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과학기사

NASA 별을 삼키지 않는 블랙홀을 찾았다구? 과학기사는 오류투성이

별아저씨의집 2013. 9. 2. 13:31

과학기사들을 검색하다가 재밌는 그러나 완전 엉터리인 기사를 하나 찾았습니다. 


나사가 별을 삼키지 않은 블랙홀을 찾았다는 제목을 단 이 기사는 최근 논문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된 외국기사를 번역했거나 편역한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내용에 오류가 심합니다. 



요즘 올라오는 블랙홀 관련 기사들을 보면 잘못된 내용들이 꽤나 섞여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사를 작성한 사람이 내용을 잘 모르고 쓴 것 같습니다. 


여기 기사 내용을 보시죠. 바로 가기 


가장 큰 혼란을 일으키는 것은 우리은하 중심의 블랙홀을 이번에 처음 찾았다고 잘못 기술한 부분입니다. 


기사를 보면 이번에 찬드라 위성의 관측을 통해서 우리은하 중심의 블랙홀을 찾아 Sagittarius A*로 명명했다고 되어 있는데 말도 안되는 얘기입니다. 


이런 이름이 붙여진 것은 벌써 몇 십년 전의 일이지요. 엑스선 관측위성을 우주공간으로 띄운 뒤 부터 엑스선을 내는 새로운 천체들이 많이 발견되었습니다. 


엑스선 천체들에는 이렇게 알파벳 A에다가 별기호를 붙여서 이름을 짓고 있습니다. 사지에이스타 라고 보통 부르는데 이것은 궁수자리의 첫번째 엑스선 천체라는 뜻입니다. 물론 우리은하밖에서 오는 엑스선을 대부분 블랙홀들에서 오죠. 엑스선은 블랙홀을 찾는 좋은 방법입니다.


우리은하 중심에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것을 역학적인 방법에 의해 확인한 것이 벌써 십년이 넘은 이야기죠. 그러니까 Sagittarius A*로 명명된 엑스선 천체가 바로 블랙홀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 벌써 오래된 이야기라는 겁니다. 이 블랙홀 근처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관측은 벌써 십년 이상 다양한 파장대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언급된 논문의 내용은 흥미로운 것이지만 그것을 홍보하기 위한 것인지는 몰라도 마치 새로운 블랙홀을 발견했다는 듯이 기술한 기사의 내용은 분명 오류입니다. 


또한 기사의 도입부를 보면 블랙홀이 마치 별이 죽어서 만들어진다는 듯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질량이 작은 별블랙홀들은 그렇게 만들어지지만 은하중심의 거대블랙홀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직 기원이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지요. 


블랙홀을 연구하는 천체물리학자들이 읽으면 참 인상이 찌푸려지는 기사입니다. 


추가 내용


논문은 사이언스지에 최근 게재승인된 논문이고 UMass의 대니얼 왕이 제1저자로 되어 있군요. 논문의 주 내용은 가장 가까운 거대블랙홀인 우리은하 중심의 블랙홀, Sagittarius A*를 찬드라 엑스선 망원경으로 3백만초로 길게 노출시간을 주어서 자세한 연구를 한 것입니다. 


다른 은하들 중심의 거대블랙홀과는 다르게 이 블랙홀은 거리가 상대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그나마 자세한 구조를 볼수가 있기 때문에 좋은 연구대상입니다. 그러나 이 블랙홀은 실제로 질량을 흡수하는 효율이 매우 낮은 블랙홀로 잘 알려져 있죠. 메시아 87 은하의 중심에 있는 블랙홀도 비슷하게 효율이 낮습니다. 우리은하의 거대블랙홀은 이 보다 더 낮은 효율을 갖습니다.


거대블랙홀들은 그동안 효율이 높은 것들과 낮은 것들로 구별되어서 연구되어 왔는데 이번 연구의 주 내용은 효율이 낮은 거대블랙홀들에 관한 자세한 연구를 우리은하 중심의 블랙홀을 관측함으로써 여러 힌트를 얻었다는 것입니다. 


소위 RIAF라고 불리는 모델이 이렇게 효율이 낮은 블랙홀들을 설명하는 이론들의 통칭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RIAF라는 것은 radiatively ineffective accretion disk model이라는 것으로 질량이 들어가는 것에 비해 복사, 그러니까 빛이 비효율적으로 적게 나온다는 뜻입니다. 


RIAF들의 특징은 블랙홀 쪽으로 들어가는 질량의 상당한 양이 다시 밖으로 밀려나온다는 것입니다. 가령 ADAF라는 모델이 있는데 이것은 advection dominated accretion disk라는 뜻으로 빨려 들어가던 질량이 다시 밖으로 밀려나오는 것이 강하다는 뜻이죠.


이번 연구는 엑스선 관측결과를 RIAF모델과 비교하여 잘 드러맞음을 확인했다는 것입니다. 원래 사이언스나 네이쳐에 실리는 논문들은 짧아서 자세한 내용을 알기는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반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쓰여집니다. 물론 그래서 과학기자들도 주로 네이쳐나 사이언스 결과를 많이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소스를 뒤지는 제대로 된 기자들이 그렇다는 것이죠. 우리나라 기자들 과학기사의 바탕이 되는 논문을 실제로 들여다 보는지 혹은 얼마나 이해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쓰여진 과학기사를 보면 그런 결론이 나온다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