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나이가 만 년이라며 많은 그리스도인들을 오도하고 있는 창조과학 신봉자인 이재만씨가 저의 책, '무신론기자 크리스천과학자에게 따지다(이하 무크따)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벌써 두 편이나 글을 써서 제 주장을 왜곡하고 있군요 그럴듯하게 썼지만 사실 그 글을 관련 분야 과학자들이 읽으면 실소가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과학과 신학 전반적인 내용들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할 내용이 많지만 다른 것은 제쳐두고 오늘은 제 전공영역인 천문학 이야기를 인용해 보겠습니다.
138억 동안 우주는 멋지게 변해왔다는 내용, 우주가 중력에 의해 거시구조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은하들이 병합되는 과정, 별이 죽어서 무거운 원소를 우주공간에 퍼트리는 과정, 다음 세대별들이 탄생하는 과정 등 우주 역사를 설명한 '무크따'의 242페이지의 한 문단을 인용하며 이렇게 비판합니다.
"위의 글에서 저자가 설명하는 우주의 역사는 단 한번도 관찰되거나 실험으로 검증된 것이 아닌 저자의 진화론적 믿음을 뿐"이다라고.
놀랬습니다. 이런 무지한 이야기를 하다니… 단 한번도 관찰되거나 실험으로 검증된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과학계에서 일반적으로 가르치는 정설의 내용이 될 수 있었겠습니까. 먼저, 몇가지 반박을 해보겠습니다.
1. 우주의 나이가 매우 오래되었고 균일한 우주에서 복잡한 우주로 변했다는 것은 잘 관측되는 사실입니다. 은하의 시대라고 불리는 우주나이 십억년 이후 지금까지의 백억 년의 기간동안 은하들이 형성되며 우주의 거시구조가 복잡해 졌다는 것은 눈으로 관측되는 사실이죠. 우주배경복사와 현재우주를 비교해도 역동적인 우주로 변한 사실은 그대로 목격됩니다. 우주의 나이에 따라 관측되는 진화의 양상은 슈퍼컴퓨터를 통한 실험과도 잘 일치하고 있습니다.
2. 은하들이 병합되는 과정은 직접 관측이 됩니다. 병합되는 과정에 있는 수많은 은하들을 관측하면서 그 과정을 밝혀가고 있습니다. 은하병합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천문학자들도 많습니다. 슈퍼컴퓨터를 통한 실험은 은하병합과정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도구입니다.
3. 별이 죽어서 중원소를 우주공간에 뿌리는 것은 초신성의 관측을 통해서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항성풍이라 불리는 별에서 나오는 가스유출도 별의 진화연구에서 매우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우주의 역사에 따라 원소의 양이 변한다는 것은 잘 관측된 사실입니다.
도대체 어떤 부분이 단 한번도 관찰된 적이 없다는 건지, 무엇이 실험으로 단 한번도 검증이 안되었다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비판하는 이재만씨는 천문학 수업을 한 번이라도 들었는지 모르겠네요. 친구들하고 수다떨 때는 자신의 무지를 가끔 드러낼 수도 있지요. 저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읽는 글에다 버젓이 무지를 드러내는 것은 만용입니다.
과학자들이 보통 젊은지구론을 상대해 주지 않습니다. 아무도 비판해 주지 않아 이런 만용을 계속 부리는 걸까요? 저는 강의를 하거나 글을 쓴지 오래되었지만, 한번도 이재만씨를 직접 겨냥해서 비판한 적이 없습니다. 과학과 신앙에 관한 강의를 수없이 하면서도 한 번도 이 분을 직접 언급하며 비판한 적이 없습니다. 그저 창조과학 신봉자들 혹은 젊은지구론자들의 견해가 잘못되었다고 이야기 해 왔습니다. 그러나 계속 침묵하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더군다나 저의 책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있고, 제 실명을 겨냥해 비판하는 글을 쓰고 있으니, 천문학의 전문가로서, 그리고 크리스천 과학자로서 분명히 잘못된 부분을 비판해 주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이재만씨의 다른 책을 보면 우주팽창의 증거인 은하의 적색편이라는 것도 빛을 관찰한 것에 불과하다며 과학적 무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마치 빛을 관찰한 것 뿐이기에 불확실한 것이라는 인상을 주고 싶은가본데, 과학자들이 보면 기가찰 노릇입니다. 빛으로 관찰하지 않는 과학적 현상도 있습니까? 대부분의 현상의 정보는 빛을 통해 우리에게 인지되는 것이죠.
이재만씨는 지질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 석사학위는 그저 연구가 어떤 것인지 한번 경험해 본 정도에 불과합니다. 본인이 현재 주장하는 젊은지구론도 자신이 쓴 백악기 지층에 관한 석사논문의 내용과 전반적으로 배치될 것입니다. 지적성실성의 문제이죠. 아니면 백악기 지층의 연대를 만 년이 안된 것으로 보는 것인지 직접 밝혀주면 더 좋겠습니다.
지질학에서 석사 연구를 해 본 사람이라면 학문에 대한 예의는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요? 제 책에 나오는 우주 역사에 대한 기술을 마치 저 한사람의 해석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주려고 의도하고 있지만, 사실 위의 내용은 천문학자들이 대부분 동의하는 내용입니다. 자신이 잘 모른다는 이유로, 천문학자들이 동의하고 합의가 이루어진 현대천문학과 우주론의 내용들에 대해서 단 한번도 관측된 적도 없고 실험된 적도 없다고 무지한 주장을 하면 말이 되겠습니까? 얼마나 대단한 분이길래 천문학 전체를 믿음에 불과하다고 쓰레기 취급하는 것인지… 이런 내용을 천문학자들이 들으면 기독교인들의 무지를 얼마나 비판하겠습니까?
이런 무지한 주장은 복음의 변증에 걸림돌이 되고 기독교에 크나큰 피해를 줍니다.
1. 천문학을 무시하는 저런 무지한 이야기를 천문학자들이 듣거나 천문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들으면 어떨까요? 이재만씨가 하는 어떤 이야기도 신뢰하지 못하게 됩니다. 천문학의 기본도 모르면서 천문학을 틀렸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하는 다른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일 리가 없는 것이죠. 복음을 전하는 소리에도 귀를 닫을 것입니다.
성경해석에 관한 내용을 봐도 똑같습니다. 성경신학적인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죠. 문제는 이런 사람들 때문에 하나님의 창조 자체가 지성인들에게 비웃음을 받는다는 사실입니다. 천문학이 다 틀렸다고 주장하는 무지함과 젊은지구론 이외의 모든 견해에 대해 공격성을 드러내는 이재만씨가 어떤 얘기를 해도 비웃음을 사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이 창조했다는 성경적 주장도 그가 말하면 쓰레기 취급을 받게 됩니다. 하나님의 창조를 믿는 저로써는 안타까운 일입니다.
2. 관찰한 적도 없고 실험한 적도 없으니 그저 믿음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하려면, 천문학의 내용이 틀렸다는 내용을 주장하려면 천문학자들 앞에서 해야 합니다. 연구도 하고 천체물리저널에 논문도 내야합니다. 그래서 문제가 있다면 문제가 있다고 밝혀야죠. 왜, 천문학도 잘 모르는 불쌍한 기독교인들에게 이런 왜곡된 내용을 사실처럼 선전하는 것입니까? 어떤 기독교인들은 이 사람의 글을 인용하면서 '무크따'의 내용이 잘못되었고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퍼트리더군요. 창조과학자들의 문제는 전문가들을 회피하는 대신, 비전문가들이 모인 교회에서만 이런 주장을 한다는데 있습니다. 비겁하죠.
3. 세번째 문제는 이렇게 무지한 이야기로 천문학의 내용이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 많은 기독교인들이 실제로 하나님이 행하신 창조의 역사를 잘못 이해하게 됩니다. 하나님이 긴 시간동안 오래참으심으로 하나하나 그분의 뜻에 따라 우주만물을 창조하셨는데 이 광활하고 장구한 창조의 역사를 확 뒤집어서 마술사처럼 창조했다고 하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역사를 제대로 왜곡하는 것이죠. 창조와 관련된 성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경신학을 공부해야 합니다.
이재만씨가 성경을 읽는 신학적 수준은 언급할 가치도 없습니다. 제가 강의를 하면서 창세기 1장은 과학적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육하원칙에 따라 기록된 것이 아니다, "어떻게"라는 설명이 별로 없다고 하면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성경에 분명히 "어떻게'에 대해서 나와 있지 않냐고? 분명히 "말씀으로" 창조했다고 기록되어 있지 않냐고? 물론 말씀으로 창조했다고 기록되어 있지요. 그러나 "말씀으로" 라는 표현이 하나님이 "어떻게" 창조하신 것인지를 과학적 지식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목소리를 내어서 공기를 진동시키고 그 음파가 어디 닿아서 효력을 발휘하여 뭔가가 창조되었다는 그런 뜻이 아닙니다. 이재만씨의 글을 보면 창세기 1장에 육하원칙이 나와있다고 하는 군요. "어떻게"에 대한 질문은 "말씀으로" 라는 답으로 나와 있다는 것이죠. 성서신학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잘 드러내는 부분입니다.
이런 무지한 소리로 많은 크리스천들에게 잘못된 내용을 가르치다니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창조과학탐사라는 것이 있습니다. 미국의 그랜드캐년에 많은 돈을 내고 기독교인들이 여행을 가는 것이죠. 거기 가면 그랜드 캐년이 노아의 대홍수때 만들어졌고 그랜드 캐년의 연대가 만년도 되지 않는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작년에는 한국교회에서 거기 따라간 어느 중학생이 장래희망을 창조과학자로 바꾸었기 때문에 그 부모가 힘들어하는 얘기를 듣기도 했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몇가지 제안을 해봅니다.
1. 이런 비과학적이고 무지한 이야기로 과학을 쓰레기 취급하고 동시에 복음을 훼손하는 창조과학탐사라는 것이 있습니다. 미국의 그랜드캐년에 여행을 가는 것이고 거기서 지질학자들이 밝힌 그랜드 캐년의 연대를 죄다 무시하고 몇 천년 전에 그랜드캐년이 만들어졌다는 잘못된 정보를 전합니다. 여기 참여하신 분들의 경험담 종종 듣습니다. 여러분의 교회가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면 적극 말려야 합니다.
2. 담임목사님들. 성도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되실 겁니다. 젊은지구론을 가르치는 것은 복음의 진보에 이롭지 않습니다. 잘 몰라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면 저에게 연락주십시요. 상담해 드리겠습니다.
3. 젊은지구론을 주장하는 어떤 단체에도 후원을 끊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창조를 오도하는 이런 무지함과 공격성은 복음을 위해서 없어져야 합니다. 출석하는 교회가 혹시 이런 단체에 후원을 하는지 점검하십시요. 그리고 어떤 연유로 지원하게 되었고 현재 지원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쪽 사역을 제대로 점검해보고 지원하는 것인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선교부 담당하시는 분들은 성도들의 헌금을 제대로 사용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잘 따져보고 사용해야 합니다.
4. 일반 성도들.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십시요. 과학자도 아닌 이재만씨와 같은 창조과학 신봉자들의 이야기만 듣지 말고 천문학자, 지질학자, 생물학자 등 기독교인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마치 젊은지구론과 오랜지구론이 경쟁이라도 하는 듯이 오해하고 있는 정보의 불균형을 극복해야 합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는 것이 더 복음에 이롭습니다.
5. 주일학교 교사, 기독대안학교 교사들. 우주의 나이, 지구의 나이가 만년이라는 잘못된 주장, 대폭발우주론 같은 것이 가설에 불과하다는 잘못된 가르침을 멈추어야 합니다. 과학과 신앙에 대해 최소한 기본적인 수준의 공부를 해야합니다. 제가 추천한 책들도 있고, 또 이 분야에서 꼭 읽어야 할 책들 찾아서 읽고 배워야 합니다. 교사대학 이런 기회에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좋은 강사를 요구하십시요. 창조과학강사들 말고.
6. 기독과학자들. 자신의 전공영역에 해당되는 잘못된 창조과학 주장에 대해 사실관계를 밝히는 글을 쓰고 기독교인들에게 정확한 과학적 내용들을 알리는 일을 해야 합니다. 침묵하다보면 교회에서 지성이 사라진 암울한 미래를 맞게 될 것입니다. 창조과학이 왜 과학이 아닌지 성도들이 과학에 대해 무엇을 오해하고 있는지 계몽하고 교육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