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의 글과 칼럼

창조과학을 비판하는 과학이 교만하다고?

별아저씨의집 2015. 8. 6. 11:00

창조과학을 비판하는 과학이 교만하다고?


젊은지구론 같은 창조과학을 비판하는 내 글을 본 사람들은 다양하게 반응한다. 그 중에서 창조과학을 심정적으로 지지하는 분들이 항상 하는 질문, 혹은 문제제기가 있다.


1) 과학도 불확실하지 않냐. 지구의 나이가 젊지 않다고 그렇게 확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과학의 교만아니냐? 

2) 창조과학자 중에도 훌륭한 과학자가 많다. 그들은 뭐 봉이냐? 

똑같은 질문을 하도 많이 받아서 페북 댓글에 답변달기도 지치지만 그래도 죽을 때까지 답해주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이렇게 답한다. 

1. 과학 내용 중에는 불확실한 내용도 있고 확실한 내용도 있다. 지구가 편평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치자 (진짜 있다). 그들에게 지구가 편평하다는 것은 일고의 가치가 없는 비과학적인 주장이라고 비판하면 어떻게 반응할텐가? 그래도 과학은 불확실한데 그렇게 확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과학의 교만아니냐고 할텐가? 


지구가 편평하지 않다는 것은 확실하니 그런 비판은 괜찮다고? 좋다. 그럼, 지동설은 어떨까? 천동설이 맞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천동설은 틀렸다고 비판한다면 뭐라고 할텐가? 이 주제는 조금 헷갈린다고? 아님 천동설이 틀렸다는 것도 과학적으로 확실하니까 그런 비판은 과학의 교만이 아닌 것 같다고? 

그렇다. 너무 쉬운 예를 들었다. 지구가 편평하다거나 천동설이 맞다거나 하는 얼토당토 않은 주장에 대해 과학자들이 비판한다면 아무도 딴지를 걸지 않는다. (물로 지구가 편평하고 천동설이 맞다고 믿는 매우 소수의 사람들이 21세기에도 존재한다). 


반면, 지구나이는 1만년 이상 오래되었고 젊은지구론은 틀렸다고 비판하면 어떨까? 그런 비판은 과학의 교만이라고? 아니다. 그것은 과학이 교만한 것이 아니라 당신이 무지한 것이다. 지구의 나이가 만년 이상 오래되었다는 과학적 증거는 압도적으로 많다. 이 문제는 과학적 결론이 이미 오래 전에 확립된 사안이다. 천동설이 틀렸고 지동설이 맞다는 것이 확실한 것처럼 지구나이가 1만년이라는 주장이 틀렸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니 교만을 들먹이지 말자. 


2. 물론 과학계에서는 천동설처럼 젊은지구론의 오류가 분명하지만, 대중은 그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 내가 잘 몰라서, 과학적 판단이 이미 끝난 거라는 것을 몰라서, 혹은 얼핏 보니 지구연대 문제는 아직 과학적으로 끝나지 않은 문제인 것 같아서, 그래서 상상력을 바탕으로 젊은지구론을 비판하는 과학자들을 교만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겠다. 그런 분들은 천동설과 지동설의 예를 생각하고 자신의 무지를 반성하자. 물론 무지 자체가 당신의 책임은 아닐 수 있다. 못 배우거나 안 배운 것을 누가 뭐라고 할 수도 없겠다. 문제는 자신의 무지함과 비전문성에도 불구하도 틀린 주장을 되풀이한하면 그것은 반성해야 할 일이다. 잘 모르면서, 인터넷에 굴러다니는 얇팍한 지식을 가지고, 잘못된 견해를 마구 지지하는 것만큼 해악스런 것도 없다. 


3. 과학자(특히 지질학자나 천문학자와 같이 이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과학자)가 아닌 사람들은 구체적인 과학연구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판단이 어렵다. 그렇다면, 모른다면, 과학자들의 결론을 수용하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다. (아님 어떻게 할려고?)

사실 따져보자. 천동설이 맞다고 목숨걸고 도전하고 질문하는 사람들 앞에서, 정말로 천동설이 틀렸고 지동설이 맞다는 걸 입증할 수 있는 사람은 (천문학자 빼고) 별로 없다. 창조과학자들은 툭하면 우주역사를 본 적이 없다며 우주의 나이 같은 것은 믿을 수 없다고 하는데, 거꾸로 물어보자. 지동설이 맞다는 것을 눈으로 본 적이 있나? 

지동설 증명하는 거, 혹은 직접 관측하는 거, 이거 쉽지 않다. 왜냐하면 태양이 정지한 상태에서 지구가 태양주위를 도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태양은 초속 20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운동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날아가는 태양주위를 마치 용수철 나사처럼 도는 것이 지구의 운동이다. 우리은하를 떠나서 외부에서 관측할 수 있다면 태양계 평면이 아니라 그런 3차원 공간에서 태양도 움직이고 지구도 움직이는 현상을 목격할 것이다.  우리는 지구에서 제한된 관측을 하는 것이고 기껏해야 우주선을 쏘아서 태양계 내에서 관측하는 게 고작이라, 절대로 태양주위를 지구가 도는 것을 산뜻하게 명확하게 관측할 수가 없다. 모든 것은 상대적으로 운동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지구인의 눈에는 태양은 동에서 떠서 서에서 지는 것으로 보이는 게다. 


따지고 보면 입증하기가 쉽지 않고 직접 관측하기도 어려운데, 그런데도 천동설은 버리고 지동설은 인정하겠다고? 무슨 근거로? 중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태양중심모델을 잘 배웠기 때문에? 정말로? 천문학자인 내가 천동설이 맞다는 관점에서 주욱 질문을 던진다면, 천동설에 비해 지동설이 맞다는 것을 제대로 설명해 낼 사람 별로 없을 것이다. 

4. 그런데도 지동설은 받아들이고 천동설은 안 받아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지동설이 과학의 정설이 되었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본인 스스로 일일이 증거들을 뒤져서 판단과정을 거쳐서 지동설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 아니다. 자세히 따져보면 과학적으로 합의된 결과를 과학자도 아닌 내가 수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지구의 나이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 합의된 결과들을 안 받아들이는가? 교과서에 나온 내용을 왜 안 받아들이는가? 천동설이 틀린 것은 확실한데 젊은지구론이 틀린 것은 확실하지 않다고 주장한다면 이중잣대 아닌가? 무슨 근거로? 과학계에서 결론이 나왔다니까. 왜 지구연대에 대해서는 뚱딴지 같은 소리가 많은가? 


그것은 바로 잘 모르기 때문ㅇ다.  지구연대가 오래되었다는 과학적 합의가 오래전에 이루어졌음을 모르기 때문이다. 창조과학을 지지하는 분들은 젊은지구론과 지질학이 경쟁이라도 하는 줄 안다. 그렇지 않다. 지구연대에 관한 과학내용을 잘 모르는 분들에게 그 분야의 과학자가 차근차근 젊은지구론이 틀렸다는 얘기를 해주면 많은 경우, 아 그렇구나하고 받아들인다. 

5.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1)번 같은 질문을 한다. 지구가 젊다는 것을 그렇게 단정적으로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교만아니냐고? 그렇게 물으면 나는 그럼 지동설이 맞다는 주장도 과학의 교만이냐고 되물을 수 밖에 없다. 

이 보다 더한 사람들은 젊은지구론의 입장에서 변호한다. 그러나 아무리 해봐도 지구가 젊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 과학적 증거가 없다는 것은 창조과학자들도 인정한다. 


거기까지 알게 된 사람들은  그 다음 문제제기를 한다. 바로 2)번의 내용이다. 창조과학자들도 과학자들이고 바보가 아닌데 그들의 주장을 무시할 수 없다는 논리다. 그래 좋다. 그들은 바보가 아니고 다양한 전문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구연대를 따질 전문성은 별로 없다. 지질학자나 천문학자처럼 이 문제를 전문적으로 씨름하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창조과학자들 중에는 공학자들이 많고 과학자라고 해도 지구연대를 다룰 만한 전문분야 분들이 아니다. 고장난 자동차를 수의사에게 가져가면 고칠 수 있는가? 

6. 그러니, 제발 젊은지구론이 틀렸다는 과학자들의 비판에 대해 과학의 교만 어쩌구 하지 말자. 물론 과학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는 과학이 겸손해야 한다. 그러나 지구연대 문제는 해당사항이 아니다.

제발 배우자. 지동설을 배워서 인정하듯이 지구연대도 오래되었음을 제발 좀 배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