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기 이야기 열번째.
지구 나이가 6천년이라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을까?
지구6천년설을 도그마로 갖는 창조과학을 비판하면, 왜 성경을 믿지 않고 창조를 부정하냐며 날을 세우고 되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한번 제대로 질문을 던져봅시다. 과연 지구 나이가 6천년이라는 내용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을까요?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성경을 통해서 지구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그 연대를 가르쳐 주려고 의도했다고 생각할 근거나 이유도 없습니다만,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성경에는 지구가 6천년 전에 창조되었다는 내용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창조과학자들은 지구의 나이를 6천년이라고 주장하는 걸까요? 그들의 주장은 성경의 다양한 내용을 해석하고 종합해서 계산한 하나의 해석일 뿐입니다.
근대과학이 생겨나기 전까지 지구의 나이는 수천년 정도라는 견해가 일반적이었습니다. 즉 지구 6천년설은 고대창조론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 배경에는 창세기에 나오는 족보를 따라 연수를 계산해서 아담까지 가면 6000년 이라는 시간이 나옵니다. 즉, 아담이 6일 창조기간에 창조되었으니, 대략 기원전 4000년 경에 창세기 1장에 나오는 천지창조가 있었다고 해석합니다. 이 고대창조론을 부활시킨 것이 바로 창조과학의 젊은지구론입니다.
그러나 창세기 1장을 자세히 읽어보면 지구 자체의 창조에 관해서 언급되어 있지 읺습니다. 6일 창조는 창세기1장 3절부터 나오는데, 빛의 창조를 시작으로 해서 인간의 창조까지 서사가 펼쳐집니다. 하지만 6일 창조에는 지구가 창조되는 내용이 없습니다.
물론 우리 현대인들은 지구라고 하면 둥굴고 푸른 행성을 생각합니다. 태양계라는 우주공간에 지구가 담겨있는 모습을 생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창세기의 저자나 창세기의 독자들이었던 고대 근동 지역 사람들이 그런 개념을 갖고 있을 리는 없습니다. 그들에게 지구는 지표면의 땅과 바다, 그리고 대기 정도를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3절부터 나오는 6일 창조의 내용을 보면 땅과 바다나 대기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닙니다. 혼돈스럽게 섞여 있던 것들에 질서를 부여해서 땅과 바다와 하늘을 분리시키는 과정이 묘사되어 있을 뿐입니다. 바다와 땅을 구분해서 나누고, 궁창 위의 물과 궁창 아래 물을 나누는 등, 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혼돈에 질서를 부여하는 설명입니다. 물을 창조하는 과정이나 땅을 만드는 내용은 없습니다.
다만, 6일 창조 이야기기 3절부터 시작되기 전에, 1절에서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선포가 나옵니다. 1절을 창세기 1장 전체에 대한 도입으로 해석하지 않고 1절에 나온 천지창조와 3절부터 나오는 6일 창조를 서로 다른 창조라고 해석한다면 지구는 1절에서 창조된 거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창조과학자들은 지구가 태양보다 먼저 창조되었다고 주장합니다. 넷째날 태양이 창조되지만 지구는 이미 6일 창조 전에 창조되었다는 것이죠.
자세히 읽어보면 6일창조가 시작되는 3절 바로 전에 나오는 2절의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여기서 수면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나님의 영이 수면 위에 운행하시더라. 이렇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수면을 문자 그대로 해석해 볼까요? 수면이 있으려면 우선 물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물이 모여서 물과 물 밖의 공기를 가르는 경계가 있어야 합니다. 바다와 바다 위의 대기처럼 말이지요. 이런 현상은 중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우주공간에서 물을 갖다 두어도 수면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지구에 있는 물은 중력때문에 한곳에 모이고 그 위로 대기가 있으니 수면이 형성되는 것이죠.
그러니까 창세기 1장 2절은 이미 물에 덮힌, 즉 바다가 있는 지구를 묘사하고 있는 셈입니다. 즉 빛의 창조로 시작되는 6일 창조가 있기도 전에 이미 지구가 창조되었고 물도 창조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구의 나이를 6천년으로 해석하는 것은 옳을까요?
백 번 양보해서, 3절부터 나오는 6일 창조가 약 6천년 전, 즉 기원전 4000년 경에 발생한 사건이라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지구의 연대를 말할 수는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왜냐하면 6일 창조 이전에 이미 지구가 창조되었으니까요. 6일 창조가 있었던 시점보다 얼마나 더 오래 전에 지구가 창조했는지 혹은 물이 창조되었지 성경은 언급하지 않습니다. 창세기를 읽어서 족보를 따지고 6일창조를 문자적으로 해석한다고 해도 성경에서 지구가 언제 창조되었는지 그 정보를 얻을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가령, 문자적 해석을 따르면 태양은 6일 창조 중에 창조되었으니 태양의 나이를 6천년이라고 주장한다면 일리가 있겠습니다. 비록 성서신학자들에게 그리고 과학자들에게 비판을 받겠지만 그래도 말은 됩니다. 창세기 1장을 창조에 관한 과학적 서술로 읽는 것 자체가 신학적 비판에 직면하지만 그래도 태양의 나이를 6천년이라고 주장한다면 그런 해석도 가능은 하다는 말입니다.
반면, 지구의 나이가 6천년이라는 주장은 아무리 성경을 문자적으로 읽어도 쉽게 나올 수 없는 결론입니다. 지구 6천년설은 성경을 그대로 읽어서 나오는 결론이 아니라 다양한 가정을 해야만 성립되는 주장이라는 뜻입니다. 가령 창세기 1장의 1,2,3절이 모두 창조의 한 주간 중 첫째 날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가정해야만 합니다. 즉, 첫째날에 천지를 만드시고, 지구와 물도 창조하시고 그리고 3절에 등장하는 빛도 창조하신 것이라고 가정해야 지구의 연대를 6천년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결론은 그렇습니다. 성경은 지구의 나이가 6천년이라고 선언하지 않습니다. 족보를 따져서 창조의 시점을 추론하는 것은 하나의 해석일 뿐입니다. 창세기는 빛이 먼저 창조되었는지 지구가 먼저 창조되었는지 그 순서에 관해 과학적 정보를 명확히 주지 않습니다. 애초에 성경에서 지구 나이와 같은 과학지식을 찾으려고 하는 것부터가 성경을 잘못 읽는 태도입니다. 칼뱅은 천문학을 배우고 싶다면 다른 곳으로 보내라고 말했습니다. 성경에서 과학 정보를 찾으려고 하면 안된다는 말입니다. 심지어 성경을 과학교과서처럼 읽어도 그래도 지구 6천년설은 성경에 직접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창조과학자들의 해석일 뿐입니다.
사실 기독교 역사에는 다양한 창조론들이 등장했습니다. 제가 [과학시대의 도전과 기독교의 응답]이라는 책에서 자세히 설명했지만 몇가지 꼽아보자면, 고대창조론, 간격 창조론, 날-시대 창조론, 오랜지구 창조론, 자연적(진화적) 창조론 등 다양합니다.
그러니 창조론의 다양한 흐름에 대해서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성경을 보는 눈이 더 밝아지고 과학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성경을 더 정확히 읽게되고 창조에 관해서도 더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되어 왔습니다. 과신대 아카데미에서 제공하는 교육과정인 기초과정 을 여러분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이 강의는 한가지 창조론만이 옳다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창조론의 넓은 스펙트럼을 배워야 합니다. 꼭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결론입니다. 지구의 연대가 6천년이라는 내용은 성경에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하나의 해석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