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의 글과 칼럼

[과도기_이야기] 5. 창조과학자들은 천동설을 믿는가?

별아저씨의집 2017. 7. 12. 02:53

과도기 이야기. 다섯번째.

 

창조과학자들은 천동설을 믿으시나요

 

창세기 1장은 고대 근동 지방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상식에 기초해서 쓰였으니 성경에 담긴 고대 근동 지방 사람들의 상식을 진리로 주장할 것이 아니라, 그 그릇 안에 담겨있는 음식인 말씀을 잘 해석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창조과학자들은 그리스도인 과학자들이 이렇게 저렇게 성경해석을 바꿔 가면서 과학과 타협한다고 비판합니다.  성경을 정확히 해석해야 한다는 성경해석의 원칙 앞에서 그들은 성경을 있는 그대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창조과학자들의 주장은 과연 옳을까요? 글쎄요.

 

고대 근동 사람들은 궁창 위에 물 층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궁창은 지금으로 하면 하늘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비가오는 현상은 궁창이 열리면 그 위에 있는 물로 된 층에서 물이 지상으로 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궁창 위의 물층이라는 상식은 성경에도 등장합니다. 창조과학자들은 창세기 1장에 물 층이 묘사되어 있으니까 물층의 존재는 과학적 진리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은 음식이 아니라 음식을 담은 그릇까지도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셈입니다. 신학자들은 동의하지 않습니다. 음식과 그릇은 구별해야 합니다. 

 

성경을 그대로 읽어 믿어야 한다는 창조과학자들에게 한번 물어볼까요? 

1. 창조과학자들은 천동설을 믿습니까? 아니면 지동설을 믿습니까 ? 성경은 지구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태양과 달이 동에서 서로 운동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천동설의 상식이 담겨있습니다. 그렇다면 창조과학자들은 천동설을 믿는 건가요

 

2. 창조과학자들은 지구편평설을 믿는 걸까요? 아니면 지구가 둥글다고 믿습니까? 성경은 지구가 편평한 것처럼 묘사합니다. 그 어디에서 지구가 둥글다는 내용이 성경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창조과학자들은 성경에 따라 지구편평설을 주장할 건가요?

 

3. 창조과학자들은 딱딱한 궁창이 존재한다고 믿습니까? 창세기 1장에 나오는 궁창은 하늘과 같은 공간을 의미하지만 딱딱한 면에 해와 달과 별들이 붙어 있는 상태를 표현합니다. 고대근동 지방 사람들은 궁창이 회전한다고 믿었습니다. 물론 우리는 고대근동 사람들의 상식이 틀렸고 그대신 지구가 자전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구대기권을 넘어서면 우주공간이 연결됩니다. 그 사이에 어떤 딱딱한 경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공기의 밀도가 점점 작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창세기 1장은 하나님이 해와 달과 별들을 궁창에 두셨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고대근동 사람들의 상식을 표현한 것이죠. 하지만 창조과학자들은 성경의 표현대로 딱딱한 궁창이 존재한다고 믿는 건가요? 해와 달과 별들, 그러니까 안드로메다 은하까지 다 궁창 안에 존재한다고 믿는 겁니까? 그리고 그 밖에 물로된 층이 있다고 믿는 건가요? 창조과학자들은 도대체 뭘 믿는 것일까요? 

 

4. 창조과학자들은 태양이 창조되기 전에 지구가 창조되었다고 믿는겁니까? 창세기 1장은 태양이 넷째 날 창조되었다고 기록합니다. 그럼 창조과학자들은 지구가 먼저 창조되고 태양이 나중에 창조되었다고 믿는 건가요?

 

5. 창조과학자들은 넷째 날에 태양이 창조되기 전에는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는건가요? 아침이 되고 저녁이 되려면 태양이 있어야 하는데 태양이 창조되기 전이니, 다른 다른 별이 하나 있어서 태양 역할을 했다고 믿는겁니까?

 

6. 창조과학자들은 빛이 창조되기 전에 물이 창조되었다고 믿는 건가요? 창세기 1 3절에는 빛의 창조가 나옵니다. 그러나 그보다 앞선 2절에는 하나님의 영이 수면 위에 운행하신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창조과학자들은 빛보다 물이 먼저 창조되었다고 믿는건가요수면은 물층과 공기층이 나누어진 상태를 말합니다. 수면이 생기려면 중력이 작용해야 합니다. 즉 창세기 1 2절은 이미 지구가 있고 물이 있는 상황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창조과학자들은 빛이 창조되어 어둠과 나뉘기 전에 이미 지구가 창조되고 물이 창조되었다고 믿는 건가요? 

 

, 여러가지 질문을 던졌지만 창조과학자들은 통일성 있는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성경을 과학 교과서처럼 읽는 것이 그들의 오류입니다. 성경은 자연사의 연대기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쓰인 책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무질서에 질서를 부여하면서 우주 전체를 창조하셨다는 신학적인 말씀이지요성경은 목적에 맞게 읽어야 합니다. 창세기 1장의 목적은 과학적 설명이 아닙니다.  

 

어떻게 집을 지었냐고 물어보면 건축가는 이렇게 대답을 할 겁니다. 먼저, 땅을 파고 골격 세우고 철근과 콘크리트로 기둥을 올리고 외벽을 만들고 지붕을 덮고 그 다음에 전기와 배관 공사를 하고 인테리어를 한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집 주인에게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할까요? 1층에는 넓은 거실과 부엌을 넣고 2층에는 침실과 서재를 넣고 지하에는 놀이방과 창고가 들어가도록 집을 지었다고  대답합니다. 똑같은 집을 설명하더라고 목적에 따라 다르게 말합니다. 집주인은 집을 짓는 건축과정을 설명하는데 관심이 없고 집을 어떤 목적으로 지었는가를 말하고 싶은 겁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창조과정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아니라 신학적인 서사입니다. 창조과학의 가장 큰 문제는 성경을 잘못 해석하는 심각한 신학적 문제를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신이 읽고 싶은 대로 성경을 읽으면서, 성경을 그대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그런 터무니없는 주장을 펼친 것이 아니라 전문성을 가진 성서신학자들에게 배워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