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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2015.3.28

[우종학 교수의 별 아저씨 이야기] 창조과학 난민


오랜만에 어느 학회에서 만난 후배가 교회에서 겪은 고충을 털어놓았다. 직장을 옮겨 새로운 도시에 정착한 그는 결국 출석하던 교회를 옮기게 되었단다. 젊은지구론을 철석같이 믿는 담임목사님은 그 후배가 과학자임을 알게 되자 창조과학회 소식지를 계속 보냈다. 소식지를 읽어본 후배는 아무래도 목사님께 과학을 제대로 알려드려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단다.  
 
여러 번에 걸쳐 젊은지구론은 비과학적이며 과학자들이 인정하지 않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해 드렸단다. 하지만 결국 그 목사님은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 교회는 하나님의 창조를 믿는 교회입니다.” 억울했다. 자신도 하나님의 창조를 분명히 믿지만 더 이상 그 교회에 남아 있는 것이 덕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후배는 결국 교회를 옮겼다. 

지구 나이가 1만년임을 믿지 않으면 하나님의 창조를 부정하는 셈이라는 그 목사님의 흔들림 없는 오해 때문에 그는 결국 창조과학 난민이 되었다. 가족과 함께 막 정착한 교회를 떠나는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 하나님을 창조주로 고백하는 것이 창조의 믿음일 텐데, 어쩌다가 젊은지구론이 창조를 믿는 기준이 되었을까.

창조과학자이자 변증가인 휴 로스 박사는 미국교회에서 발생하는 창조과학 난민 현상에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그의 저서를 보면 창세기 1장에서 하루를 표현한 히브리 단어 ‘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제시한다. 생물진화론은 반대하지만 오래된 지구연대와 오래된 우주 나이를 수용하는 그는 오랜지구론 창조과학자로 불린다. 학생 시절 그의 책을 읽으며 진화를 반대하는 창조과학자들 사이에도 젊은지구론과 오랜지구론 간의 길고 지저분한 논쟁이 있음을 알게 되어 흠칫 놀랐던 기억이 있다.  

로스 박사는 젊은지구론자들이 오랜지구론자들을 타협한 기독교인으로 취급하고 창조를 믿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일을 멈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회를 향해서는 과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나 과학자들이 젊은지구론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신을 당하고 결국 교회를 떠나 헤매는 안타까운 일들을 소개하면서 젊은지구론을 기준으로 창조신앙을 판단하는 비성서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역설한다.  

젊은지구론 때문에 교회를 떠나는 창조과학 난민들은 오늘날 한국에서도 빈번히 발생한다. 과학을 부정하는 교회의 입장 때문에 오히려 신앙이 흔들리고 교회를 떠나게 되는 사람들, 젊은지구론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참담한 안타까움을 느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라나는 아이들이다. 인터넷 등으로 정보 습득이 매우 용이해진 아이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훨씬 더 쉽게 과학 지식을 접한다. 아이들의 머릿속에 현대과학과 젊은지구론이라는 두 개의 모순되는 내용이 섞여 있다가도 어느 순간 그 모순이 심각하게 인지되면 심한 지적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과학 지식은 너무나 명백해 보이는데도 교회에서 젊은지구론을 강요한다면 그들은 창조과학 난민이 되기 쉽다. 우리의 상상과 선입견을 초월하는 신의 창조를 젊은지구론이라는 전근대적인 사고에 가두어 둔다면 앞으로 수많은 난민이 생겨날 것이다. 창조과학 난민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할까.  

한국교회에는 수많은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반지성주의는 꼭 극복해야 한다. 전 세계 수많은 과학자들이 매일매일 연구하는 내용들을 과학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하는 일부 목사님들은 과학에 관해서 과학자들보다 더 높은 전문성을 가진 것 같다. 젊은지구론을 믿어야 하나님의 창조를 믿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목사님들은 성서신학자들보다 더 성경 해석에 정통한 모습이다. 길게는 수백 년 전, 짧게는 100년 전에 과학계에서 결론내린 내용들을 거부한다면 반지성주의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기독교 신앙은 이성과 과학을 초월한다.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내용을 다 폐기해 버리고 과학주의로 가거나 기독교 신학의 풍성함을 깎아내자는 주장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과학이 알려주는 지식을 신앙으로 이해하고 신학 안에 품자는 말이다. 과학이 발전할수록 창조주의 창조역사는 더 자세히 드러나는 셈이 아닌가. 

교회는 창조과학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 그들에게 하나님의 창조를 믿지 않는다고 비난의 화살을 던지지 말아야 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창조과학 난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교회를 떠난 창조과학 난민들이 신앙까지도 버리게 되면 그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젊은지구론을 믿지 못하는 개인의 책임일까? 아니면 하나님의 창조를 젊은지구론에 가두어 버린 교회의 책임일까? 

우종학 교수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Posted by 별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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