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과학과 세대주의 -윤철민 지음
[개혁신학 vs 창조과학]이란 책을 통해서 접한 윤철민목사님의 새 책을 받았습니다. 고신교단 목사인 저자가 쓴 첫번째 책은 개혁신학의 관점으로 창조과학을 비판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번에 나온 두번째 책은 창조과학의 바탕이 되는 신학적 입장이 근본주의에 뿌리를 둔 세대주의임을 파헤칩니다.
1부에서는 왜 창조과학자들은 지구나이가 6천년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게 되었는지 고대와 중세 그리고 17세기를 거치며 지구 연대에 대한 개념의 변화과정과 함께 다룹니다. 그리고 젊은지구론이 20세기 홍수지질학을 통해 어떻게 구성되는지 추적합니다.
2부에서는 세대주의 종말론을 다루면서 창조과학의 아버지인 헨리 모리스가 철저한 세대주의자였으며 창세기와 요한계시록을 보는 시각이 똑같이 세대주의의 문제를 안고 있음을 드러냅니다. 휴거를 기다리는 전천년 세대주의의 신학적 문제가 창세기를 해석하는데도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죠. 이 부분은 김민석 작가의 [창조론 연대기]에도 소개 되었습니다.
3부에서는 안식교 (혹은 재림교)에서 출발한 창조과학의 역사를 다룹니다. 이 부분은 넘버스의 [창조론자들]에 나오는 내용에 더불어 추가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창세기를 해석하는 관점 중에서 간격이론이나 날-시대 이론처럼 지구의 긴 역사를 인정하는 관점들이 19세기와 20세기 중반까지 주류 견해였던 반면 젊은 지구론은 20세기 후반들어 창조과학 운동을 통해 광범위하게 퍼져나간 과정은 잘 드러냅니다.
3부 마지막 장에서는 창조과학자들이 이런 역사를 왜곡한다며 신란한 비판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가령 대표적 젊은지구론자인 이재만의 경우 그의 2014년 책에서 날-시대 이론이나 간격 이론이 창조과학의 젊은지구론 이후에 나온 것처럼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왜곡하는 이유는 지구의 긴 역사를 인정하는 견해들을 "먼저 태어난 창조과학 뒤에 나타난, 진화론에 타협한 이론들"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신랄하군요.
4부에서는 창조과학의 왜곡사례를 다룹니다. 아예 제목을 창조과학 판타지로 잡았네요. 가령 공룡과 인간의 발자국이 동시에 발견되었다는 버딕의 발자국, 공룡을 타고 다닌 인간의 그림이 잉카제국에서 발견되었다는 이카 스톤 등을 먼저 다룹니다. 이 일화들은 한마디로 판타지라는 것이죠. 공룡이 인간과 동시대에 살았다는 증거라며 한국창조과학회 홈페이지에 아직도 실려있는 내용들을 적절하게 비판합니다.
다른 예도 있습니다. 태양이 수축설이라든가 빛이 피곤해져서 속도가 느려졌다는 광속가감설 등의 문제도 다룹니다. 심지어 창조과학 진영 내부에서 광속감속설이 오류임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는 내용도 나옵니다. 한국창조과학회는 다른 창조과학회에서 인정하는 내용에 관해 둔감한가 봅니다. 한국창조과학회의 왜곡 인용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습니다.
임택규의 [아론의 송아지]가 창조과학의 과학관련 괴담을 깨준다면, 윤철민의 [개혁신학 vs 창조과학]그리고 [창조과학과 세대주의]는 창조과학의 신학 관련 문제점들을 파헤칩니다.
창조과학에서 깨어나는 시기에 도달한 한국교회를 위해 좋은 자료가 될 책입니다. 창조과학자들이 주장하는 내용의 진위가 궁금하다며 저에게 질문하시는 분들 많습니다. 그분들께 좋은 책이 되겠습니다.
개혁신학의 입장에 계신 분들, 특히 고신교단 목사님들, 그리고 전천년 세대주의의 심각한 문제점을 잘 알고 계신 분들은 창조과학이 어떻게 세대주의와 깊이 엮여있는지 꼭 들여다 봐야 합니다.
특히 창조과학 이외의 입장은 신학적 문제가 많다고 여기시는 분들이 있다면 창조과학이 가진 세대주의적 문제점들을 직면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보기에는 창조과학의 근본주의적 세대주의적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합니다.
여러분의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