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종교 이슈/과학과 종교: 책과 자료

[책] God and the Cosmos by Poe and Davis (두번째 글)

별아저씨의집 2013. 7. 21. 07:04


지난 주말에 'God and the Cosmos'의 후반부를 집중적으로 읽었습니다. 정리를 한다는 것이 좀 늦어졌군요. 


이 책의 주 관심사는 신이 우주를 창조하고 다스린다면 철학/과학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자연세계에 역사(act)하는가 입니다. 


이 문제는 과학과 종교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기 시작한 이후로 저에게도 계속 주요한 이슈로 남아 있습니다. 


책의 전반부에는 시공간의 우주와 인간의 역사 안에 작용하는 신은 어떤 신인가를 다루고 있고 이에 대해서는 지난 글에 간결한 감상을 표현했습니다. 


후반부는 신이 역사할 수 있는 우주라면 그 우주는 어떤 우주인가를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다시말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신이 섭리하는 우주라면 그 우주는 어떤 특성을 가져야 하는가 혹은 더 직접적으로 얘기하면 신은 어떤 방식으로 우주에 역사하는가를 다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과학적인 이슈라기 보다는 철학적인 이슈입니다. 과학적인 이슈가 아닌 이슈는 지적설계론 처럼 신의 행위를 탐지할 수 있는 지 그 가능성을 논하거나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실 과학적인 방법으로 탐지할 수 있는가 없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또한 과학적으로 탐지할수 없다고 해서 신의 행위가 없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지요. 즉 과학적 탐지가능성은 전혀 다른 이슈입니다). 


그보다는 신과 우주의 관계를 보는 혹은 신이 우주에 어떻게 역사하는가에 대한 우리의 철학적 관점들을 세밀히 되짚어 보는 것이지요. 사실 과학이 발전하기 전부터 신과 우주의 관계를 살피는 것은 철학적 관점이었고 그 철학적 시각 때문에 사실은 과학과 종교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는 것이 저자들의 해석이기도 합니다. 


근대과학이 성립한 후 19세기에는 기계론적 결정론적 철학이 신과 우주의 관계를 보는 주요 관점이었습니다. 흔히 이신론으로 표현되는 이 관점은 신이 자연세계에 자연법칙을 부여하여 창조한 이후에는 자연세계는 만들어진 시계처럼 스스로 돌아간다는 것이었지요. 이신론의 관점에서는 신이 우주에 개입할 여지가 없어집니다. 물론 자연법칙에 따라 우주가 운행되는 것 자체를 신의 섭리로 보는 것이 기독교적 관점이었고 그것은 사실 근대과학이 탄탄한 기초를 다지는데 상당한 기여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닫힌 우주, 즉 결정론적인 우주에서는 기적이라든가 신의 개입이라든가 신의 섭리 등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난점이 있습니다. 신이 자연세계에 부여한 자연법칙을 스스로 깨고 개입한다는 것은 신학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때문에 많은 신학자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이 취하는 방식은 우주를 결정론적 관점에서 보는 한계를 뛰어넘자는 것입니다. 그 예로 드는 것이, 양자역학과 카오스 이론 그리고 창발성 (emergence)입니다. 물리학, 화학, 생물학, 그리고 인간의 역사라는 다양한 설명의 범주에서 우주는 시계처럼 닫혀있는 결정론적 세계가 아니라, 불확정성, 우발성, 창발성 등을 내포하고 있는 열린 우주라는 것이지요. 


이런 관점은 존 폴킹혼이나 아서 피콕과도 비슷합니다. 한가지 차이점은 존 폴킹혼은 창조과정에서 부여한 자연법칙을 깨지 않고도 하향식(top-down)의 방법으로 신의 뜻 (섭리 혹은 목적)이 자연세계에 드러날 수 있다고 보고 어떤 의미에서는 신이 자연법칙을 깰수 없다는 점에서 신의 전능함이 제약되는 것처럼 보일수 있는 반면 이 책의 저자들의 경우는 자연세계 안에는 자연법칙과 더불어 신의 뜻이 구현될 방식이 원래 존재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비슷하기는 하지만 신이 자연법칙에 제약되는 듯한 인상을 피한다고나 할까요. 


물론 이것은 창조과학자들이나 지적설계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특별창조 (혹은 기적, 개입)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루동안에 갑자기 태양계를 창조한다거나 하는 식이 아니라는 것이죠. 특별창조의 경우에는 자연세계의 법칙을 깨고 들어오는 것인 반면 저자들의 관점은 자연세계 안에 필연적으로 불연속성 (이 책에서는 존재론적 틈새 ontological gap으로 표현합니다)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그 부분이 바로 신이 우주에 작용하는 top-down상향식의 행위가 가능한 영역이라는 것이죠. 물론 신의 행위 자체가 우리에게 탐지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런 불연속성은 미래를 예측불가능하게 하고 결국 이것은 열린 우주와 관련되는 것이지요. 신의 행위는 결국 이런 불연속성을 통해 이루어지고 열린우주이지만 방향성과 목적을 가지고 진화하는 우주로 섭리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깊이 재고해 볼 포인트들이 여러개 있는데 책의 후반부에 대한 감상은 이정도로 마무리하고 좀더 연구를 해봐야 할 듯 합니다. 어쨌거나 기득권의 과학이라는 틀에 묶여있기 쉬운 과학자들에게 재미있는 철학적 시각을 던져주는 책입니다. 한편으로는 신과 우주의 관계에 대한 관점이 약간씩 다르기는 해도 과학과 신학의 접점을 찾는 다른 학자들의 시각과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