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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너머 산, 맥 유저의 고뇌

별아저씨의집 2009. 9. 9. 19:28
리눅스에서 맥으로 전향한지가 벌써 4년이 넘었고 못생기고 느린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위 PC는 버린지 오래지만, 여기 한국에서는 PC가 없다는 이유로 다양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한국이 IT강국이라는 말은 도저히 동의를 못하겠다. 공항에서 무선 인터넷이 잡히길래 연결했더니 자동으로 영어페이지가 뜬다. 외국인인셈 치고 사용해보려 했더니 외국인 등록번호를 묻는다. 물론 없다. 외국인 등록번호가 없는 경우라는 메뉴를 클릭했더니 등록안내가 나오는데, 뭐, 몇주가 걸린단다. 내가 가본 나라들 중에 무선인터넷 쓰기위해 외국인 등록해야 하는 경우 한번도 없었다. 단기 방문자는 아예 쓰지 말라는 얘긴가? 한글싸이트를 찾아찾아 갔더니 주민번호를 넣으란다. 주민번호 넣었더니 인증을 받으라면서 뭔가를 마구 다운로드시킨다. 물론 액티브엑스에 기반한 익스플로러에서나 돌아가는 프로그램이다. 돈내고 쓴다는데도 이 모양이니 한국, 체면 구길만 하다. 

심지어 어느은행의 우리동네 지점 전화번호를 찾으려고 그 은행 홈페이지에 접속해도 인증서 확인 작업을 마구 해대다가 오류가 난다. 맥 유저들이 격는 일상사인가. 나는 아직도 박사학위 등록을 못했다. 외국박사학위를 어느 국가기관에 일률적으로 등록을 해야한다는 개념자체가 우습다는 건 둘째치고 맥 사용자가 박사학위등록하는거 교수자리 얻는거 보다 어려워 보인다. 아이디 패스워드로 어카운트를 만들었는데 왜 도대체 인증을 또 받아야 하나. 미국에서 하다하다 못해서 한국에 들어와서 인터넷 부분만 겨우 끝냈다. 왜 국가기관이 특정 상품 사용자들에게만 편의를 제공하는가. 내 생각에는 평등권에 어긋나는 차별정책이다. 

학교에 농협과 신한은행이 있길래 은행계좌를 열었다. 오~ 신한은행이 국내 최초로 액티브 엑스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 자바를 바탕으로 하는 인터넷뱅킹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고 한다. 그러니까 못생긴 윈도위 PC를 사용하지 않고도 드디어 인터넷 뱅킹을 할수 있게 되었다. 맥 컴퓨터로도 인증서도 만들어 다운받고 그 인증서로 인터넷 뱅킹 다 된다. 좌절뒤에 오는 성공, 너무 신났다. 그러나 잠시 생각해 보니 이거 원래 당연히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미국에서는 윈도우PC든지 맥이든지 인터넷 뱅킹같은거 다 되었다. 어쨌거나 나는 신한은행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제 모든 거래는 신한은행을 통해서 한다. 

윈도위에서나 돌아가는 액티브 엑스가 아니더라도, 인터넷 공용인 자바를 이용해 얼마든지 인터넷뱅킹을 할수 있도록 만들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인터넷 기반, 몹시 취약하고 허접하다. 아무리 전자정부 자랑을 하면 뭐하나 윈도위가 깔린 PC를 사야 쓸수 있는데. 액티브 엑스에 기반한 전자정부의 툴을 만드는것 과연 누가 결정했을까?