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아부다비의 뉴욕대학

별아저씨의집 2012. 2. 27. 03:36


중동에 처음으로 발을 내디뎠습니다. 2년밖에 되지 않은 New York University의 아부다비 (Abu Dhabi) 캠퍼스에 와 있습니다. 몇년 전에 학회에서 만났던 사람이 여기 물리학과 교수로 와 있습니다. 작년에 초청 이메일을 받았지요.

두바이에 비해서도 역사가 더 짧은 아부다비는 아랍에미리트연합의 7개 에미리트 중에서 가장 부유하다고 합니다. 전세계 석유 매장량의 10%를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더군요. 세금도 안내는 나라라고 합니다.

정부와 NYU가 협약을 맺어서 정부에서 모든 자금을 대는 학교입니다. NYU 입장에서는 물적 투자 없이 해외에 분교를 세운 셈이지요. 그러나 NYU의 명성이 걸려있으니 연구와 교육 양쪽 모두 나름대로의 입지를 세우려고 하는 모양입니다. 

이 학교로 인해 아부다비의 한인과 필리핀 인구가 늘어난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학부도 거의 전액 장학생들이 다수라고 하니 괜찮은 조건입니다. 맨하탄의 NYU에 비해 학생 수준이 뒤지지 않는다고 여기 교수들이 얘기하더군요. 

메이져 서베이를 하고 있는 Ingyin과 함께 공동연구를 논하고 있습니다. 호주의 싱글디쉬 전파망원경으로 900개의 세이퍼트 2은하들을 대상으로 메이져를 찾는 서베이를 진행하고 있군요. 검출 확률을 높이고 광학 분광 스터디를 병행하기 위해 아이디어들을 나누었습니다. 블랙홀 질량 측정을 위해서 중요한 일인데 3%의 확률로 30개가 검출되어도 신나는 일입니다. 그런데 일은 엄청 많겠군요. 내일 좀 더 얘기를 해봐야 할 듯 합니다.

50층 짜리 Sama 타워라는 곳에 묵고 있습니다. 교수, 직원, 학생들이 대부분 여기 산답니다. 방문자 숙소도 같이 있습니다. 사진을 뒤져보니 아부다비 전경 사진에 Sama 타워가 나오네요. 오른쪽에 건물들 위로 솟은 빌딩들 중에서 오른쪽에 어두운 색의 건물입니다. 아부다비의 스카이라인은 이 사진보다 훨씬 더 멋집니다. 

낯선 도시에 혼자 와 있는 느낌은 항상 같습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수많은 사람들, 낯선 곳에 대한 불편함과 새로움이 뒤섞인 느낌, 배고픔, 배터짐, 외로움, 혼자만의 시간이라는 자유로움 등등이 뒤엉켜있는 그 상태는 여행지가 산티아고 이건, 치앙마이 이건, 상하이 이건, 밀라노이건, 토교 이건 별 차이가 없습니다. 

어제 밤 비행기로 와서 그런지 피곤합니다. 오면서 연구비 프로포잘을 대략 마무리 했고 오늘 저녁에는 세미나 준비도 마쳤습니다. 이제 잘 시간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