 거룩하게 받으실 산 제사로 드리라는 의미로 말씀하시지 않는다. 할렐루야를 자주하라는 말씀같다. 자주 찬양을 하란다. 예배를 많이 드리라는 말인가? 그러면 되는 건가? 과연 그럴까.

예배시간의 앞부분은 긴 광고가 이어졌다. 그중에 상당 시간은 누가 꽃꽂이를 했고 누가 한턱을 내었고 등등으로 이어진다. 계모임같다. 내가 낸 재물과 노력이 나의 이익집단을 위해 쓰이는 것은 그냥 계모임과 다를 바 없다. 많은 중년들이 교회를 떠나기 어려운 이유가 그동안 부조한 것이 많아서 라고 하던데, 요즘 교회는 색깔만 교회고 거대한 조직적 계모임 같다.

언제부턴가 교회를 보는 나의 시선은 거칠고 황량하다. 생명이 없는 사막을 보는 시선이 어찌 따듯하고 벅찰 수 있으랴.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종교적 계모임에 빠진 영혼들에 대한 빚진 마음, 아니 애증이 있다.

아무래도 아무 교회나 방문하는 것은 그리 좋은 일이 아닌 듯하다. 갔다오면 속만 뒤집어진다. 절망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건강한 교회를 찾아 맛보아야 한다. 오늘 같은 날은 흩어지는 예배가 싫고 내가 속한 교회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