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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 경제신문이라서 그런지 자꾸 돈 얘기만 하게 되는것 같아요. 이렇게라도 핑계를....



매일경제 [사이언스플라자] 2011, 9. 21

대중은 영웅을 사랑한다. 어려움을 딛고 위대한 성취를 이룬 예술가나 운동선수의 성공담은 팍팍한 현실 속에서 소망과 대리만족을 준다. 위대한 지도자들에 의해 역사는 진보해왔고 한 사람의 위대한 영웅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할 듯하다.

그러나 영웅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뛰어난 인물은 여전히 요구되지만, 한 사람의 영웅이 복잡하고 분화된 21세기 세상을 뒤바꾸기는 어렵다. 능력 있는 대통령도 조직과 세력 없이는 나라를 꾸려갈 수 없다. 영웅의 역할이 옛날 같지 않다.

과학 혁명기였던 20세기 초에는 새로운 물리학을 탄생시킨 과학사의 영웅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과학이 고도로 세분된 21세기에 그런 영웅담은 이제 추억이 됐다. 현대 과학연구들은 대부분 큰 그림의 작은 퍼즐조각 하나를 맞추는 일을 한다. 수많은 연구들이 공동으로 진행되고 대부분 과학논문은 다수가 함께 집필한다. 번뜩이는 한 사람의 연구자가 과학계를 뒤집을 혁명적인 결과를 내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기 쉽지 않다. 오히려 과학혁명은 연구자 개개인이 완성시킨 퍼즐조각들이 쌓이고 뭉쳐질 때 일어난다.

재능 있는 선수를 모아다 합숙훈련을 시켜 국가대표로 만들던 가난한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탄생한 스포츠 영웅들이 국위를 선양했고 국민에게는 꿈과 위로를 줬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는 스포츠 자체가 발전할 수 없다. 스포츠를 즐기는 저변이 확대돼야 선추층이 두꺼워지고 훌륭한 선수들이 발굴돼 결국 스포츠 강국이 될 수 있다. 국내에 프로리그가 생긴 축구나 야구 같은 종목에서 한국이 세계적인 두각을 드러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과학도 마찬가지다. 국가대표 과학자와 같은 영웅만 키워낸다면 균형 있는 과학 발전이 가능할까? 한 사람의 영웅보다는 다수의 과학역량을 키워야 한다. 과학자들의 소규모 연구와 풀뿌리 연구를 활성화시키고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기초과학 저변을 확대하고 국가의 과학역량을 키우는 정석이다. 뛰어난 성과는 상향식(bottom-up) 구조에서 나온다. 다수의 과학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개인 연구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와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최근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2012년 연구개발사업에 예산을 약 11조원 배정했지만 그중 개인 연구에 배당되는 예산은 10% 미만이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비해 적지 않은 연구개발 예산은 과학계의 중요한 화두다. 분명한 것은 거대한 예산이 대형 과제 위주의 사업들로 집행된다는 점이다. 소규모 풀뿌리 연구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고 있지만 대형 사업들의 규모와 비교하기에는 너무 적다.

개인 연구를 중시하는 미국에서는 작년 국립과학재단 예산 70억달러와 국립보건원 예산의 80%인 240억달러가 약 6만건의 개인과 소규모 연구팀에 지원됐다. 나사(NASA)도 190억달러 예산 중에서 약 50억달러를 천체물리, 행성과학, 지구과학 분야 소규모 연구과제에 배정했다. 단순 비교를 한다면, 미국과 우리나라 국내총생산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개인 연구에 대한 지원이 크게 차이 난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개인 연구에 대한 지원이 확대돼야 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내년에 시작되는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에 대한 한 가지 염려는 사업에 필요한 막대한 예산이 결국 다른 연구비들을 줄이고 떼어내서 마련되지 않을까라는 점이다. 개인 연구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영웅을 키우기 위해 기존 풀뿌리 연구들을 위축시키는 사업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개인 연구에 대한 지원 확대를 통해 국가 연구개발의 체질 개선과 균형 있는 과학역량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 영웅보다 필요한 것은 과학현장을 책임질 다수의 과학자들이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Posted by 별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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