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블랙홀 우주 - 카블리이론물리연구소에서

별아저씨의집 2013. 8. 6. 14:08


켈리포니아대학 산타바바라에 자리잡은 카블리이론물리연구소(The Kavli Institute of Theoretical Physics)에 왔습니다. 


바닷가에 자리잡은 스페니쉬 스타일의 건물이 익숙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초끈이론의 메카로 알려진 켈리포니아 대학 산타바바라의 물리학과는 노벨상 수상자가 여러 명이나 되는 괜찮은 학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첫 박사후연구원 생활을 했기에 이곳 캠퍼스가 저에게는 매우 익숙합니다. 


특히 카빌리연구소는 연구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매년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는데 그 중에서 1-2개는 천체물리 관련 장기프로그램을 갖습니다. 


이 프로그램들은 두세달에 걸쳐 열리는 프로그램들입니다. 전세계의 학자들을 불러모아 함께 지내게 하면서 연구발표도 하고 토론도 하면서 다양한 과학연구가 진행되도록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론을 하는 사람들과 관측을 하는 사람들이 만나 서로 부딪히면서 다양한 연구활동이 일어나는 불꽃튀는 곳이라고 할까요. 


참여한 학자들에게는 오피스도 마련해주고 숙소찾는 일도 도와주고 다양한 지원을 해 줍니다. 산타바바라가 워낙 예쁘고 살기좋은 곳이라 누구나 오고 싶어하는 곳이기도 하지요.


이번 프로그램은 '블랙홀 우주'라는 주제로 7월초부터 시작되어 9 중순까지 진행됩니다. 물론 참여하는 사람에 따라 두세 주를 머물기도 하고 5,6주 이상 길게 머물기도 합니다. 저는 프로그램의 후반부에 참석합니다. 


프로그램은 주로 아침에 커피타임 그리고 오후에 세미나 하나 정도입니다. 새로운 학자가 오면 발표를 시키기도 하고 흥미로운 주제가 대두되면 다양한 토론이 이어집니다. 토론을 통해서 주로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이지요. 


바다가 보이는 2층 오피스를 배정 받았습니다. 올 한 해 연구년 기간 중 여기에 머무는 몇주 간의 시간이 어쩌면 가장 흥미진진한 시간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두세 달의 긴 프로그램 중간에는 1주간 컨퍼런스가 열립니다. 이 때는 장기프로그램에 참석하지 않는 사람들도 더 참여합니다. 백명 이상의 학자들이 참여하는 것 같습니다. 반면 이 1주간의 학회를 빼면 나머지 시간은 약 사오십명의 학자들이 함께 지내는 것이지요. 


이번 주가 바로 1주간의 학회가 시작된 첫 날입니다. 블랙홀 관련 천문학자들이 대거로 모이는 좋은 기회입니다.


공동연구를 함께했던 그리고 지금도 함께하는 여러 동료들, 그리고 서로 알고 지내는 많은 블랙홀 관련 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는 것은 매우 유쾌한 일입니다. 뭔가가 마구 일어날 듯 느낌입니다. 


컨퍼런스 첫날인 오늘의 주제는 거대블랙홀들이 우주초기에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흔히 블랙홀 씨앗이라고 불리는 초기블랙홀들이 어떻게 생성되었는가에 대해서는 2가지 큰 이론이 있습니다. 오늘 이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펼쳐졌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기회에 하기로 하고...


어제 늦게까지 글을 쓰고 오늘 블랙홀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들로 만찬을 했더니 무척 피곤합니다. 저녁에는 한국과 파사디나에 두고 온 학생들과 화상토론을 했고 이제는 잠시 하루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새로운 연구주제들에 대한 생각들과 할 일들이 메모장을 채우고 있습니다. 


배우고 즐기고 일하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