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의 글과 칼럼

빅뱅우주론이 불확실하다는 창조과학의 6가지 주장 분석

별아저씨의집 2015. 3. 4. 21:11

빅뱅우주론이 불확실하다는 창조과학의 6가지 주장 분석


우종학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어느 신학대에서 개설한 '자연과학개론' 과목을 창조과학자가 맡아서 가르친다고 합니다. 과학계에서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젊은지구론을 가르치면서 우주론, 천문학, 지질학, 생물학 등 과학의 내용을 부정한다는 어느 학생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 과목에서 과연 어떤 내용을 가르치는지 보내준 강의노트를 살펴보았습니다. 심각한 우려가 생깁니다. 그 내용 중 일부를 전문가의 시각으로 분석해 볼까 합니다.

     2강이 우주에 관한 내용입니다. 2강은 우선 천문학의 내용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그 다음에는 천문학 내용을 반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6가지 주장으로 빅뱅우주론을 반박하고 있지만, 사실 그 내용을 보면 이 주장을 한 사람들이 전문적인 천문학교육을 받은 건지 의심이 됩니다. 아마도 창조과학회의 논리들을 그대로 차용해서 가르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강의노트에서는 먼저 빅뱅우주론의 3가지 증거에 대해 간단히 설명합니다. 빅뱅우주론이라는 말은 대중적인 표현입니다. 보다 학문적인 표현으로 표준우주론이라는 말이 낫습니다. 이 우주론의 증거 3가지는 여기서 다루지 않겠지만, 사실 이 증거들은 매우 강력해서 빅뱅우주론을 과학계의 정설로  만들어 준 증거들이죠. 하지만 창조과학자들은 이렇게 주장합니다. 

"" 위에서 제시한 과학적 증거들은 모두 또 다른 과학적 자료들에 의한 비판이 가능한 것들이며, 동시에, 근본적으로 태초에 폭발을 일으켰다는 우주난은 어떻게 생겼느냐 하는 의문점을 남긴다.""

비판이 가능하다는 말로 빅뱅우주론이 마치 검증되지 않은 가설에 불과한 듯이 표현하고 있군요. 자, 그럼 본격적으로 6가지 주장을 하나하나 분석해 보겠습니다. 강의노트 내용은 ""  "" 따옴표 안에 담겠습니다. 



1. 우주배경복사는 별로 증거가 못된다?


""모든 물질은 그 온도에 관계없이 열을 복사한다. 천문학자들은 하늘의 모든 방향에서 우주 배경복사라 불리우는 극히 균일한 복사를 탐지할 수 있는데 그것은 절대온도 2.73 °K되는 완전복사체로부터 오는 것같이 보인다. 이것을 우주 대폭발에서 남은 것으로 해석하는 많은 사람들은 대폭발 이론이 이 복사를 예측했다고 잘못 믿고 있는 것이다.""


--> 위 내용의 핵심이 무엇인지 잘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균일하게 관측되는 우주배경복사는 우주대폭발에서 남겨진 것으로 보는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다른 대안의 설명이 없습니다. 저도 강의할 때 우주전체에 퍼져서 균일하게 관측되는 우주배경 복사를 빅뱅말고 다른 방식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가르칩니다. 


      우주배경복사는 발견되기 전에 이미 이론적으로 예측되었습니다. 예측된 우주배경복사를 1960년대에 발견해서 노벨상도 수여되었죠. 그후 30년 정도 많은 연구가 있었고 1990년대가 되면 나사가 쏘아올린 코비위성의 관측으로 우주배경복사의 등방성 (모든 방향에서 같게 나온다는)이 확인됩니다. 그래서 확고한 위치를 갖게 되지요.


""그러나 대폭발 이론은 처음부터 2.73 °K에 해당하는 배경복사를 예측한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그 열 배 이상인 30 °K로 예측했었음.) ""


-> 초기에는 열배이상인 30도 켈빈으로 잘못예측했다고 되어 있는데 이 주장의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것도 의도적인 것이 아닌가 의심되네요. 이 예측은 조지 가모프와 그의 동료들이 1948년에 처음 했는데 5도 켈빈으로 예측했습니다. 지금 관측되는 값보다 두배 정도 다릅니다. 우주배경복사가 나오는 시점의 우주온도를 명확히 알려면 전자와 광자가 분리되는 시점을 정확히 규명할수 있어야 합니다. 1940년대의 예측이 약간 틀렸다고 해도 그야말로 대성공이고 놀라운 예측입니다. 과학사에서 꼽히는 예 중에서, 이론이 먼저 예측하고 나중에 관측으로 확정된 경우들이 있는데, 우주배경복사 예측은 그 중에서도 놀라운 쾌거이죠. 


""또한 우주배경복사는 아주 균일하기 때문에 그 기원이 되는 물질은 우주전반에 걸쳐 균일하게 퍼져 있어야 하나 우주는 은하들(Galaxies)과 은하단들(Galaxy Clusters), 초성단군들(Super Clusters)에 아주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우주배경복사가 대폭발의 잔여물 같지는 않다.""


--> 이런 논리는 정확하게 창조과학자들의 천문학 지식이 미비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주배경복사는 균일하지만 완벽하게 균일하지가 않습니다. 그것이 사실 이후 우주의 거시구조의 씨앗이 되는 것입니다. 온도차이가 나는 영역들이 우주배경 복사 지도에 관측됩니다. 그 중에서 밀도가 약간 높은 영역들이 팽창하는 우주 안에서 후대에 중력으로 뭉쳐져서 은하단과 은하들을 이룹니다. 위의 문장을 보면, 우주에 은하단과 은하 등 밀도가 높은 영역들이 있기 때문에 우주배경복사가 대폭발의 잔여물 같지 않다고 하는데 전공하는 학부생들도 충분히 오류를 파악할 만한 내용들입니다. 


2. 적색편이는 믿을 수 없다?


"" 원거리 별빛의 적색편이는 보통 도플러(Doppler)효과로 해석된다. 즉 별들과 은하들이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으며 우리가 보는 빛의 파장을 늘리고 있다. 이것은 사실일 수도 있지만 우주의 팽창과 관련이 없는 다른 가능한 설명도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중력장에 의한 적색편이의 해석(아인슈타인의 해석)이다. 그 이론에 따르면 인력을 역행하여 빛이 방출되었을 때에는 빛의 파장이 조금 길어지며 또한 그 인력이 강할수록 빛의 파장은 길어진다는 것이다. ""


--> 도플러 효과로 적색편이를 해석하는 것이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흠집내기 공격입니다. 우리가 보는 시선방향에 대해 물체가 어떻게 운동하느냐에 따라 적색이나 청색으로 파장의 이동이 일어나고 이것을 도플러 효과라고 부릅니다. 파장이 편하는 적색편이는 빛을 내는 물체의 속도에 의해서도 발생하고 중력장에 의해서도 발생합니다. 궁극적으로 이 둘은 같은 현상을 일으키지요. 도플러라는 수식어가 붙는가 붙지않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천문학에서는 중력장에 의한 적색편이 현상도 많이 연구합니다. 중력렌즈 현상도 그렇고 블랙홀 근처에서 빛이 적색으로 이동했는지를 재려는 노력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중력장에 의해서 적색편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면서 우주팽창 때문에 적색편이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중력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설명된다는 것을 대안처럼 제시하는데 이는 상당히 독자를 오도하는 것입니다. 천문학에서 수백만 개의 은하들의 적색편이를 측정하고 3차원 공간의 우주팽창을 연구합니다. 이것을 우주팽창이 아닌 중력현상으로 이해하려면 엄청난 중력이 우주밖에서 (말도되지 않는 얘기라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요) 은하들을 끌어당겨야 가능합니다 (중력은 끌어당기는 힘만 있으니 말이죠). 더군다나 이런 모종의 중력장이 있다고 해도 거리에 따라 적색편이가 커지는 확증된 허블의 법칙을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은하마다 블랙홀이 강한 중력장을 내서 적색편이를 만들어낸다고 억지로 설명한다면, 그 다음 문제는 허블의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멀리있는 은하들의 블랙홀 중력장이 거리에 비례해서 더 세다는 지구중심모델을 들고나와야 합니다. 허탈할 뿐입니다. 엉뚱한 이론을 들고 나와서 한가지 현상을 설명해 낸다고 해서 과학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과학은 모든 관측되는 증거들을 일관되게 설명해야 합니다.


"" 뿐만 아니라 높은 적색편이를 띠는 많은 물체들이 낮은 적색편이를 띠는 물체들과 연결 또는 동반하고 있는 듯이 보이는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오랫동안 다른 속도로 진행하면서 동시에 연결되어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많은 준성들(Quasars)은 대단히 높은 적색편이를 가지면서도 통계적으로 볼 때 낮은 적색편이를 갖는 은하수들과 떼지어 있다. 어떤 때는 준성들이 은하들과 기체줄기로 연결된 듯이 보이기도 한다.""


--> 이 이야기는 정말로 천문학을 모르는 비전문가들이 주장한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퀘이사들이 처음 발견되었던 1960년대이후 퀘이사들이 서로 뭉쳐있는 것처럼 보여서 적색편이에 대한 해석에 의문을 제시하는 연구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주장들은 이미 후속연구를 통해서 폐기되었습니다. 지금은 퀘이사를 십만개 이상 관측해서 적색편이 연구를 하는데 높은 적색편이를 갖는 퀘이사와 낮은 적색편이를 갖는 퀘이사는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완전히 서로 다른 거리에 있는 것이죠. 이거 몇십년 전 이야기 인지 모르겠습니다.


       준성들이 은하들과 기체줄기로 연결된 것은 당연한 이야기 입니다. 현재는 은하들의 중심에서 거대블랙홀이 가스를 유입하면 준성(퀘이사)가 된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지요. 이것이 왜 적색편이와 우주팽창에 반론이 되는지 이해할 수는 없군요. 이 논리는 빅뱅우주론이 정설로 자리잡기 전, 그리고 퀘이사가 발견되어 연구되던 초기에 나왔던 주장을 지금 써먹는다면 퀘이사가 주 전공인 저는 빙그레 웃을 수 밖에 없습니다. 


"" 마지막으로 은하들로부터 발해지는 적색편이 빛은 도플러 효과와 상충되는 이상한 특성을 지닌다. 만약 적색편이가 지구로부터 멀어지는 물체로부터 오는 것이라면 적색편이의 양이 연속되는 치를 갖는 것으로 예측할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적색편이는 일정간격을 둔 특정치들에 뭉쳐있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 적색편이의 분포가 연속되지 않는 것은 우주의 거시구조 때문입니다. 현재우주는 밀도가 높은 지역가 낮은 지역으로 구성되어 있고 많은 은하들은 은하단, 은하그룹 등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연하게 적색편이 값들이 뭉쳐진 분포를 보이는 것이죠. 더군나다 우주가 극도로 균일하다고 해도 우주팽창에 따른 적색편이 이외에 은하들의 운동에 의해 생기는 도플러효과로 인해서 적색편이가 영향을 받습니다. 가령 은하단 내에 존재하는 은하들은 거리가 비슷하니 같은 적색편이를 가져야 하겠지만 은하단 내에서 상대적으로 운동하기 때문에 적색편이 값이 다 다릅니다. 


     이런 내용들은 천문학 입문 강의를 조금 들어도 다 해결될만한 내용입니다. 이런 내용들이 빅뱅우주론을 부정하는 증거들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비전문적인 견해라고 볼수 밖에 없네요.


적색편이에 관한 일화를 하나 소개하지요. 

벌써 7,8년 전 일이지만 어느 한인교회에 창조과학 강사가 와서 강의를 했답니다. 그 교회에는 천문학을 전공한 저의 후배 박사가 있었는데 그 강사가 빅뱅우주론을 부정하며 적색편이가 잘못되었다고 이야기 하더랍니다. 그 후배가 그렇지 않다고 적색편이를 잘 설명해주자 물리적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더랍니다. 그 강사는 결국 잘 모르겠지만 빅뱅우주론은 진화론이기 때문에 안된다고 했다는 군요. 기가찬 그 후배가 속상하다며 저에게 전화했던 기억이 납니다.


3. 헬륨의 양은 설명이 안되는 반증이 있다?


""우주내의 헬륨의 양은 대폭발 이론에 의하여 설명되지 않는다. 이 이론은 헬륨양에 맞추어 조절되어 왔다. 이상하게도 어떤 형의 별에는 헬륨이 없고, 또 다른 별들에는 베리륨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 이론을 모순되게 한다. ""


     자, 배경 설명을 드리면 우주초기 매우 고온의 상태에서 양성자 중성자가 뭉쳐지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헬륨이라는 원소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물론 양성자와 전자가 합쳐져서 수소가 먼저 만들어지고 수소 원자 4개가 융합되어 헬륨이 되는 것입니다. 빅뱅우주론은 수소와 헬륨의 비율을 질량비로 따져서 3:1로 예측하는데 이는 실제 관측되는 양과 일치합니다. 그래서 헬륨의 양은 빅뱅우주론의 중요한 증거로 꼽힙니다.


      그런데 창조과학자들은 어떤 형의 별에는 헬륨이 없고 또 다른 별에는 베리륨이 존재한다는 반증을 들어 헬륨의 양이 빅뱅우주론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군요.  흠… 헬륨이 없는 별은 무진장 많습니다. 태양처럼 질량이 작은 별의 최후 단계인 백색왜성들은 헬륨이 없지요. 헬륨이 탄소로 다 융합되어 버리면 헬륨이 남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그런 별이 존재하는 것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베리륨을 가지 별이 존재한다는 것이 도대체 왜 우주초기의 핵융합을 부정하는 증거가 되는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반증은 우주 전체의 헬륨양과는 별로 관계없는 것인데 어쩌다가 창조과학자들의 주장에 포함되었는지 모르겠네요.


4. 대폭발 이론은 우주형성과정에 대한 이론이지 우주기원에 대한 이론은 아니다?


""우주난(Cosmic Egg)

존재론적 측면에서 볼 때 대폭발 이론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대폭발을 일으킨 맨 처음 우주난(초고밀도 에너지-질량-덩어리)은 어디서 왔으며, 처음 폭발은 어떻게 일어났으며, 또한 어떤 과정을 거쳐서 별들이 현재의 우주와 같이 분포되었는가 등의 본질적인 문제에 관해서는 대답하지 못한다. 만일 저절로 물질(에너지)이 존재하게 되었다고 한다면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위배된다. 그러므로 엄격한 의미로 따져볼 때 대폭발 이론은 우주 형성과정에 대한 이론이지 우주의 기원에 대한 이론은 아니다. ""


우주난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는데요 빅뱅의 출발점인 처음 초고밀도의 질량에너지가 어디서 나왔는가, 처음 폭발은 어떻게 일어났는가를 묻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과학으로 답하기 어렵습니다. 우주의 나이가 10의 43승 분의 1초 보다 작은 초기로 가면 과학으로 설명이 불가능해 집니다. 플랑크 타임이라고 하는 시간보다 작은 시점으로 가면 양자이론과 일반상대론이 통합된 이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기술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빅뱅의 첫시점을 잘 설명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 이후 138억년에 걸쳐 펼쳐지는 우주의 역사를 설명하는 빅뱅우주론이 다 틀렸다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또 어떤 과정을 거쳐서 별들이 현재의 우주와 같이 분포되었는가 등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 대답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는데요. 별과 은하를 헷갈린 모양입니다. 별의 분포는 빅뱅우주론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은하 내의 별의 분포는 역학적으로 잘 이해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은하들이 현재의 우주처럼 분포되었는가를 묻는 모양입니다. 이 부분은 중력장으로 잘 설명되고 있죠. 우주의 거시구조라 불리는 이 구조는 슈퍼컴퓨터를 통한 가상실험으로 잘 재현됩니다. 가상실험 분야는 매우 중요한 연구분야 중의 하나이죠. 그나저나 우주의 구조가 왜 본질적인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주장대로 엄격히 따지는 것은 좋습니다. 우주의 기원에 대한 이론이 아니라 우주형성과정에 대한 이론이라고 하는데 좋습니다. 빅뱅이론이 언제 우주의 기원, 첫 초고밀도 에너지-질량 상태를 규명한 적이 있나요? 우주형성과정에 대한 이론으로 천문학에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주형성과정에 대한 이론으로서는 인정하는 건가요? 그렇다면 우주형성과정이 138억년 동안 하나하나 드러나는 것을 밝혀내는 빅뱅우주론을 인정한다는 얘기일까요? 글쎄 입니다.


첨언을 하자면, 마치 빅뱅 그 자체를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머지도 다 틀렸다는 식의 주장인데요. 빅뱅우주론으로 설명하는 우주팽창, 우주배경복사, 거시구조의 진화, 은하의 형성, 우주의 나이 등은 빅뱅 자체에 대해서 모른다고 해서 무너지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빅뱅 그 자체는 과학적으로 접근이 불가능한 특이점이죠. 이것은 생명의 기원을 모른다고 해서 생명의 다양한 현상을 연구하는 내용들이 다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도대체 이런 글은 누가 썼는지 궁금해지는군요.


5. 백억 광년 떨어진 은하가 완전한 형체로 관측된다?

""빅뱅이론은 우주의 생성을 설명하기 위해 많은 자체 모순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면 빅뱅이론에서(적색편이에 의해 추정할 때) 100억 광년 이상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가장 멀리 있는 천체의 경우, 빅뱅이론에 의하면 빅뱅(대폭발)의 초기 상태이므로 은하 상태가 아니라 원시 성간물질의 형태이어야 하나, 관측에 의하면 완전한 형체를 가진 은하이다.""


위의 주장을 보면 천문학을 학부 수준으로도 공부하지 않은 비전문가가 쓴 글이라는 것이 명백히 보입니다. 이 주장에 의하면 100억년 떨어진 은하는 빅뱅의 초기상태이므로 은하 상태가 아니라 원시 성간물질의 형태이어야 한다고 하는군요. 아마도, 100억 광년 떨어진 은하가 완전한 형태를 갖고 있으며 가까운 우주에 있는 다른 은하들과 비슷해 보이므로 빅뱅우주론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100억 광년 떨어진 거리에서 은하들이 발견되기는 합니다. 이런 초기의 은하를 찾는 것은 신나는 연구과제이지요. 그런데 100억년 전이 시점이 빅뱅의 초기상태라니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군요. 빅뱅의 초기상태는 별이나 은하가 만들어지기 전을 일컫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은하들은 우주나이가 10억년 정도가 되면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더군다나 이때 만들어진 은하들은 우리은하나 안드로메다 은하들과 같지 않고 매우 젊은 막 태어난 은하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은하들은 초기의 은하들이라서 크기도 작고 현재우주의 은하들과는 다른 특성을 보이죠.


관측에 의하면 완전한 형체를 가진 은하라고 하는데, 흠.. 무엇이 완전하다는 것인지 모르겠군요. 타원이나 나선은하를 완전한 형체라고 하는건지… 그렇다면 우리은하 근처에서 발견되는 완전한 형체가 아닌 불규칙한 은하들은 또 뭐라고 설명할 것인지… 아마도 은하들의 형태가 뒤죽박죽이니 빅뱅우주론이 틀렸다고 하겠지요. 사실은 은하들마다 생성시기가 다르고 서로 병합해서 성장하는 방법도 다릅니다 .그래서 각 시대마다 다양한 은하의 형태를 관측할 수 있지요. 가령 나이가 많은 타원은하의 비율이 환경이나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연구하는 것도 은하진화의 중요한 주제입니다. 그러나 초기우주로 가면 현재 우주에서 발견되는 거대타원 은하 같은 나이많은 은하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거리가 멀수록 과거를 보게 되고 그래서 젊은 은하를 보여주는 것이죠.


적색편이는 거리를 알려주고 적색편이가 증가할수록 먼 우주를 보게 되는 것입니다. 거리가 멀수록 빛이 우리에게 오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과거를 보게 되는 것이죠. 적색편이가 증가함에 따라 은하들은 젊은 별들로 구성된 것이 관측됩니다. 은하의 크기도 작아지고, 은하를 구성하는 금속함량도 줄어들고 모든것이 일관되게 현재에서 과거로의 흐름을 보여줍니다. 적색편이를 진화론적 해석이라며 부정하는데 적색편이는 진화론과 아무관련 없는 물리량입니다.



6. 암흑물질의 문제?


""암흑물질의 문제이다. 현재 우주에 존재하는 관측가능한 물질의 양은 이론에서 필요로 하는 양의 10분의 일 밖에 되지 않는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흠… 관측가능한 물질의 양이 이론에서 필요료 하는 양의 10분의 1이라는데 어떤 이론에서 현재 관측되는 것보다 10배 많은 물질을 필요로 하는지 모르겠군요. 무슨소리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암흑물질과 보통물질을 다 합치면 대략 우주의 에너지밀도의 30%정도 되는데요. 왜 더 많아야 한다는 건지 설명이 부족해 보입니다. 아마도 우주를 편평한 우주로 가정한다면 그 임계밀도는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의 양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그런 내용에서 나온 주장같습니다만. 글쎄요 우주가 이론적으로 편평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양한 이론이 가능하죠. 그리고 현재 빅뱅우주론은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 그리고 보통물질을 합쳐서 우주의 임계밀도와 같은 밀도를 같습니다. 무엇이 풀리지 않는 문제라는건지 이해가 안됩니다.


결론 


6가지 주장을 다 검토해 보았습니다. 하나도 설득력이 있는 것이 없군요. 이렇게 6가지 주장을 제시한 후에 강의노트에는 이런 주장이 나옵니다.

""이상의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 때, 빅뱅 이론은 우주기원론의 유력한 이론의 하나인 것은 틀림없지만, 완전히 옳다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여전히 많은 문제점들이 남아있다.""


빅뱅우주론은 창조과학자들이 말하는 기원론에 대한 이론이 아닙니다. 빅뱅을 시점으로 해서 우주의 변화과정을 다루는 과학이론입니다. 빅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엄밀한 과학적 설명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빅뱅이후를 우주의 형성과정을 다루는 빅뱅우주론이 틀렸다거나 이론에 불과한 것은 아닙니다. 우주의 연대가 1만년이 아니라 매우 오래되었다는 것은 의심하기 어려운 결론이고 빅뱅우주론은 천문학과 물리학의 다양한 증거들을 갖고 있습니다.


과학은 원래 완전히 옳은 그런 이론은 없습니다. 과학이란 물이 100도에 끓는다는 식의 단순한 명제가 아니라 어떤 현상을 설명하는 종합적인 설명입니다. 여전히 많은 문제점들이 남아있다며 빅뱅우주론에 흠집내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 모든 과학이론이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과학이론들을 토대로 현대문명의 이기를 누리며 잘 살고 있지요. 빅뱅우주론은 상당한 관측적 증거로 과학계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창조과학은 이런식으로 과학에 흠집내기를 시도하지만 전문가들이 보이에는 설득력이 없군요.


천문학자가 창조과학회의 어설픈 주장들을 하나하나 다루는 것부터가 좀 격이 안맞는 일이지만 필요한 일이라 생각되어 정리해 둡니다. 6가지 주장이 다 설득력이 없음을 했지만,  창조과학자들은 끊임없이 이런 리스트를 만들어 반증이랍시고 빅뱅우주론을 공격할 것입니다. 그래도 최소한 전문가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은 해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