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의 글과 칼럼

과신대 멤버들께 제안하는 창조과학에 대한 태도

별아저씨의집 2015. 10. 23. 02:15

페북그룹, 과학과 신학의 대화 에 올린 글입니다. 


과신대 멤버들께 제안하는 창조과학에 대한 태도


지난 주, 과신대 오프모임을 하면서 그리고 최근 과신대의 글과 댓글을 보면서, 또한 저에게 메세지 주시는 분들의 지적을 생각하며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동안 과신대에 올라온 글 들 중에는 창조과학의 문제점을 지적한 글들이 꽤 됩니다. 비과학적인 내용과 과장된 논리로 기존의 과학 결과들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고, 창조과학을 비판하는 크리스천 과학자들의 신앙을 공격하기도 하는 창조과학자들의 주장들에 대해서, 과학 각 분야, 그리고 신학 각 분야의 전문가의 시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알려주는 것은 중요한 사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조과학의 비과학성과 엉터리 주장의 실체가 드러나게 되면 다양한 반응이 나옵니다. 창조과학자들로부터 직접 공격을 당한 분들, 창조과학에 실망한 분들, 혹은 그동안 잘못 배워온 것이 억울한 분들, 그리고 무엇보다 창조과학 난민이 되어 방황하다가 겨우 신앙의 길을 다시 찾은 분들의 경우, 창조과학 주장의 오류를 낱낱이 밝혀주는 글들이 올라오면 다양한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 범위는 동의, 감사, 지지를 표하는 댓글부터 허탈, 한숨, 답답함을 표현하는 글, 그리고 창조과학을 비난, 조소, 냉소하는 글까지 다양합니다. 


말로만 하나님을 믿고 실제로는 진화론자다라는 식의 공격을 저도 직접 받다보니 창조과학자들에 대해 매우 날카로운 반응을 많이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창조과학에 대한 비판이나 비난 혹은 조소가 생기는 일차적 책임은 분명히 창조과학에 있습니다. 잘못된 주장으로 크리스천들을 오도하는 일은 마땅히 비판받아야 하고 비난과 조소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난과 조소로 일관된 댓글들은 건강하지는 않다고 생각됩니다. 창조과학 주장의 오류는 익히 알고 있는 바이고 거기에 비난과 조소를 더해 보았자 별로 득될 것은 없습니다. 다만 반창조과학의 정서를 공감하는 분들 사이의 유대감이 강화될 수는 있겠으나 그것은 별로 성경적인 방법은 아닙니다. 


현재 한국교회의 지형도를 보건데 절대다수의 크리스천들이 창조과학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왔었고 자신의 신앙과 창조과학 사이에 모종의 연결고리를 가져왔었음을 기억하면 창조과학에 대한 비난과 조소는 창조과학이 왜 잘못되었는지 그 내용을 모르는 분들에게는 거부감을 갖게 할 수 있습니다. 


비난과 조소의 대상이 되는 분들은 어떤 분들일까요? 심정적으로 창조과학에 기울어져 있는 절대다수가 심각한 정보의 불균형 때문에, 즉 창조과학이 옳다는 얘기만을 일방적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자연스레 창조과학을 수용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창조과학에 대한 비난과 조소보다는 올바른 정보와 건전한 비판입니다. 


물론 많은 분들이 지적하듯 창조과학자들 중에는 과학자들의 설명을 거부하고 기독과학자들을 타락한 타협주의자들로 낙인찍고 젊은지구교에 깊이 빠져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분들 중의 다수도 사실은 전문성의 부재와 체계적인 신학과 과학의 공부가 부족하기 때문에 잘못된 입장을 갖게 되었고 그리고 그 믿음이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 유지 강화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그분들도 사실 균형잡힌 과학과 신학의 시각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분들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저는 과신대 멤버들이 창조과학의 오류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비판하고 검증하되 창조과학에 심취된 분들에 대해서 비난과 조소로 대하기 보다는 보다 조심스러운, 뭐랄까 좀더 품고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입장에서 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창조과학의 비논리와 오류는 비판하되, 사람은 품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건전한 비판과 사람에 대한 비난/조소는 다른 것입니다. 


창조과학 때문에 힘들었던 분들은 어쩌면 창조과학을 비난하고 조소할 마땅한 이유를 갖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리와 이성 그리고 과학에 기댄 우리가, 이해를 추구하는 신앙을 가진 우리가, 좀더 성숙하고 합리적인 모습으로 창조과학의 문제들을 다루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저부터 성숙한 모습을 가져야 할텐데 마구 주먹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참고 인내하며 팩트와 논리에 기댄, 신학과 과학에 기초한 설득과 정화의 작업을 계속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