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의 글과 칼럼

지적설계지지자들과의 대화가 어려운 이유

별아저씨의집 2015. 2. 22. 14:55

지적설계지지자들과의 대화가 어려운 이유는 그들이 과학자들을 자연주의철학에 물들어서 자연주의적 방법론만 고집한다는 프레임에 가두기 때문이다.


마치 인과적 원인을 찾아가는 방법론 이외에 다른 방법론이라도 가능한 것처럼 생각하는 과학 비전공자들의 생각은 정확하게, 과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비전문성을 드러낸다.


과학자들이 자연주의적 방법론을 사용하는 이유는,

1. 첫째, 몇백년 해본 결과 그것 이외에 엄밀하게 검증이 가능하고 과학적 합의가 이루어질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점을 왜곡하여, 계속 자연주의만 고집했기 때문이라고 과학자들에게 색깔공세를 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런 주장은 창조과학이 과학을 무신론으로 몰아세우는 것과 똑같이 과학의 성격을 무신론적으로 몰아세우는 부당한 (그러나 그들의 목적에는 매우 유효한) 공격이다. 과연 과학자들이 철학적 전제를 가지고 자연주의를 고집한 것인지 혹은 유효한 과학적 방법론을 역사적 과정을 통해 찾아 확립한 것인지, 이에 대한 판단은 과학사를 공부해 보면 분명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2. 둘째 이유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창조세계가 인과적 원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원인에 대해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는 창조와 섭리의 법칙은 하나님께서 자연세계에 부여하신 원리이고 그 원리에 따라 자연을 인과적 방법론으로 연구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창조과학자나 지적설계론자들은 과학에서 인과적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마치 유물론 혹은 무신론적인 접근인듯이 프레임을 만들지만, 사실 그것은 하나님의 창조세계의 성격을 왜곡하는 오류이다.


3. 그렇다고 크리스천 과학자들이 기적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하나님은 기적을 사용해 창조하실 수도 있고 인과적 방법을 통해 창조하실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과학으로 다룰수 있는 인과적 영역을 다루는 것이고 자연주의적 방법으로 자연을 연구하는 것이 하나님의 기적을 배제하지 않는다. 지적설계론자들은 마치 과학자들이 기적을 부정하는 유물론자처럼 허상을 씌우지만 과학자들은 과학으로 검증가능한 것만을 다룰 뿐이다.


지적설계가 주장하는, 과학은 자연주의적 방법론에 갇혀 있다는 평가는 형이상학적으로 볼때 맞는 주장이다. 그러나 갇혀있는 이유를 마치 과학자들이 자연주의에 헌신해서 혹은 자연주의를 퍼트리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집단적으로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다. 지적설계론자들은 설계자를 입증하겠다는 한가지 목적을 가지고 모여있는 목적이 같은 집단이지만 과학자들에게는 그런 통일된 형이상학적 목적이 없고 과학자들이 갖는 철학적 신학적 입장은 유신론에서 무신론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이 마치 자연주의를 신봉해서 그러한 방법론만 택하고 나머지는 무시한다고 주장하면 그것은 과학자 사회에 대한 심각한 단순화의 오류다.


과학자들이 자연주의적 방법론에 갇혀있을 수 밖에 없는 진짜 이유는 경험적 데이타를 가지고 인과관계를 찾아 현상을 설명하는 인과적 방법, 혹은 자연주의적 방법을 넘어서는 학문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연주의적 방법론을 비판하는 낸시 피어스의 비판은 정확히 이점에서 설득력을 잃는다. 자연주의자의 의자에서 일어나라고? 어떻게? 불구인데 어쩌라고?


축구를 하고 있는데 자꾸 공을 손으로 들고 달리겠다고 하면 그것은 축구가 아니라 다른 스포츠가 된다. 다른 스포츠를 할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으나 전세계에서 전문 축구선수들이 월드컵 경기하는데 자꾸 발로만 공을 차는 것에 대해 비판하면 황당할 수 밖에 없다.


전세계 과학자들을 죄다 자연주의자로 몰아 정체성을 왜곡해 놓고, 그 주장이 옳지않다고 과학자가 과학계의 의견을 얘기하면 무례하다고 한다. 무례는 누가 저질렀는지 모르겠지만… 흠…. 무례의 의미도 다시 정의해야 하나보다.


수많은 페친들의 충고처럼 비전문가들의 의견들에 반응하고 도와주려는 마음은 비워야 겠다. 잘못된 것을 보면 넘어가지 못하는 성격이나 일단 가능하면 보지 않기로 하고 보여도 무시하기로 하자. 창조과학이나 지적설계의 문제를 넘어서는 요인들을 많이 포함되어 있으니 일단 얄팍한 주장들에는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