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한국연구재단 연차실적보고서 만들다가 머리 뚜껑이 열리고 있다!!

별아저씨의집 2011. 6. 25. 08:33
머리 뚜껑이 마구 열리고 있다.

열받아 폭발한 에너지가, 산타바바라 대학 물리학과 건물인  브로이다 홀을 2층에서 6층까지 뚫고 마구마구  솟구칠 것 같다.

 한국연구재단에서 지원받은 3년짜리 연구비의 1년차 보고서를 만들어 접수하려는 중이다. 벌써 3일째다.

오늘은 다 된 보고서를 인터넷으로 접수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벌써 몇 시간째 실패 중이다.

그래서, 뚜껑이 열리고 있다.

 처음에 연구계획서를 낼 때 썼던 내용들을 다시 다 써 넣는 등, 연차 실적보고서 자체를 만드는 것도 매우 비효율적으로 생각되었는데,  인터넷 강국이라는 한국의 보고서 접수 시스템은 나를 마구 왕짜증나게 한다.

액티브 X에 기반한 익스플로러를 사용하지 않으면 연구재단에 로그인부터가 안된다. 여기서부터 마음이 확 닫힌다. 

게다가 아래한글 파일로 계획서나 실적서를 작성하게 되어 있는데 파일을 올리면 각 표에 들어가는 내용이 자동으로 데이타베이스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양식에 어긋나면 업로드시 바로 에러가 난다. 

문제는 에러가 난 표들을 아무리 다시 들여다 봐도 고칠 곳이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름과 주민번호 두개의 항목만 채우면 되는 표조차 에러가 난다. 

내가 폭발하면 나오는 에너지는 그래도 블랙홀이 폭발할때 나오는 에너지보다는 적겠지... 물론 물리적 조건만 따질수는 없다. 그 에너지는 내가 열받은 정도에 비례할 수 있으니까. 물론 폭발에너지는  에너지=질량 곱하기 빛의속도 제곱이라는 식에 따라 내 체중을 죄다 에너지로 바꾼 값보다 클 수는 없다.  그러나 내가 흘리는 땀만 죄다 모아 에너지로 바꾼다고 해도 그 양은 실로 엄청나다.

연구과제에서 출판된 논문은 학교의 연구업적 시스템에 로그인하여 웹상에서 논문을 찾아 검증을 받아 올려야 한다 (물론 30명 까지는 공동저자들의 역할과 교내연구원인지 등등의 정보를 일일이 클릭해 넣어야 한다. 이 작업 할때마다 나는 비애를 느낀다).  역시 최근에 막 출판된 논문은 검증이 안되므로 올릴 수도 없다. 

그렇게 만들어진 리스트는 연구업적 등록 싸이트로 자동 송신되는데 (물론 미리 해야한다). 그럼, 연구업적 싸이트로 로그인해서 등록된 논문 리스트를 다운 받아야 한다.  그리고 다운받은 파일에서 복사해서 보고서에 붙여 넣어야한다. 

연구업적 싸이트에서 다운을 받을 때는 엑셀 파일로 받게 되어 있다. 흠... 내 맥북 프로 에서 돌리는 virtual box의 윈도우에는 엑셀을 안 깔아두었다. 그러니 엑셀이 없다며 다운로드가 안된다. (우~~~~~). 맥북에는 엑셀이 있으니 다운만 되면 열어볼수 있는데도 말이지. 나는 현재 미국에 체류 중. 어둠의 경로로 엑셀을 구하거나 새로 살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논문 너댓 편, 그냥 써서 보고서에 넣으면 안되나? 왜 꼭 복잡한 과정을 거쳐 다운받을 것을 카피해서 붙여넣여야 하는걸까? 이것은 누구를 위한 요구사항일까? 

블로그에 글을 쓰다보니 머리가 조금 냉각되고 있다. 뚜껑이 서서히 닫힌다. 

비슷한 금액의 나사의 연구비는 텍스트 파일로 2-3페이지 작성해서 웹상에서 뚝딱 올렸었는데 나는 한국 밖의 시스템에 의해 스포일된 것일까? 

나는 이 모든 과정이 죄다 행정 편의 위주의 사고에서 나온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